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전쟁으로 부각된 '소버린 AI'…선택 아닌 필수

나연준 ICT과학부 차장
나연준 ICT과학부 차장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미국의 이란 공습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이 활용된 것이 드러났고 중동 지역의 주요 AI 시설이 공격 타깃이 되기도 했다. 최근 중동에서 발생한 군사 충돌은 AI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기술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켜 줬다.

미국은 이란을 목표로 한 군사작전에서 AI를 활용했다. 팔란티어, 앤트로픽 등의 AI를 활용한 시스템은 수집한 정보를 정리하고 인간 지휘관이 참고할 수 있는 타격 지점 등을 만들어냈다. 미군은 첫 공습부터 24시간 내에 1000여 개의 목표를 타격했는데 이는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와 비교해 2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많은 공격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던 이유는 AI를 활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지역의 AI 시설은 주요 타깃이 됐다.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에 위치한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에 드론 공격을 단행했고, 이 여파로 일부 AWS 서비스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I 관련 인프라도 앞으로 주요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전쟁에서 데이터는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위성, 드론, 통신망 등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분석하고 의미 있는 판단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인간이 처리하기 어려운 규모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황 판단까지 도울 수 있다. 미래 전쟁에서 AI의 활용도는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중동 사태를 계기로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소버린 AI는 단순히 자국에서 만든 AI 모델을 보유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되고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통제권, AI를 구동하는 컴퓨팅 인프라와 반도체, 그리고 핵심 기술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만약 한 국가가 AI 인프라와 데이터를 다른 나라에 의존한다면 AI 시대 마주하게 될 미래는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데이터 접근권과 기술 통제권을 갖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기술력이 뒤처지는 것도 문제지만 안보와 직결된 상황에서 AI 주권을 갖지 못한다면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주요 국가들도 AI 주권 확보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독일의 AI 인프라 업체 폴라리스는 최근 2027년 중순까지 30M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의 통신사도 데이터센터, 거기에 올라가는 모델 등에 어느 정도 투자했고, 어려웠던 부분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전쟁이 나니까 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 주도로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도 추진되고 있다. 또한 고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도 진행 중이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업, 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AI 생태계 구축을 해외에 의존해야 한다면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을 제대로 발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독자적인 AI 생태계까지 제공할 수 있어야 국가 경쟁력도 커질 수 있다.

AI가 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지금 소버린 AI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AI 주권 확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