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없앤 R&D, 다음 과제는 '현장 숙의'

예타 폐지 뒤 구축형 대형 R&D 사전점검 체계 전환
STEPI, 연구자 논의 사업기획·예산 반영 필요성 제언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폐지 이후 구축형 R&D 사업 추진 절차 변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폐지 이후 연구현장의 수요와 숙의를 반영한 사업기획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STEPI는 최근 발간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 이후의 과제'에서 'R&D 공론장' 제도화를 제안했다고 3일 밝혔다.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신규 R&D 사업의 과학기술적·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따져 추진 여부를 결정하던 제도다. 평가 기간이 길어 적기 투자를 어렵게 한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2월 '과학기술기본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제도 폐지 이후에는 구축형 대형연구개발사업 사전점검 체계가 도입됐다. 본 심사에 앞서 각 부처가 사업을 기획할 때 연구현장의 수요와 숙의를 반영하도록 하는 필수 절차인 '소요발굴'도 새로 마련됐다.

예타 폐지는 R&D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는 조치다. 앞으로의 관건은 대형 사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연구현장 안에서 충분히 걸러내는 절차를 어떻게 제도화하느냐다.

보고서는 국가연구기반 구축과 운영에는 장기간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실제로 이를 활용할 연구자 차원에서 과학기술적 중요성과 필요성이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고 봤다.

국내에서도 과거 '국가대형연구시설 구축지도' 마련,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KOITA)와 한국연구재단(NRF)의 민간 수요 연계 노력 등이 있었지만 지속성과 실효성을 담보할 만큼 제도화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학회 차원의 자발적 논의가 부처의 사업기획과 예산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연구자 집단의 논의를 사업 우선순위와 예산 편성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연구현장의 논의가 단순 제안에 그치지 않고 로드맵과 투자전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보고서는 'R&D 공론장'을 통해 연구자 집단의 과학적 숙의 단계와 정부의 우선순위 결정 단계를 분리하고, 논의 결과가 부처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통 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특정 제도 개편을 계기로 한 일회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연구자 집단이 일상적으로 국가와 학문의 미래를 고민하고 토론하는 자율적 숙의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