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75개 부지에 '거대한 현미경'…새빛가속기 착공식(종합)

포항 3세대보다 밝기 100배…작동 중 반도체·배터리 변화 추적
1조 1643억 원 투입해 2029년 구축…늦어도 2031년 개방

한국새빛가속기(KLS) 조감도(KLS 홈페이지 갈무리)

(청주=뉴스1) 김민수 기자 = 축구장 75개 넓이의 충북 청주 오창 부지에 반도체와 배터리 내부를 들여다보는 '거대한 엑스레이 현미경'이 들어선다.

포항 3세대 방사광가속기보다 약 100배 밝은 빛을 이용해 반도체 소자가 작동하거나 배터리가 충·방전되는 과정에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은 27일 충북 청주시 오창 방사광가속기 부지에서 '한국새빛가속기'(KLS·Korea Light Source) 착공식을 개최했다.

한국새빛가속기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내일을 밝히는 새로운 빛'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영문명에는 국제 방사광가속기 분야에서 널리 사용하는 'Light Source'를 적용했다.

과기정통부는 충북도 등과 함께 총사업비 1조 1643억 원을 투입해 2029년 말까지 가속장치와 빔라인, 연구지원시설 등을 구축한다. 사업비는 국비 9643억 원과 지방비 2000억 원으로 구성된다.

전체 부지는 54만㎡로 축구장 약 75개 규모다. 애초 약 70m 높이의 암반 산지였지만 부지 조성 공사를 거쳐 평지로 바뀌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사업을 주관하며 충북도와 청주시, 포항가속기연구소 등이 구축에 참여한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다목적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 제공
강한 빛으로 물질 내부 보는 '거대한 현미경'

방사광가속기는 눈이나 일반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물질 내부를 분석하는 대형 연구시설이다. 흔히 '거대한 엑스레이 현미경'으로 불린다.

가속기 안에서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자석으로 진행 방향을 휘게 하면 강한 빛인 '방사광'이 발생한다. 이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엑스레이보다 훨씬 밝고 집속도가 높은 빛이다.

방사광을 반도체나 배터리 같은 시료에 쏜 뒤 통과하거나 산란한 빛을 측정하면 원자 배열과 성분, 전자의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반도체 내부의 미세한 균열과 불순물을 찾거나 배터리 소재가 충·방전 과정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신약 후보물질이 단백질과 어떤 구조로 결합하는지 등을 시료를 크게 훼손하지 않고 분석할 수 있다.

한국새빛가속기는 전자가 반복해서 회전하는 둘레 약 800m의 원형 저장링을 갖춘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다. 저장링에서 발생한 방사광은 '빔라인'을 통해 각각의 실험 공간으로 전달된다.

27일 오전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방사광가속기 부지에서 열린 '한국새빛가속기 착공식'에서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등 참석자들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다목적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27 ⓒ 뉴스1
포항보다 100배 밝은 빛…더 작고 빠른 변화 추적

한국새빛가속기는 포항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보다 평균 약 100배 밝은 방사광을 내도록 설계됐다.

빛이 밝아지면 같은 실험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더 작은 영역에서 빠르게 일어나는 변화도 포착할 수 있다. 단순히 실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넘어 연구 대상과 분석 범위도 한층 확대되는 셈이다.

기존 포항 가속기에서도 배터리 충·방전이나 소재의 화학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다만 새빛가속기는 더 작은 시료에서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변화를 더욱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강점이 있다.

반도체 소자에 전류가 흐르는 동안 내부 구조와 전자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피거나, 배터리 충·방전 과정에서 원자가 이동하고 소재 구조가 변형되는 과정도 더 짧은 시간 간격으로 분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초기에는 빔라인 10기를 구축한다. 이 가운데 3기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신약 등 산업체 연구를 우선 지원하고, 나머지 7기는 기초·원천 연구에 활용한다. 향후 연구 수요에 따라 빔라인을 40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가동 이후 생산되는 실험 데이터는 하루 약 1페타바이트(PB)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단은 대규모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고 연구자들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가속장치에는 약 2만 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사업단은 포항가속기연구소와 핵심 부품을 공동 개발해 약 85% 수준의 국산화율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새빛가속기는 2029년 말 구축을 마친 뒤 2030년 시운전에 들어간다. 시운전에는 일부 연구자가 참여하며, 늦어도 2031년부터 국내외 연구자와 기업이 시설을 본격적으로 이용할 전망이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