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發 망전쟁]③"애국마케팅에 CP 폭망?"…'이대남 표심'에 정치권도 가세
법안 주도 민주당도 말바꿔 "문제점 있어 보여" …망 사용료 법, '표퓰리즘'에 발목잡히나
게이머 등 2030 표심 겨냥?…"합리적인 논의 시급"
- 정은지 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가 국내 유튜버를 이용해 여론전에 나선 가운데 미국 아마존의 세계 최대 방송플랫폼 트위치의 화질 제한이 촉발한 '망 사용료' 문제가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망 사용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해당 법안에 큰 이견을 나타내지 않던 여야는 책임 공방을 벌이며 표류하고 있다. 특히 '망 사용료'가 여론전으로 확산되는 사이 정책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이 '포퓰리즘'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애국마케팅에 CP 폭망"…우왕좌왕하는 국회
'망 사용료'는 구글, 넷플릭스 등 IT·콘텐츠기업(CP)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만큼, SK브로드밴드 또는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업자(ISP)에 망 이용에 대한 비용을 내도록 하는 법안이다.
당초 여야 의원들 모두 큰 이견없이 참여했던 망사용료 의무화 법안은 현재 국회에 총 7건 발의돼 있다. 대표 발의자 소속 정당은 민주당이 4건, 국민의힘이 2건, 무소속이 1건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망 사용료 (의무화)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며 "잘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트위치가 지난달 30일부터 초고화질(1080픽셀)로 운영하던 동영상 화질을 최대 720픽셀로 낮춘다고 발표하자, '망 사용료' 지불을 의무화 하는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트위터 사용자 글에 대한 답변이였다.
해당 법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수 참여했다는 점과 비춰봤을 때 기존 당론과 반대되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렸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30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이 '딴지일보' 게시글을 통해 "소수의 국내 ISP(통신사업자)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콘텐츠사업자)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강한 어조로 법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망사용료 이슈는 국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여당이 같이 하자고 했는데 야당끼리 망 사용료 공청회를 했다"며 "그사이에 구글, 넷플릭스가 공격하니 물러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야당 간사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 사용료 관련해 박성중 간사, 김영식 의원을 비롯해 7명이 관련 법안을 냈다"며 "이 부분은 야당의 입장을 물어볼 게 아니라 여당 입장이 뭔지 물어보고 싶다. 서로 간 입장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맞받았다.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떤 근거로 입법하고 이용료를 산정하냐"며 "민간 갈등을 정부가 개입해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 망사용료 법, '포퓰리즘'에 발목 잡힐까
업계 일각에서는 망사용료 이슈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포퓰리즘'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9년 발의된 '타다 금지법'이다. '택시 표심'을 겨냥해 마련된 해당 법안은 국내 모빌리티 혁신을 저해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초 망 사용료 문제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갈등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망 사용료 법 국회 공청회를 기점으로 여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청회 직후 구글 유튜브가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을 독려하는 배너(띠광고)를 게재하는 등 입법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유튜버)들도 여기에 가세했다.
특히 최근 트위치가 한국에서만 화질을 제한한다고 발표하면서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큰 반발이 일었다. 트위치 측은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네트워크 요금을 언급하며 서비스 운영 비용 증가를 원인으로 꼽으면서 망 사용료가 부담됐을 거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법안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다시 게임 관련 유명 유튜버들이 망 사용료 법에 대한 비판 의견을 쏟아내면서 반대 여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망사용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게임의 주 이용층인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겨냥한 행보로도 해석된다"며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게임 유저들이 국회의원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어 정치권에서도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법안을 마련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완해야 하는데 일방적인 주장들이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본질을 벗어난 논쟁으로 합리적인 논의가 어려워 지게되면 우리나라 IT 경쟁력을 강화시킬 방법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국회를 대상으로 망 사용료 이슈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하반기 국회가 구성되면서 과방위 상임위원 중 13명이 신규로 과방위에 편입됐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정치권에는 젊은층 표심을 잡기 위한 관점에서 중요하게 볼 수 있는 이슈지만 (최근 여론전을 보면) 일부 크리에이터나 게이머들이 이 이슈의 맹점을 정확하게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누군가가 망을 고도화시키고 관리해야 하는 역할이 있는 만큼 객관적인 시각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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