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하는데 제도는 제자리"…'카카오 먹통'=배터리 '규제 먹통'
ESS·UPS 화재 사례 이어졌지만…UPS 규제는 "이제 만드는 중"
UPS 화재 지난 5년간 57건…기술발전에도 '규제 공백'에 카카오 대란 초래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화재에 취약한 리튬이온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정전 전원장치(UPS)에 모두 쓰인다. 같은 리튬 이온 배터리지만 ESS는 안전 규제가 강화되는 사이에 SK C&C 화재의 원인이 된 UPS 보조 배터리는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기술의 발전에도 이를 따라가지 못한 '규제 먹통'이 전국민의 일상을 뒤흔든 '카카오 먹통'의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다.
20일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ESS를 중심으로 정부 당국의 안전관리가 이뤄지며, 같은 종류의 배터리를 쓰는 UPS는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 먹통'으로 이어진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는 SK온의 리튬 이온 배터리. 리튬 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져, 작은 공간과 무게로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스마트폰, 전기차 등에 쓰일 뿐 아니라, 배터리를 묶어 배터리 팩을 만들어 재생에너지용 ESS나 UPS에 쓰인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내부 결함, 노후화, 파손으로 불이 붙을 수 있다. 훼손 등의 원인으로 배터리 내부 온도가 오르다 보면, 내부 전해질이 끓어오르고 양·음극의 분리막이 파손될 수 있다. 분리막이 파손되면 다량의 화학반응이 일어나며, 화재로 이어지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리튬 배터리 화재는 기존 납 축전지 등에 비해 화재진압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은 ESS에 쓰이든, UPS에 쓰이든 똑같이 지대하지만 규제 논의는 ESS를 중심으로만 이뤄졌다. ESS는 전력부하 관리에, UPS는 전력 품질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는 다르지만 주로 리튬 이온 배터리를 활용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UPS는 유독 규제논의에서 벗어나 있었던 것.
소방청, 산업통상자원부는 ESS와 UPS를 지금까지 별도로 취급했다. 이번 화재의 원인이 된 SK C&C의 배터리는 UPS로 분류돼 사각지대에 방치됐다. 결국 현재의 법 테두리로는 전국을 뒤흔든 이번 먹통 사태를 미연에 막을 수 없었던 셈이다.
민간의 발빠른 기술 발전에도 정부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규제 공백'이 전국민을 일대 대혼란에 빠트린 것이다. 규제 공백에 있던 리튬 이온 배터리로 초래된 이번 화재가 인명피해나 데이터 유실이 불가피한 데이터 센터 전소 등 더 큰 피해로 치닫기 전에 카카오 서비스 장애라는 혼란 상황 정도로 마무리된 게 오히려 다행일 정도다.
산업부는 19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UPS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업계 의견수렴, 특별 안전점검, 공청회 등을 거쳐 UPS 안전기준(안)을 마련하고, 안전기준 제정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UPS에 대한 안전기준은 현재 만들고 있으며, 관리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해당 보도설명자료에 따르면, 규제 사각지대에 대한 추가 설명으로 "ESS와 UPS는 용도와 기술적 측면 등에서 다르다"며 "최근 경제성(수명, 설치면적)으로 인해 UPS에 주로 사용되던 납축전지가 리튬 배터리로 교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S와 UPS는 기술적으로 다르고, UPS가 기존 납축전지에서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교체 중인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번이 '카카오 먹통' 사태가 처음이었다면, 규제 형성 도중에 일어난 안타까운 상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UPS 화재는 이전에도 있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UPS 화재 관련 현황을 보면 한국감정원 화재(2018년 1월), 공영홈쇼핑 화재(2019년 4월), 수원시청 화재(2019년 4월), 동인천역 화재(2020년 11월), 메가박스 화재(2022년 7월) 등 UPS 문제로 인한 화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며 "최근 5년간 UPS로 인한 화재는 총 57건"이라고 말했다.
2017년부터 57건의 화재가 있었지만, 2022년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안전 기준'안'이 입안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러한 ESS와 UPS의 관리에 대한 안전 규제의 주무 부처는 산업부이지만, 일상적인 화재 점검을 하는 소방청 역시 UPS에 대해서는 이제야 안전 규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UPS에 대해서는 축전지 실에 대한 안전 규제를 적용받지만, 리튬 배터리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번 화재를 계기로 해서 리튬 배터리를 대용량으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UPS 배터리 화재에 대한 관계 당국의 안전 관리가 미흡했던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성환 의원은 "화재가 발생한 SK C&C IDC는 센터 구축 이후 전기안전공사가 진행한 수·발전 설비에 대한 안전점검이 총 57회 이루어졌고 전부 합격을 받았다"며 "합격 처분받은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유는 검사 대상에 UPS가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에 기반한 ESS가 확산됐지만 법·제도 정비가 잘 안됐다"며 "(이번 화재에서도) 현행법은 다 지켜졌고 모두 다 규정을 지켰는데도 큰 피해가 일어난 것이다. 법 제도 정비가 안돼서 일어난 '후진국형 사고'다. 공무원들이 선제적으로 제도 정비를 하지 않은 '보신행정'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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