'오디세이'를 '아이맥스'에서 봐야 하는 과학적 이유
같은 장면도 위아래 더 넓게…1.43대1 화면비의 차이
거대 스크린·극장 환경도 몰입감에 영향…원본 필름부터 '대형'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스크린 가득 바다가 펼쳐지고 거대한 배가 화면을 채운다. 같은 영화라도 아이맥스(IMAX)에서 보면 화면의 크기와 공간감이 유독 다르게 느껴진다. 단순히 스크린이 커졌기 때문만일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두고 아이맥스, 특히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인 이른바 '용아맥'을 찾는 관객이 몰리면서 이런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16일 과학계에 따르면 아이맥스의 차이는 화면 크기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더 넓은 장면을 보여주는 화면비와 거대한 스크린·극장 환경, 대형 화면에 맞춰 많은 영상 정보를 담는 필름이 함께 작용한다.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차이는 '화면비'다.
화면비는 화면의 가로와 세로 길이 비율이다. '오디세이' 공식 홈페이지가 공개한 비교 화면을 보면 아이맥스 70㎜의 1.43대1 화면에서는 1.90대1이나 2.39대1보다 위아래에 더 많은 장면이 담긴다.
같은 인물을 찍어도 머리 위 하늘이나 발아래 공간을 더 볼 수 있다. 바다나 절벽처럼 규모가 큰 풍경에서는 화면에 들어오는 공간 자체가 넓어진다. 같은 영상을 단순히 크게 확대하는 것과는 다른 셈이다.
'용아맥'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CGV에 따르면 용산 아이맥스 스크린은 가로 31m, 세로 22.4m 규모로 1.43대1 화면비를 지원한다. 4K 디지털 레이저 영사 시스템도 갖췄다.
다만 용산에서 아이맥스 70㎜ 필름 자체를 돌리는 것은 아니다. 해외 일부 상영관은 실제 70㎜ 필름을 영사하지만 용산은 디지털 레이저 방식이다. 1.43대1 화면을 지원하는 것과 70㎜ 필름으로 영사하는 것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스크린의 물리적인 크기가 영화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와 애스턴대 연구진은 2012년 국제학술지 '아이-퍼셉션'(i-Perception)에 화면 크기가 영화 감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작은 화면은 가까이에서, 큰 화면은 멀리에서 보도록 했다. 실제 스크린 크기는 다르지만 관객의 눈에는 화면이 비슷한 크기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실제로 큰 화면을 본 참가자들이 영화 속 공간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인 '현존감'을 더 높게 평가했다. 두 화면이 눈에는 비슷한 크기로 보이도록 맞췄는데도 차이가 나타난 만큼, 영화 경험에는 눈에 보이는 크기뿐 아니라 실제 스크린의 물리적 크기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다만 큰 화면이면 언제나 몰입감이 높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연구의 두 번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시선추적 장비와 헤드폰을 착용하고 영화를 보는 동시에 별도의 신호에 반응하는 과제까지 수행했다. 이때는 큰 화면에서 현존감이 높아지는 효과가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추가 장비와 과제 등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했을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큰 화면이 몰입감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화면 크기 하나만으로 영화 경험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스크린을 둘러싼 극장 환경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독일 마인츠대 연구진은 2014년 국제학술지 '퍼셉션'(Perception)에 같은 영화 장면을 실제 영화관과 영화관을 작게 재현한 공간, 화면만 놓인 환경 등에서 비교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화면만 따로 놓인 환경보다 좌석과 커튼 등을 배치해 영화관처럼 꾸민 조건에서 참가자들의 몰입감이 높게 나타났다.
영화에 빠져드는 느낌은 화면 크기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거대한 스크린뿐 아니라 그 화면을 둘러싼 극장이라는 공간도 관람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맥스의 차이는 영화를 찍을 때부터 시작된다.
'오디세이'는 일반 영화보다 훨씬 큰 필름을 사용하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됐다. 한 장면을 기록하는 필름 면적이 큰 만큼 더 많은 세부 정보를 담는 데 유리하다.
사진을 생각하면 쉽다. 작은 사진을 크게 확대하면 윤곽이 거칠어지고 세부 모습이 흐려지기 쉽다. 반대로 처음부터 큰 필름에 찍으면 크게 늘려도 인물의 표정이나 옷의 질감, 멀리 있는 풍경 같은 세부 모습을 살리는 데 유리하다.
아이맥스도 같은 원리다. 거대한 스크린에 영상을 크게 펼치는 만큼 촬영할 때부터 한 장면을 넓은 필름 면적에 담는다.
관객 입장에서는 단순히 작은 영상을 크게 늘린 화면을 보는 게 아니다. 큰 스크린에서도 인물과 풍경의 세밀한 모습을 살린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오디세이'는 일부 장면에만 아이맥스 카메라를 사용한 작품도 아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촬영할 때 사용하는 필름은 65㎜이고, 이를 필름으로 극장에서 상영하는 방식은 '아이맥스 70㎜'라고 부른다.
결국 '오디세이'를 아이맥스로 보는 이유는 화면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1.43대1 화면에서는 다른 화면비보다 위아래에 담긴 장면을 더 볼 수 있다. 거대한 스크린과 극장 공간은 영화 속 장소를 체감하는 경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촬영 단계부터 큰 필름 면적에 장면을 담아 대형 화면에서도 세부 정보를 살리는 데 유리하다.
관객 입장에서는 같은 영화를 '더 크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장면을, 더 큰 화면에서, 세밀하게 볼 수 있는 셈이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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