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장코인 리포트]②'규제밖' 거래소 연명 돕는 '불량' 단독상장
코인마켓 거래소 거래량 상위권, '단독상장 코인'이 장악
2년 넘게 공지 없는 코인도 방치…거래소 모니터링 시급
- 박현영 기자,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김지현 기자 =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는 좀처럼 깨지지 않는 '5대 거래소 체제'가 존재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시행된 2021년 3월 이후, 은행 실명확인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해 원화마켓 운영을 시작한 곳은 고팍스 한 곳뿐이다. 원화마켓을 지원하는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체제는 꽤 공고해졌다.
이런 시장 환경으로 위기에 처한 곳들이 있다. 코인 간 거래만 지원하는 '코인마켓' 거래소들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지난달 발표한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금융당국에 등록된 국내 가상자산 거래업자(거래소)는 27개다. 그 중 시가총액 규모로 추정한 지난해 원화마켓 거래소들의 시장 점유율은 97% 가량으로 파악된다. 나머지 22개 거래소가 3% 점유율을 나눠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3% 점유율을 나눠 가지는 22개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어떻게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까. 대다수 거래소들이 사업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업을 지속 중인 곳들은 그 답을 '단독상장'에서 찾았다.
◇코인마켓 거래소, 왜 '단독상장'서 답 찾나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같은 주요 가상자산을 코인마켓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원화로 구매할 수 있는데 굳이 코인을 보내 거래해야 하는 코인마켓 거래소를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유동성 면에서도 그렇다. 업비트, 빗썸 등 대형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매수하면 1초도 채 안돼 거래가 체결되지만, 대부분 코인마켓 거래소에선 만원 어치 비트코인을 사는 데도 십여분씩 걸리기 일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인마켓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점점 줄고, 원화마켓 거래소들의 점유율만 커지는 '빈익비 부익부'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코인마켓 거래소에만 상장된 코인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상장 코인을 사려면 반드시 해당 거래소로 향해야 한다. 비트코인 같은 주요 가상자산으로 수수료를 벌 수 없는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다른 곳에는 상장되지 않은, 신규 코인들을 끌어들여야만 '연명'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코인마켓 거래소의 거래대금 순위 상위권은 모두 단독상장 코인들이 차지한다. FIU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코인마켓 거래소의 시가총액 규모 상위 10대 가상자산은 모두 단독상장 코인이었다.
국내 거래소(원화마켓 포함)에 상장된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에서 단독상장 코인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규모는 9%에 불과하다. 하지만 코인마켓 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에서 단독상장 코인의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1%다.
사실상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단독상장 코인으로 사업을 유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 거래대금 100만원 미만 코인 다수…위기의 단독상장
문제는 단독상장 코인은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유동성이 적기 때문에 시세조작에 취약한데, 코인마켓 거래소의 단독상장 코인은 더욱 그렇다. 코인마켓 거래소들 대부분이 거래대금 규모가 매우 적은 가운데, 거래대금 규모가 적은 거래소에만 단독상장돼있다면 유동성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24시간 거래대금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단독상장 코인인 한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우, 7일 기준 1위 가상자산의 거래대금은 2억원대로 이는 업비트 원화마켓에서 가장 적게 거래되는 가상자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5위 가상자산의 거래대금 규모는 35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한 거래소에서 거래대금 규모로 5위임에도, 천만원대 자금이면 시세 조종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코인마켓 거래소 내 단독상장 코인 다수가 사업 진행 상황조차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통상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최대한 여러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야 투자자도 많아지고 거래량이 늘어나며 프로젝트가 성장하기 때문이다. 사업을 제대로 이어가고 있는 유망 프로젝트일수록 여러 거래소에 상장될 가능성이 커진다. 장기간 중소 거래소 단 한 곳에만 상장된 프로젝트가 '유망'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뉴스1>은 코인마켓 거래소에 상장된 단독상장 코인들을 점검했다. 그 결과 △약 1년 혹은 그 이상 사업 관련 소식을 찾아볼 수 없거나 △거래대금이 하루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을 다수 발견했다. 또 해당 가상자산들 중엔 프로젝트 측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채널이 전무한 경우도 있었다.
◇2년 간 공지 없는 프로젝트도 존재…거래소 "모니터링·실사 진행"
일례로 코인마켓 거래소 중 한 곳인 포블(구 포블게이트)에선 취재 시점인 7일 기준 거래대금이 가장 많은 해치, 큐엔엔, 큐피바이오, 도아 등 코인이 모두 단독상장이다.
