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故 김정주 창업자의 뜻 이어간다…'블록체인 게임' 진출 선언

넥슨 "블록체인 게임 고민 많았지만…잠재력 확실하다"
"게임 코인도 발행 예정"…창업자의 '암호화폐의 꿈'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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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미국에서 쓰던 달러를 유로로 바꾸고 다시 원화로 바꾸듯, 메이플스토리에서 쓰던 게임머니를 던전앤파이터 게임머니로 바꾸고 또 바람의나라의 게임머니로 바꿀 수 있다."

이는 지난 2015년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넥슨의 성장스토리를 담은 책 '플레이'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구체적인 기술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게임과 게임 간의 '재화'가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상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8일 국내 대표 게임사 넥슨이 자사의 대표작 메이플스토리를 '블록체인 게임'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넥슨이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존 게임을 "아이템과·게임머니가 하나의 게임에서만 통용되는 닫힌 생태계"라고 표현하면서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 단일 게임의 한계를 넘어 열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월 유명을 달리한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뜻을 이어 받아 다수의 게임 사이에 경제 시스템을 연동하는 '새로운 가상세계'를 열겠다는 포부다.

◇ "블록체인 게임 고민 많았지만…잠재력 높아"

그간 넥슨은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등 국내 대부분의 게임사가 블록체인 게임에 뛰어들었을 때도, 넥슨은 나홀로 침묵을 유지했다.

8일 오전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에 나선 넥슨 강대현 COO는 그동안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지점을 허심탄회하게 전했다.

그는 "게임업계에 블록체인 열풍이 불면서,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면서도 "다만 최근에는 P2E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로 회의적인 시선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고 운을 뗐다.

강 COO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P2E 현상은 블록체인 기술의 전부가 아닌 단편적인 부분일 뿐이다"며 "PC 게임도, 모바일 게임도 초기엔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기 때문에, 블록체인 게임 역시 산업 변화의 혼란기를 겪고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을 △투명성 △열린 생태계 △가치의 저장이라고 꼽으면서 "기존 게임은 아이템, 캐릭터, 게임머니가 하나의 게임에만 통용됐다면, 블록체인은 그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대현 넥슨코리아 최고운영책임자(COO) ⓒ 뉴스1

◇ 넥슨 "암호화폐 발행 및 상장 예정"

넥슨의 첫 블록체인 게임은 '메이플스토리N'이다. 회사 측은 해당 게임에 대해 "이용자가 게임을 통해 NFT와 토큰을 획득할 수 있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넥슨표 '게임 코인'을 발행하겠다는 이야기다.

넥슨 관계자는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을 위해 기축통화를 발행하고 상장할 예정이다"며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실 넥슨은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지주사인 NXC를 통해 암호화폐 업계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2017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018년에는 유럽의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비트스탬프'를 인수하고 미국 암호화폐 거래 대행업체 타고미에 투자했다.

NXC는 지난해 넥슨 일본법인을 통해 당시 시세로 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비트코인 1717개를 매수하기도 했으며, 지난 5월엔 코빗의 김회석 최고재무책임자(CFO)가 NXC에 합류했다. 당시 NXC는 김 이사의 이사회 합류에 대해 "코빗과의 긴밀한 업무 협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NXC의 암호화폐 투자 행보는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결정이 반영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故 김정주 없었다면, 가상세계 논하기 어려웠다"

김정주 창업주의 '암호화폐의 꿈'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넥슨은 이날 고인이 된 그를 위한 애도의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창업주께서는 언제나 저희에게 큰 영감을 주시던 분이었다. 슬프고 황망한 마음을 차마 금할 길이 없다"며 "창업주께서는 넥슨의 경영에서 물러났고 2016년에는 등기이시작도 내려놨으나 저희에게 끼친 영향은 일상 곳곳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창업주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이 자리에서 게임과 가상세계에 대해 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며 "김 창업주는단순한 개척자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분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호니 대표는 "향후 2년간 선보일 신작 라인업을 통해 넥슨만의 엔터테인먼트가 세계 각지에 전파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넥슨의 개발진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실험에 매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