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000억 사기 혐의' 빗썸 실소유주 이정훈에 징역 8년 구형

검찰, 이정훈 전 빗썸 이사회 의장에게 징역 8년 구형
BXA 코인 매도로 빗썸 지분 매매대금 지급이 가능했는지가 쟁점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000억대 사기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10.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검찰이 1000억원대 규모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실소유주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강규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 전 의장 측이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으로부터 빗썸 인수 관련 계약금을 편취하기 위해 BXA 상장을 약속했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피해금액 상당액의 양도소득세가 이미 지급돼 관련 내용을 참작해야 한다고 구형 이유를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전 의장의 선고기일을 12월 20일로 잡았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이 전 의장은 최후진술 과정에서 연신 손을 떨고 중간중간 호흡을 가다듬는 등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빗썸코리아의 지배 구조와 관련한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2022.10.1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검찰 "빗썸 실소유주, 강종현씨 아닌 이정훈 전 의장"

검찰 측은 최종 의견 진술에 앞서 빗썸의 실소유주가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최근 일부에서 강종현씨 등 빗썸 실소유주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 전 의장이 여전히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이 전 의장이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과 매매계약을 맺던 2018년 10월 이전까지 빗썸홀딩스가 빗썸코리아의 지분 75.99%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헀다. 빗썸홀딩스의 지분을 DAA가 30%, 피고인 이 전 의장이 26.69%를 가지고 있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김병건 회장이 빗썸 인수 관련 잔금 지급에 실패한 이후 이 전 의장 측이 질권을 실행, 지분을 회수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이 전 의장은 비덴트 쪽에 약 1200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했다. 최근 기준 DAA 측에서 빗썸홀딩스 지분을 29.88%, BTHMB홀딩스에서 10.7% 보유하고 있다.

검찰 측은 "현재 이정훈 측이 빗썸홀딩스 지분 최대 40% 이상을, 비덴트에서 34.22% 차지하고 있는 만큼 피고인(이정훈)이 (빗썸코리아를) 실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라며 "최근 언론에 강종현 씨가 빗썸의 회장이다 실소유주다라고 나오는데, 수사하는 동안 강종현 씨가 한번도 등장한 적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피고인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최고권력자이기 때문에 최근 빗썸코리아 대표인 이재원 씨도 아이템매니아에서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고, 피고인이 지명한 것"이라며 "2018년 10월 이후부터 현재까지도 피고인이 계속 빗썸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상담센터 모습. 2021.4.2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檢, "이 전 의장, 거래소 코인 발행해 인수 계약금 편취"

이날 결심 공판에서는 빗썸 인수대금 일부를 BXA 코인으로 조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검찰 측은 이 전 의장측이 김병건 회장에게 BXA의 상장을 약속하며 빗썸코리아 인수대금 일부를 코인 판매 대금으로 지급케 했다고 봤다. 이 전 의장 측은 상장을 약속한 적이 없으며 김 회장 측도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측은 2018년 빗썸코리아의 당기순손실을 메꾸기 위해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이 거래소코인을 기획했다고 봤다. 바이낸스·후오비의 사례를 준용해 거래 수수료 지급 명목으로 거래소코인을 사용케 한다는 것이다. 다만 거래소에서 코인의 유동량을 임의로 조정해 시세조종 우려가 있고, 대주주와의 이해충돌 우려도 있어 금융당국이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어 거래소코인이 금지된 시점에서 이 전 의장이 거래소코인 발행을 위해 해외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김병건 회장을 기망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2월 이 전 의장이 싱가포르에 비버스터(B.BUSTER)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빗썸코리아 임원진들을 파견해 빗썸코인 프로젝트에 투입했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해당 거래소코인이 김병건 회장을 기망하는 데 쓰였다고 봤다. 이 전 의장이 김병건 회장에게 빗썸 인수와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BXA는 빗썸에 상장하겠으며, 빗썸 인수대금 3억5000만달러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 대금은 BXA를 발행·판매해 지급해도 된다고 속여 상당금액을 편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2018년 8월 30일 녹취록을 보면 이 전 의장이 3억5000만불의 인수대금 중 주식 20%, 코인 40%로 지급하라고 했다는 부분이 계속 진술된다"라며 "녹취록 전체를 보면 다섯 군데에서 주식 20%, 코인 40%를 발행해서 (인수대금을) 준다는 내용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정황상 이 전 의장이 BXA의 빗썸 상장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증거 등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이 김 회장에게 바이낸스·후오비에서 거래소 코인의 가격 유지 방법을 설명했고, 거래소코인이 자사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는 경우는 전무하기 때문에 상장을 약속한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이 전 의장은 당시 등기상 직책을 가진 게 아니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계약서나 발언상 빗썸에 상장하겠다 밝히면 차후가 문제가 될 수 있어 의도적으로 발언을 안한 것"이라며 "약속이나 확약을 하지 않더라도 최종 계약서상 (BXA 상장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김 회장을 기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병건 BK메디컬그룹 대표 겸 비티씨코리아닷컴 최대주주가 27일 서울 강남구 BK성형외과에서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빗썸 인수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8.10.28/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이 전 의장측, "코인상장 확약한 적 없다" 반박

