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운동하고 돈번다?"…180만원짜리 NFT 운동화까지 사서 달려봤다

[돈버는 앱, 한국만 불법]①하루에 10분씩 나흘 뛰었더니…4만원 상당 암호화폐 채굴
고가의 NFT 구매 '진입장벽'…'채굴하러 나간 김에 운동' 효과

편집자주 ...19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모바일 혁명을 넘어 2010년대 블록체인 혁명이 도래하면서 '경제활동'까지 가능한 웹 3.0 시대가 열렸다. 일명 '돈버는 게임'으로 불린 P2E(Play to Earn) 열풍이 대표적인 예다. 이제는 '움직이면 돈버는' M2E(Move to Earn)까지 등장해 이른바 '돈버는 앱'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바다이야기의 트라우마'에 갇혀 현금화의 'ㅎ'자만 들어가도 '사행성 노이로제'에 빠져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P2E가 불법인 곳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빼면 한국이 유일하다. 자원도 없이 사람과 기술로 먹고 살아야하는 한국이 웹3.0이라는 거대한 기술변천에서 '나홀로 왕따' 신세가 계속된다면 '미래 먹거리'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골든타임'을 더 놓치기 전에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때다.

강추위 속에 눈이 내린 17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한 사람이 반바지 차림으로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2.1.17/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운동하면서 돈까지 번다고?"

'운동하며 돈 버는'(M2E) 서비스 '스테픈(STEPN)'이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분기 2600만 달러(약 33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고, 4월 중순 기준 약 30만명의 일일 이용자 수를 기록했다.

기존에 없던 사업 방식에 한쪽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평가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폰지 사기의 일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어떤 앱이길래.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기로 한다.

처음부터 진입장벽이 만만찮다. 스테픈을 이용하려면 150만원이 넘는 대체 불가능 토큰(NFT) 운동화를 사야 한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웹 3.0 신세계'를 맛보기 위해 큰 마음 먹고 NFT를 샀다.

이렇게 하여 휴일에 침대에서 숨만 쉬기 바빴던 기자는 '동네 러너'로 변신했다.

◇하루 60만원 수익? 헤비 유저라면 가능할 수도…현실은 4일차에 4만원

스테픈의 골자는 단순하다. 이용자가 NFT로 제작된 운동화를 구매하고,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장착한다. 그리고 GPS가 잘 잡히는 야외에서 걷거나 뛰면 암호화폐 GST(그린 사토시 토큰)이 생성된다. 이 GST를 GMT(스테픈 토큰)이나 SOL(솔라나)로 바꿔, 외부 가상자산 거래소로 보내 환전하면 법정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

우선 앱을 다운받고, 계정 활성화 코드(AC)를 구해 가입을 마쳤다. 그리고 운동화 NFT를 구매하기 위해 가격대를 살폈다. 가장 저렴한 것이 약 12솔라나(20일 기준 약 150만원 내외)였다. 하지만 걷고 뛰는 속도를 고려할 때 약 14솔라나(20일 기준 약 180만원)짜리는 돼야 쓸 만해 보였다.

큰 마음 먹고 NFT 구매까지 마쳤더니 또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을 위해서는 앱 내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오전·오후 4시와 10시에 채워진다. 꼬박 하루를 기다려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서야 뛰러 나갈 수 있었다.

스테픈(STEPN) 화면. (STEPN 애플리케이션 캡처) 2022.04.25 /뉴스1

채워진 에너지는 2 정도로, 10분 정도의 시간만 채굴할 수 있는 양이었다. 에너지의 최대치는 운동화 NFT를 여럿 구매할수록 늘어나, 최대 20까지 확장된다. 에너지 20은 약 1시간40분가량 운동(채굴)할 수 있는 양이다.

스테픈은 NFT 운동화의 종류에 따라, 특정한 걷는·뛰는 속도에서만 암호화폐가 생성된다. 속도 제한이 없는 NFT도 있지만 더 비싸다. 기자가 구매한 운동화 NFT는 시속 4㎞에서 시속 10㎞가 암호화폐 생성구간이다. 처음에는 가볍게 뛰었다. 뛰다 보니 신나서 빠르게 뛰기 시작하면 '과속'으로 채굴이 되지 않는다. '요구사항'이 많다. 안정적으로 채굴하기 위해 빠르게 걷는 것을 택했다.

