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에 따른 일자리 전망 [이성엽의 IT 프리즘]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인공지능(AI)의 도입이 가속화하면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화두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사회 전반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맥킨지, 골드만삭스 등의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향후 10~15년 내 전 세계 일자리의 20~30%가 자동화할 가능성이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AI가 "글로벌 노동 시장에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은 블로그에 "아마 10년 뒤에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종래 자동화가 조립라인이나 회계와 같은 반복적, 일상적 업무를 대체했다면 AI는 비일상적, 창의적 업무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 AI는 명시적인 지시 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패턴을 인식하고, 예측할 수 있으며, 글을 쓰고 제품을 설계할 수도 있게 됐다. 다만 단순한 일자리에 대한 혁명적 변화 전망 외에 다음과 같은 구체적 질문도 제기된다.

첫째, 일자리 대체는 모든 계층에게 동일하게 이뤄질 것인지 하는 것이다. 우선 대체되는 일자리는 주로 AI와 자동화에 취약한 단순 반복 업무와 정형화된 사무직일 것이다. 은행 창구 직원, 우편 서비스 직원, 데이터 입력 직원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생성형 AI, 에이전틱 AI의 출현으로 초급 화이트칼라 일자리 역시 타격을 받고 있으며, 향후 5년 내 관련 일자리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결국 중상급 내지 최고 의사결정권을 지닌 소수의 화이트칼라 인력을 제외하면 모든 계층이 AI에 의한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저숙련자와 고성과자 간 AI 활용으로 인한 격차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AI 도입 초기에는 AI가 '평등화 도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즉 AI 도입으로 숙련도가 낮은 근로자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기회를 평등하게 부여받았다. 예컨대 스탠퍼드대의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등의 2023년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도구가 '초보 고객지원 직원'의 생산성을 34%나 향상했다.

이처럼 초기 연구에서는 실적이 낮은 사람들이 AI 결과물을 모방함으로써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과학 연구, 사업 운영과 투자 같은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작업에 AI 활용 성과가 크다. 이런 맥락에서 고성과자가 저성과자보다 AI로 인한 혜택을 더 크게 보지만, 미숙련자와 반복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자동화로 인해 점차 일자리와 임금 위협을 받는 것이다. 이에 노동시장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AI 활용 역량 격차가 새로운 사회적 분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21일 열린 '2025 상생협력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기업상담을 받고 있다. /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둘째, AI로 인해 더 늘어나는 일자리는 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 하는 것이다. AI가 업무를 재편함에 따라 기존 인력은 다른 업무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들은 여유 시간을 이용해 보다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고, 신입 변호사들은 사무적인 일 대신 고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한편 AI의 확산은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먼저 AI 기술을 개발·활용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들이 부상할 것이다. AI·머신러닝 전문가, 프롬프트 엔지니어, 빅데이터 전문가, 핀테크 엔지니어, 정보보안 분석가 등 기술 관련 직무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다음으로 AI 윤리감사관, 데이터 거버넌스 매니저, 생성형 콘텐츠 감독자 등 AI를 관리, 감독할 직업이 나타날 것이다. 이들은 기술과 인문, 법제도 모두를 이해하는 복합 전문가이다. AI가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를 넘어 사회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가 되는 만큼 이를 감시·평가하는 새로운 직업군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 왜 일자리 감소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변화가 더딘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아직 10% 미만의 기업만이 AI를 실질적인 상품 및 서비스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AI를 도입하더라도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 대신 AI를 단순히 직원들의 일을 보조하는 생산성 증강 도구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AI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감소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테크 기업 중심으로 감원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메타(Meta)는 AI 슈퍼 인텔리전스 개발에 집중하면서도 조직의 효율화를 명분으로 AI 연구 부서를 포함한 AI 관련 인력 수백 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아마존(Amazon)도 내부 전략 문서를 통해 2030년까지 물류 창고 운영의 75% 자동화를 목표로 하며 60만 개에 달하는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그동안의 인류 역사는 기술 혁신이 숙련된 사람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왔음을 보여준다. 산업혁명 때는 새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의 임금이 급등했고 단순 노동자는 소외됐다. 컴퓨터 시대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보상을 받았고 타이피스트는 사라졌다. AI도 비슷한 길을 갈 것이다. 복잡하고 정보가 풍부한 환경에서 판단력, 민첩성,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막대한 보상을 받을 것이다.

미 조지메이슨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에너지, 데이터, 제도, 규제 등 비기술적 요소가 성장 속도를 제한할 것이라고 봤다. 프랑스의 콜레주 드 프랑스(Collège de France) 교수인 필리프 아기옹(Philippe Aghion)은 "AI는 어부의 문제는 해결하지만, 연못의 생태계는 바꾸지 못한다"고 표현하며 AI의 혁신이 근본적인 자원 제약을 넘지 못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는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의 양상과 속도는 물론 이에 대한 대책 수립에 있어서 정부의 정책과 규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정부의 적절한 개입이 있는 경우 AI가 전면적, 즉각적으로 노동을 대체하기보다는 '인간과 AI 협업'(hybrid productivity) 형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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