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최연소 교수도 중국행…한국 '브레인'들 떠나는 이유
통신전문 송익호 명예교수 청두 UESTC 부임…연구기회 부족 탓
국내 석학활용 제도 미비 지적…과기부, 민관합동 인재TF 가동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최연소로 임용한 통신 분야 석학도 정년 이후 연구 기회를 찾아 중국행을 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정부 차원에서 인재유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중국의 파격적인 기술인재 영입을 막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4일 KAIST에 따르면 송익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명예교수는 37년간 카이스트에 재직하다가 올해 2월 정년 퇴임했다. 그는 통신 및 신호처리 분야 석학이다.
송 교수는 최근 중국 쓰촨성 청두에 소재한 전자과학기술대(UESTC)의 기초·첨단과학연구소 교수로 부임한 것으로 확인된다. 해당 대학교 교수 홈페이지도 신설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송 교수는 UESTC에서 신호 검출, 통신 이론, 인공지능(AI) 분야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UESTC는 군사적 응용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및 전장 에뮬레이터 등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2012년 미국 상무부 '수출규제 명단(Entity list)'에 오르기도 했다.
해당 외신은 송 교수에 연락 후 이적 사유를 물었으나, 송 교수는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송 교수 역시 정년 이후 추가 연구기회를 찾아 떠났을 거라는 분석이다. KAIST에는 종신으로 강의·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정년 후 교수' 제도가 있지만, 연간 연구과제를 3억 원 이상 수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학계 관계자는 "학생을 지도하고 연구하려면 그 정도 과제비 조건이 설정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유전자가위 석학인 김진수 교수도 이 제도를 통해 KAIST로 최근 영입됐다. 서울대나 해외 러브콜을 고사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KAIST 차원서도 어느 정도 노력은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인재 유출 방지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실제로 석학 유출은 KAIST만의 사례는 아니다. 지난해 이기명 전 고등과학원 부원장, 이영희 전 성균관대 HCR 석좌교수 등이 은퇴 후 중국행을 택해 안타까움을 샀다.
이는 고급 두뇌인 석학을 활용하는 국내 제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올해 5월 정회원 2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 61.5%는 최근 5년 내 해외 연구기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82.9%는 중국으로부터의 제안이었다.
더욱이 65세 이상 응답자 비중은 72.7%로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들 중 51.5%가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답했다.
관련해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젊은 과학기술 인재의 해외 유출방지와 해외 인재 유치를 목표로 TF를 출범시켰다. 정부에선 구혁채 과기정통부 제1차관이, 민간에서는 경계현 삼성전자(005930) 고문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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