10분 동안의 첫 채굴 결과는 5GST, 한화로 약 2만5000원 상당이다. 그런데 앱의 시스템상 채굴을 하면 운동화 NFT의 내구도가 떨어지고, 내구도가 떨어진 NFT는 채굴 효율이 떨어진다. 내구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리를 해야 한다. 이때 벌어놓은 GST를 써야 한다. 과도한 암호화폐 생성으로 인한 공급 과잉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풀이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애가 탄다.

또 채굴 효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GST를 투입해 운동화 NFT의 레벨도 올려야 했다. 수리와 레벨 상승에 암호화폐를 사용하고 나니 첫날에는 별로 남는 게 없다. 일부 보도에서 소개된 "일 수익 60만원"은 여러 (고가의) 운동화 NFT를 가지고, 높은 레벨에서 오랫동안 고효율 채굴을 해야 가능한 금액이었다.

다음 날에도 에너지가 차는 것을 기다려 채굴에 나섰다. 에너지는 최대치에 상관없이 24시간을 주기로 꽉 채워지는데, 매일 같은 시간에 채굴(운동)을 하게 만드는 '동기' 요소가 되었다.

4일간 매일 하루 10분의 채굴을 반복했다. 매번 NFT 내구도 수리와 효율 향상을 위한 레벨업을 반복하며 채굴한 암호화폐를 소모하기도 했다. 그 결과 체험 4일 차 채굴의 순수익은 6.41GST. 우리 돈으로 약 4만원(24일 기준) 남짓이다.

10분 정도의 채굴로 번 4만원보다 가치 있었던 것은 '나온 김에 운동'이었다. 첫날 10분 동안 빠르게 걷고 뛰고 나니, 살짝 땀도 나고 바로 집에 들어가기 아쉬운 마음에 더 뛰게 됐다. 마침 거리두기 해제로 집 인근의 운동장도 개방된 시점이라 30분가량 더 운동했고 체험 기간 내내 '나온 김에 운동'이 이어졌다.

◇운동을 위한 다양한 동기부여 요소…운동 앱으로서는 미흡

"다시 태어나면 사랑받는 개보다는 고양이로, 개는 산책 나가야 하니까"

친구와 이런 시답잖은 농담할 정도로 '집돌이'인 기자를 집 밖으로 내모는데, 스테픈은 충분했다.

우선 월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NFT 값 180만원이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투자한 돈이 아까워 발걸음이 집 밖으로 향했다. NFT가격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어느 정도 수수료를 지불하면 구매한 NFT를 재판매해서 원금을 상당히 보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걸어서 채굴한다는 아이디어가 신선했다. 그냥 운동하러 가는 것보다 돈도 번다니 발걸음이 가벼웠다.

앱의 설계도 동기부여 및 습관 형성을 위해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였다. 이 서비스에서 채굴기는 이용자와 운동화 NFT다. 앞서 밝힌 대로 운동화 NFT는 벌어들인 암호화폐를 재투자하면 채굴 효율을 높이는 '레벨업'을 할 수 있다. 체력 혹은 운동 습관을 수치화하는 장치로 보인다.

스테픈 운동화 관리 화면, 레벨업, 특성 수치 및 배분, 수리 등의 기능이 있다. (STEPN 애플리케이션 캡처) 2022.04.25 /뉴스1

이렇게 성장시켜 고효율로 만든 운동화 NFT는 나중에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점도 동기부여 요소다. 물론, NFT 가격이 떨어지면 본전도 못 찾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외에도 더 많은 운동화 NFT를 이용해, 긴 시간 운동하면 추가적인 보상이 이뤄지는 등의 시스템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운동 앱으로서의 기능은 미흡했다. 대부분의 운동 전문 앱의 경우에는 코칭 기능 및 거리별 속도 분포 등을 측정, 몸무게를 통한 소모 칼로리 추정 등의 기능이 있으나 스테픈은 걸음수, 달린 거리, 시간 등의 정보만 제공한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