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AI 시대 사람들 격차 더 커질 것…자신의 한계 갇힐수도"

"알파고 이후 바둑계 양극화 심화…최근 사회도 같은 흐름"
"AI 활용해 인간의 틀 깨야…고정관념 없는 AI가 더 창의적"

이세돌 UNIST 특임교수 삼성SDS 리얼 서밋 2025 키노트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1 뉴스1 ⓒ News1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AI에 질문하고 (답변을) 판단한 후 다시 질문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세돌 UNIST(울산과학기술원) 특임교수가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삼성SDS 리얼 서밋 2025' 키노트 세션 강연자로 나서 AI 시대의 위협 요소로 '격차 심화'를 꼽았다.

이 교수는 "2017년 바둑 AI 프로그램을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게 됐을 때 상향평준화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반대였다"며 "격차는 더욱 심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위랭커가 상위랭커를 이기기 더 어려워졌고 탑랭커는 그대로 쭉 멀리 가버렸다"며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있어 상위랭커가 하위랭커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 삼성SDS 리얼 서밋 2025 키노트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1 뉴스1 ⓒ News1 김민석 기자

이 교수는 바둑계에 나타난 이같은 현상이 이제는 사회 전반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미 앞서 나간 사람들은 3~4배속으로 성장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현재의 자리마저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며 "AI를 활용하면서 느낀 점은 자신의 능력이 AI 능력이 되고 자신의 한계가 AI의 한계가 된다는 거다. AI 시대에 오히려 자신 만의 좁은 한계에 갇힐 수 있다"고 했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 삼성SDS 리얼 서밋 2025 키노트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1 뉴스1 ⓒ News1 김민석 기자

이 교수는 AI를 활용해 인간이 가진 고정관념을 깰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30년 바둑을 두면서 굴곡이 없었다고 하긴 그렇지만 행복하고 즐거운 바둑 인생을 살고 있던 2016년 저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왔다"며 "바로 알파고와 대국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엔 인간이 컴퓨터에게 바둑을 진다. 그 당사자가 또 저였다는 걸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다. 패배한 것 자체가 굉장한 충격이었지만, 그것보다 알파고라는 AI가 두는 바둑이 더 자연스럽고 더 창의적이라는 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곱씹었다.

이세돌 UNIST 특임교수 삼성SDS 리얼 서밋 2025 키노트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9.11 뉴스1 ⓒ News1 김민석 기자

그는 "알파고와 대국 이후 '알파고 마스터' 버전이 나왔다"며 "3번째 수로 바둑 기사라면 아무도 두지 않는 수(일명 삼삼)를 보고 깨달았다"며 "그 수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한중일 기사 누구도 그 수를 두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두지 말라'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은 고정관념과 틀에 갇혀 있지만 AI는 그런 제약이 없다"며 "그래서 더 창의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AI와 협업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챗GPT 등을 둘러싼 부작용(AI 정신병)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최근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아닌 AI와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사람들이 소수지만 있다"며 "문제는 AI와의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는 것이다. AI는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거나 다른 관점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