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카카오T 도보배송…파리바게뜨 빵 배달하고 2500원 벌었다
근거리 콜로 부담 적어…20분 만에 배달 완료하기도
12시간 '출근'에도 콜은 '4건'…이틀 동안 6건 중 3건 수행, 제휴처 확대해야
- 이정후 기자
(서울=뉴스1) 이정후 기자 = 카카오모빌리티가 도보배송 서비스를 지난 2일 정식 출시했다. 서비스 출시와 함께 강조한 키워드는 '근거리 배달 아르바이트'. 배송거리는 최대 1.5㎞로 산책 또는 운동 삼아 이동할 만한 거리다.
배달 상품은 제한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제휴를 맺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올리브영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상품만 배달할 수 있다. 고객에게 상품을 직접 전달하는 '라스트마일' 시장 강화에 나선 카카오모빌리티의 도보배송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봤다.
◇간단한 등록 절차와 배달…직선거리 기준은 아쉬워
도보배송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카카오T 픽커' 앱을 설치하고 퀵·도보배송 통합 기사 등록절차를 마쳐야 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등록절차는 마무리된다. 도보배송은 킥보드, 오토바이, 승용차 등으로도 수행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도보배송 기사로 등록을 마치면 심사가 완료되고 배달을 시작할 수 있다. 기자는 토요일 저녁에 배달 주문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4일 오후 8시쯤 '출근' 버튼을 눌러 콜을 기다렸다. 20여분만에 들어온 첫 번째 콜은 700m 떨어진 '파리바게뜨'에서 상품을 픽업하고 400m 떨어진 아파트로 배달하는 임무였다.
흔쾌히 콜을 수락하고 픽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하지만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곳을 걸어서 이동하니 길을 자꾸 헤맸다. 상품 픽업 후 목적지까지 2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자 배달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떴다. 우여곡절 끝에 첫 도보배송을 마치고 2500원을 포인트로 받았다. 운동하는 느낌은 덤이었다.
1시간 뒤에 들어온 두 번째 콜은 반경 1.4㎞ 거리에 있는 '쉐이크쉑'. 이는 실제 이동거리를 고려하지 않은 직선거리로 내비게이션에는 1.8㎞가 표시됐다. 상품 픽업을 위해서만 30분을 걸어가야 해서 콜을 수락하지 않았다. 최대 배송거리가 1.5㎞라는 카카오의 설명이 '반쪽짜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우선 직선거리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오픈했으나 추후 실제 거리를 기반으로 콜 배정 및 배송비 계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시간 동안 들어온 콜은 '4건'…제휴처 확장 필요해
토요일 저녁에 들어온 도보배송 콜은 두 건이 전부였다. 일반음식점이 다수를 차지하는 배달대행 시장에서 현재 카카오모빌리티가 제휴를 맺은 베이커리·디저트 위주의 프랜차이즈 배달 비중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기자는 좀 더 긴 시간 콜을 받아보기 위해 현충일(6일)에 다시 '출근' 버튼을 눌렀다. 오전 10시30분에 출근하고 1시간 만에 첫 주문이 들어왔다. 이번에는 400m 떨어진 파리바게뜨에서 상품을 픽업하고 170m 거리로 배송하는 주문이었다. 거리가 가까워 배송 완료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배송비로 2500원을 더 얻었다.
이날 기자는 오후 10시30분까지 출근 상태를 유지했다. 12시간 '대기'했지만 오후 7시쯤 비슷한 거리의 파리바게뜨 배송이 한번 더 있었을 뿐 추가적인 배송은 수행하지 않았다. 도보로 이동하기에는 먼 거리의 콜이 두 건 들어와서 거절한 것도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접수되는 콜 수가 너무 적었다.
물론 기자가 거주하고 있는 '영등포구 신길동'이라는 동네의 특수성과 야외 이동이 많은 공휴일이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의 도보배송 서비스가 활성화되려면 제휴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 확대가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격적인 기사 모집 프로모션…배달 시장 경쟁 커질까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제휴처 확대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반기에는 소상공인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것. 다만,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도보배송이 가볍고 배달이 수월한 물품의 배달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어 속도가 중요한 음식 배달 시장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배송 생태계 구축의 핵심인 기사 모집에도 적극적이다. 서비스 출시 프로모션으로 추첨을 통해 최대 1000만 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1포인트는 1원에 해당한다. 또한 이벤트 기간 내 일정 횟수의 배송을 마치면 추가 포인트도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공격적인 프로모션 정책은 도보배송 기사뿐 아니라 더 많은 배달 기사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이름은 '카카오T 도보배송'이지만 킥보드, 오토바이, 승용차로도 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제휴처 확대 방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배달대행 업계와의 경쟁은 일부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leej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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