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가 푼 '수학 문제'…AI 딥러닝·검색·보안 산업 '꽃' 피울까
조합론 문제에 도형 다루는 '대수기하학' 접목
수치 그린 그래프, ICT 산업 활용땐 효율성 강화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가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가운데, 그간의 연구성과가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차세대 먹거리에 어떻게 적용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허 교수가 해결한 대표적인 난제인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은 △인공지능(AI) 딥러닝 △검색 엔진 △보안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모두 수학 이론을 밑거름으로 삼는 최첨단 기술이기 때문이다.
◇허준이 교수 '그래프 이론' 기반해 리드 추측 등 난제 해결
여기서 '리드 추측'은 지난 1968년 공개된 뒤 풀리지 않던 난제다. 이웃한 꼭짓점을 서로 다른 색깔로 칠하는 '경우의 수'에 관한 문제다.
예를 들어 삼각형에 칠할 수 있는 색깔이 A개 있다면, 처음에 칠할 수 있는 색은 A가지다. 다음에 칠할 수 있는 색은 (A-1)개, 그다음에 택할 수 있는 것은 (A-2)가지다.
종합하면 색을 칠할 수 있는 가지수는 모두 'Ax(A-1)x(A-2)=A³-3A²+2A'이다. 이 함수에서 계수의 절대값은 순서대로 1,3,2로 늘어나다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리드는 추측했다.
허 교수는 이런 조합론 문제를 도형을 다루는 대수기하학 방법으로 지난 2012년 증명했다. 6년 뒤인 2018년에는 '리드 추측'을 확장시킨 또 다른 난제인 '로타 추측'을 풀어냈다.
이같은 성과의 핵심축은 그래프 이론으로 꼽힌다. 객체들이 어떤 관계를 지니는지를 표시함으로써 연관된 객체들의 구조를 다루는 것으로, 특히 AI 딥러닝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어떤 노드 택할지 나타내는 그래프 활용…AI·검색엔진·보안 도움
AI 신경망 내 어떤 노드를 택하고 뺄지 나타내는 수식을 바탕으로 데이터 학습의 효율성을 올리는 것이다. 애플 창업주인 고(故) 스티브 잡스가 지난 1986년 애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를 인수한 뒤 만화 제작에 미분 공식을 도입해 제작비를 줄인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예를 들어 AI가 '강아지 사진'을 인식하고 '강아지 단어'를 나타내는 것을 하나의 '점'이라고 하면, 공식은 이 '점'들만 연결되게 구성을 짠다. 그 결과 AI 기술이 '고양이 사진'을 인식해도 '강아지 단어'가 안 뜨게 한다.
허 교수의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딥러닝은 뉴럴 네트워크(신경망)가 층층이 쌓아 올라가 노드를 연결하는 구조인데 노드가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다"라며 "꼭짓점과 연결된 선분이 모인 그래프를 활용하면 CNN(합성곱)·RNN(순환) 신경망을 일부만 사용해 정보를 읽을 수 있어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래프 이론이 구글 같은 검색 엔진의 품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영훈 교수는 "검색 페이지에 '허준이 교수'를 입력하면 그 키워드가 들어있는 모든 웹 페이지 목록들을 꼭짓점으로 인식해 선분으로 연결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그래프로부터 구글 등은 가장 연관성이 높은 웹페이지를 읽어내고 추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가 활용한 그래프 솔루션이 양자 컴퓨팅 등 보안 프로그램 강화에도 쓰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교수는 "범용 마이크로 프로세스를 좋은 걸 만들어 놓으면 스마트폰·컴퓨터·태블릿PC에 쓰이듯 허준이 교수의 그래프 이론도 이런 경우"라며 "정보보안 등 멀티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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