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 앱, 한국만 불법]②운동하고 돈벌면 게임일까?

게임-탈중앙 금융의 융합 서비스…앞으로 유사 논란 반복될 듯
서비스 생태계 구축은 미완료 상태…안정적인 서비스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편집자주 ...19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모바일 혁명을 넘어 2010년대 블록체인 혁명이 도래하면서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웹 3.0 시대가 열렸다. 일명 '돈버는 게임'으로 불린 P2E(Play to Earn) 열풍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움직이면 돈버는' M2E(Move to Earn)까지 등장해 이른바 '돈버는 앱'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바다이야기의 트라우마'에 갇혀 현금화의 'ㅎ'자만 들어가도 '사행성 노이로제'에 빠져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P2E가 불법인 곳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빼면 한국이 유일하다. 자원도 없이 사람과 기술로 먹고 살아야하는 한국이 웹3.0이라는 거대한 기술변천에서 '나홀로 왕따' 신세가 계속된다면 '미래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골든타임'을 더 놓치기 전에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때다.

(Stepn 홈페이지 갈무리) 2022.04.20 /뉴스1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16년 모바일 게임 '포켓몬고' 열풍이 불었다. 스마트폰에 이 게임 앱을 실행해 특정한 장소를 비추면 포켓몬 캐릭터가 실제인 것처럼 등장해 전세계인들이 열광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한 신개념 게임에 포켓몬을 잡겠다며 너도나도 밖으로 나섰다.

2022년에는 집밖으로 나가서 움직이면 '돈'이라는 보상까지 주어지는 게임이 등장했다. '운동하며 돈 버는'(M2E) 서비스 '스테픈(STEPN)' 얘기다.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면서 펼쳐진 신경제 시스템이다.

문제는 스테픈이 한국의 규제 이슈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사행성을 이유로 게임내 재화를 현금화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호주 기업인 스테픈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게임앱'으로 심사를 받은 점이 드러나면서 규제 이슈가 불거진 상황. 스테픈이 게임이라면 '돈버는' 기능은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논란은 남아있다. 스테픈은 과연 게임일까.

◇스테픈은 게임일까?…게임 요소 있지만 '난이도' 개념 희박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스테픈의 '게임성'을 심사 중이다. 게임위가 스테픈을 게임으로 인정한다면 앱 마켓 퇴출 조치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게임 개발사가 출시한 P2E(돈버는 게임)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는 게임위로부터 '등급분류 결정 취소' 통보받았다. 암호화폐의 현금화를 지원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에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stepn' 조회 결과 (게임물관리위원회 캡처) /뉴스1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입장에서 스테픈은 게임으로 분류하기에는 모호한 점이 있다. 서비스 내 활동으로 재화를 생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NFT를 성장시키는 과정은 분명 게임적 요소다. 실제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스테픈을 'GAME-FI'가 있는 '라이프 스타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소개하고 있다. GAME-FI는 게임(Game)과 금융(Finance)의 합성어로, 블록체인 게임과 암호화폐 생태계가 융합된 서비스를 말한다.

논란의 지점은 '게임적' 요소가 들어있는 융합형 게임(혹은 서비스)을 기존의 '게임' 규제의 잣대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레벨, 강화와 같은 요소는 분명 게임에서 차용된 요소다. 하지만 스테픈에는 게임의 핵심 특성 중 하나인 '난이도'가 희박하다. 투입 시간과 이용자의 실력으로 설계된 제약(어려움)을 뛰어넘는다는 개념의 '난이도'는 다른 인터랙티브 콘텐츠에는 두드러지지 않는 게임의 주요 특성이다.

스테픈의 '채굴 효율'은 게임의 난이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타 운동보조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레벨', '배지', '도전과제'와 같이 동기부여를 위한 장치로 볼 수도 있다.

또 이용자 경험 측면에서도 걷고 달리는 시간에 비해 게임적 요소에 투입되는 시간도 현저히 적었다.

다만 신규 NFT 발행(민팅)에 있어 '미스터리 박스'라는 확률형 시스템은 스테픈이 게임으로 분류될 시, 사행성의 요소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2010년대 이후 각종 '비 게임' 모바일 서비스에는 경쟁, 레벨, 도전과제, 보상과 같은 게임에서 유래한 시스템을 차용해 이용자의 참여를 높이는 '게이미피케이션' 기법이 보편화됐다. 또 향후 발전할 메타버스 서비스도 게임과 유사한 외향을 가지고 있고, 게임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스테픈의 게임 여부에 대한 논란은 '메타버스 시대', '웹3.0 시대'에 계속될 사안이라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문제다.

25일 오후 4시께 스테픈 대체 불가능 토큰(NFT) 시장의 가장 저렴한 NFT 현황.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 시점 1SOL(솔라나)는 약 12만원에 거래됐다. (STEPN 애플리케이션 캡처) 2022.04.25 /뉴스1

◇NFT·암호화폐 폭락 등 위험 요소 존재…고가의 NFT 진입장벽은 '대여' 기능 추가 예정

그렇다면, 지인에게 스테픈을 추천할 수 있을까? 체험기의 결론은 '재미있는 서비스이지만, 위험 요인을 충분히 알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다.

우선 '게임위 리스크'다. 게임위 심의로 인한 퇴출 가능성이 여전하고 아직 성숙하지 않은 경제 시스템도 리스크 요인이다. 스테픈은 퍼블릭 베타 서비스 중으로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다.

스테픈과 같은 NFT나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암호화폐와 NFT가 과도하게 공급돼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경우 서비스 경제 생태계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스테픈의 경우, 레벨업이나 각종 게임화 기능을 통해 채굴한 암호화폐를 소모하게 하고, 하루 중 일정 시간만 채굴이 가능하게 해 과도한 공급을 방지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미래 채굴을 위한 유예에 가깝다. 이제 서비스가 시작한 지 몇개월 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경제 체계가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또 고액의 NFT 구매라는 진입장벽도 위험 요소다. NFT는 수요가 없어지면, 가격이 추락할 위험이 있다. 그 결과 '돈'을 주요 동기부여 요소로 삼는 서비스 자체가 붕괴한다.

반대로 NFT 가격이 상승할수록 신규 이용자에게는 더 큰 장벽으로 작용해, 이용자 유입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서비스가 지속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스테픈 개발사 측은 앞으로 신규 이용자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NFT 대여 기능을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대여 기능은 NFT가 없거나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게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NFT 소유자에게 빌리고 채굴 수익을 나누는 시스템이다. 이 역시 안정적인 경제 순환 시스템 구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