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수준으로 금속 촉매 작동한다…차세대 연료전지 기술 진전

나노 입자에 백금 원자가 하나하나 퍼져 반응성 증대

KIST 연구진이 개발한 단일원자 촉매의 개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0.09.11 /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백금 원자 하나하나가 반응에 참여해 고온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촉매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에너지소재연구단의 윤경중 박사, 신지수 연구원 연구팀이 한양대학교의 이윤정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단일원자 촉매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는 친환경 발전 시스템으로 연구되고 있다. 연료전지는 구동온도와 전해질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가 세라믹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이다. 700℃ 이상의 고온에서도 작동되기 때문에 연료전지 중 가장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데다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증기를 분해해 수소를 재생산하는 복합발전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라믹 전해질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상용화의 관건은 고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는 것이다. 현재 많이 쓰이는 백금(Pt)계 촉매는 연료전지 촉매 반응에서 좋은 성능을 나타내지만 고온에서는 효율이 떨어져 전기차와 같은 저온형 연료전지에만 활용됐다. 적은 매장량과 비싼 가격도 향후 대규모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목받고 있다.

(왼쪽)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전극, (가운데) 전극 내부의 표면에 형성되어 있는 단일원자 촉매, (오른쪽) 촉매 표면에 분산되어 있는 백금 원자 (밝은 점: 백금 원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제공) 2020.09.11 /뉴스1

KIST-한양대 공동 연구진은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백금 촉매를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단일원자 촉매는 백금 원자와 세륨(Ce) 산화물 나노입자가 강하게 결합된 것이다. 백금 원자 하나하나가 세륨 산화물 나노입자의 표면에 퍼져 있으며 강력한 결합력으로 고온에서도 그 상태를 장시간 유지된다. 이런 특성 덕분에 모든 백금 원자가 반응에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어 백금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전극의 반응속도가 빨라졌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된 촉매는 실험에서 전극의 반응속도를 10배 이상 높이고 7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500시간 이상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게 확인됐다.

이번에 개발된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용 촉매는 백금과 세륨 이온이 녹아있는 용액을 연료전지의 전극 내부로 주입한 후 연료전지가 고온에서 작동하는 동안에 합성된다. 따라서 연구진은 별도의 특수장비 없이도 간단하게 전극에 주입할 수 있어 기존 연료전지에도 쉽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경중 박사는 "개발된 촉매는 저가 공정을 이용해 고체 산화물 연료전지 및 고온 전기화학 소자에 쓰일 수 있어 친환경 발전장치와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일원자 촉매가 700도 이상의 매우 높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활용범위가 크게 확장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게재됐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