이 전 의장측은 빗썸 인수를 제안한 측은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 측이며, 최종계약문서 어디에도 BXA의 상장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의장측 변호인은 "이 사건은 김병건 측과 이 전 의장 측 구체적 협상을 통해 작성된 최종계약문서가 존재한다'라며 "본계약 체결 이전의 서면 또는 구두에 의한 의사표시 합의에 우선한다는 완전합의조항이 있어 피고인이 상장약속을 했는지, 어떤 의무를 졌는지에 대해서는 문서가 우선'이라고 설명헀다.

이어 "최종계약문서 어디에도 코인상장을 확약한다는 내용이 없다'라며 "김병건 측이 코인 상장 확약이나 진술보장 조항 등을 여러 차례 걸쳐 시도헀으나 이 전 의장 측은 명시적으로 거절했고, 김병건 측은 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덧붙였다.

BXA 코인이 잠정 중단된 경위에 대해서도 밝혔다. 국내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의 사전판매 및 구매를 금지했고, NH농협은행과의 입출금계좌 재계약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측 변호인은 "김병건은 BXA 코인 정식 발행 전부터 업체를 통해 국내 판매를 종용하고 스스로 내국인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등 투자금 모집 행위를 해왔다"라며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국내에서 판매하는 빗썸 코인은 모두 사기라고 하는 등 기만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의 이같은 행위에 금융감독원이 은행을 통해 간접 제재를 가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농협은행이 빗썸과 실명계좌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수관계인의 행위가 법령 및 금융당국 지침을 위반해 고객 피해 발생 야기할 것이 확인되는 경우 은행은 즉시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것이다.

이어 공동경영에 관해서도 이 전 의장측이 김병건 회장을 기망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변호인은 "2018년 11월 김병건 회장은 빗썸을 인수한 것에 대해 한국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며 국회의원 등을 만나 인수 사실을 알리고 다녔고, 빗썸 임원들에게 의전을 요구하기도 했다"라며 "대내외적으로 빗썸 회장으로 불리며 시건장치가 있는 회장실에 정기적으로 출근하고 담당 비서를 두기도 했다"라고 반박했다.

◇이정훈 전 의장, "김병건 회장, 책임 미루는 것…진실 봐달라" 호소

이날 결심 공판에 출석한 이정훈 전 의장은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다. 일반 정장 차림에 안경을 쓴 채로 출석한 이 전 의장은 마지막 최후변론시 안경을 벗고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마이크를 쥔 손을 떨고 중간중간 숨을 몰아쉬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김병건 대표의 화려한 인맥과 빗썸에 대한 열정,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보고 매수사를 결정했다'라며 "빗썸은 한때 세계 거래소 1위였고 매각 당시에도 한국 1위 거래소라 매각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해 해외 직접투자신고와 같은 국가에 필요한 신고도 다 했고 주식양도세도 제때 전부 납부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병건이 계약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에게 고소를 당하기 그 책임을 저에게 미루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안좋은 기사가 나왔고 회사의 신뢰성에 큰 훼손을 주어 임직원분들을 힘들게 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관련해 재판부는 이 전 의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12월 20일 오후 2시로 고지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