거래대금이 적은 코인들 중에는 단독상장이 더 많다. <뉴스1>은 그 중에서도 거래대금이 가장 적은 케이팝코인(KPOP)을 들여다봤다. 케이팝코인은 취재 시점인 7일에는 거래가 단 한 건도 체결되지 않았으며, 전날에도 약 2000원어치 매수 거래가 체결되는 데 그쳤다. 케이팝코인은 포블에만 상장돼 있다.
케이팝코인의 발행사 케이팝다오는 트위터, 디스코드 등 투자자와 소통할 수 있는 채널에서 지난해 7월까지만 글을 올렸다. 7월 이후 열 달 가까운 기간 동안 그 어떤 사업 소식도 없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로드맵에는 2022년 4분기 가수선발 오디션을 개최하고,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 참석한다는 계획이 있으나 이는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팝다오 관계자는 프로젝트 진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도 로드맵 대부분이 지켜지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그는 1만5000명 규모 다오(탈중앙화자율조직, DAO)를 조직하고, 드림콘서트에 참석한다는 로드맵은 지켰다고 밝혔으나, 다른 사업 계획에 대해선 "시장이 안 좋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어떤 사업적 공지도 발표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전략상 제대로 뛰어야 할 타이밍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포블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 정책에는 재단 비활성화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보호 조치가 필요한 경우 거래지원을 종료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 낮은 유동성으로 시세 조종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정상적인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 기간이 1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상장을 폐지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와 관련해 포블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포블 관계자는 "상장 부서에서 '프로젝트 활성화' 관련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다음주에 FIU 종합검사가 예정돼 있어 실사 이후 다시 모니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코인마켓 거래소 플렛타익스체인지도 7일 기준 거래대금 상위권 코인들은 대부분 단독상장 코인이다. <뉴스1>은 이 중 7일 기준 거래대금 10위권인 아리(ARI) 토큰을 들여다봤다. 아리 토큰의 일 거래대금은 100만원대이지만, 플렛타익스체인지의 거래량이 많지 않아 거래대금 상위권에 속한다. 플렛타익스체인지 단독상장 코인이기도 하다.
아리토큰의 마지막 공지는 플렛타익스체인지에 상장한다는 2021년 5월 공지다. 그 이후 어떤 사업적 공지도 없다. 아리토큰 홈페이지에선 대표의 이력을 찾아볼 수 있다. 대표는 한 주식회사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어 <뉴스1>은 해당 주식회사의 대표번호로 연락했으나, '없는 번호'로 나왔다.
플렛타익스체인지에서 거래대금 2위인 스탠드(STND) 코인, 5위 성공 토큰(BS) 등 거래대금 순위가 더 상위권인 단독상장 코인들도 마찬가지다. 스탠드 코인 약 10개월 간, 성공 토큰은 약 2년 간 사업적 공지가 없다.
단, 플렛타익스체인지는 실사를 통해 모든 코인을 모니터링 중이며 앞서 언급된 코인들처럼 장기간 사업적 진척이 없는 경우 기간을 주고 진척 상황을 보고하라고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스탠드 코인, 성공 토큰 등은 지난 2월 실사를 진행했고, 오는 5월까지 로드맵 및 백서를 정비해 제출하라고 했다고 거래소 측은 밝혔다.
아리토큰도 지난해 12월 실사를 진행했다. 플렛타익스체인지 측은 "아리토큰은 투자 유치를 기다리는 중이라서 5월까지 진행 상황을 다시 제출하라고 했다"며 "쟁글을 비롯해 코인 외부 평가가 가능한 곳에서 심사받고, 그 내용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방치 코인' 피해 멈추려면…모니터링·투자 유의가 답
앞으로도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주요 가상자산으로 매출을 올리기는 힘들다. 대형 거래소가 아닌 코인마켓 거래소에서 거래할 유인을 만드려면 해당 거래소에만 상장돼 있는 단독상장 코인들을 발굴해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렇게 단독상장된 코인들 중 향후 사업을 키워나가는 프로젝트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거래소에만 상장된 채로 방치된다는 점이다. 방치된 코인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이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코인마켓 거래소들의 철저한 모니터링뿐이다. FIU 측은 "지난해 국내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34%는 시총 1억원 이하 소규모로 급격한 가격변동, 유동성 부족 등 시장 위험이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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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가상자산, 이른바 '단독상장 코인'은 오래 전부터 업계 내 골칫거리로 통했다. 유동성이 적고, 적은 만큼 가격 변동성은 커 시세 조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강남 살해' 사건 등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코인들도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된 단독상장 코인이다. <뉴스1>은 단독상장 코인의 문제점과 투자 시 주의사항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