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첫 사랑 '테라', 11년 만에 게임 접는다…"굿바이 테라"

미다스의 손 장병규-리니지 제작자 박용현의 합작품 '테라'
6월30일 서비스 종료…'글로벌 2500만 이용자' '2011 게임대상' 타이틀

크래프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크래프톤을 언급하면 게이머 열에 아홉은 '배틀그라운드'를 떠올린다. 배틀그라운드는 지난 2017년 출시된 1인칭 슈팅게임(FPS)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중 하나다.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덕에 크래프톤(시가총액 12조)이 엔씨소프트(9조)와 넷마블(8조)을 제치고 한국 게임 대장주에 오를 수 있었지만, 배틀그라운드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크래프톤을 지탱한 건 바로 '테라'라는 게임이다.

지난 2011년 출시된 테라가 서비스 11년 만에 문을 닫는다. 크래프톤은 지난 20일 테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6월30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테라를 야구에 비유하자면, 크래프톤의 선발 투수로 등판해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한 선수다. 비록 엔씨소프트 '리니지' 같은 초장수 게임이 되진 못했지만, 크래프톤의 1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는 평이다.

◇ 장병규와 박용현의 만남

테라의 시작은 '벤처업계 미다스의 손' 장병규와 '리니지2 제작자' 박용현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1997년 네오위즈를 공동창업해 '세이클럽'으로 대박을 터트리고, 2005년 온라인 검색 서비스 '첫눈'을 창업해 네이버에 350억원에 매각하며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은 장병규.

그는 글로벌 기업을 세우겠다는 목표 아래 '게임사' 창업을 결심했다. 포털 서비스와 달리 잘 만든 게임은 '해외 이용자'를 유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병규가 선택한 인물이 바로 '박용현'이다. 박용현은 엔씨소프트 대표 PC 게임인 '리니지2' 제작을 이끈 스타 제작자다. 그는 리니지1의 명성을 성공적으로 이으면서 게임 개발 감각과 역량을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당시 박용현은 차기작 리니지3의 개발 책임자를 맡고 있었지만, 가슴 한 켠에 '창업'에 대한 열망을 품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테라는 글로벌 성공을 꿈꾼 사업가 장병규와, 엔씨소프트라는 울타리를 넘고 싶었던 개발자 박용현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왼쪽부터)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박용현 넥슨게임즈 대표 ⓒ 뉴스1

◇ 3년 300억 초대작 게임

테라의 첫 명칭은 '프로젝트 S1'. 당시 MMORPG 제작을 위해 40억~60억원 정도 투입하면 대작 게임이라 불렸으나, 테라는 3년간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그야말로 '초대작' 프로젝트였다. 목표도 남달랐다. 한국을 넘은 '세계적 수준의 MMORPG'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테라가 장착한 차별점이 바로 '논 타케팅'(non-targeting) 전투다. 일반적인 MMORPG는 이용자가 몬스터를 지정하면 공격이 이뤄지는 반면 논 타게팅 방식은 몬스터를 지정할 필요 없이 칼을 휘두르면 그 범위 안에 있는 몬스터가 공격당한다.

즉, '때리면 맞는 것'과 '때려도 피할 수 있다'의 차별점으로 전투의 재미를 극대화 한 것. 당시 수많은 명령과 게임 동작을 컴퓨터가 계산해야할 만큼 기술 난도가 높아, 게임개발자들이 쉽게 시도하지 못했지만, 테라는 MMORPG 최초로 논타게팅 전투 시스템을 도입한다.

◇ 2011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

개발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개발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와의 소송전이 발생하고,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개발 비용은 40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베타 테스트 과정에서 경영진과 개발진의 의견 차이로 박용현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풍파를 이겨내고 세상에 나온 테라는 동시접속자 수 26만명을 기록하며 흥행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03주 동안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엔씨소프트의 PC MMORPG '아이온'의 자리를 뺏는 이변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결과 '2011년 대한민국 게임 대상'이라는 값진 성과도 낳았다.

글로벌 성과도 이어졌다. 북미·러시아·일본·유럽·대만·태국 등에서 최대 동시 접속자 수 20만명과 전 세계 2500만 이용자를 확보했고, 국내 MMORPG 중 최초로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원 등의 콘솔 버전을 해외 시장에 출시했다.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 News1

◇ 블루홀스튜디오, NFT 프로젝트 투입

크래프톤의 '선발투수' 테라가 11년만에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물론 장병규가 목표한 리니지 같은 초장수 게임이 되진 못했지만, 10년 이상 살아남는 MMORPG의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는 분석이다.

'저조한 신규 이용자' '높은 비즈니스모델(BM)' 다양한 문제가 수명을 단축시켰지만, 결국 리니지와 테라의 가장 큰 차이는 '게임 기획'에 있었다.

크래프톤의 자서전 '크래프톤웨이'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는 이용자끼리 대결을 벌이는 PvP(이용자 간 대결) 방식이라, 게임 속 이야기가 자가발전을 해서 지금도 여전히 수만명의 이용자가 찾는다"면서도 "다만 테라는 PvE(이용자 대 컴퓨터) 방식으로 설계돼 게이머는 몬스터와 대적해야하고, 제작사는 게이머들에게 콘텐츠를 끊임없이 공급해야 하는 차이가 있었다"고 짚었다.

쉽게 말해, 테라는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못한다면 이용자가 떠나간다는 것. 테라 개발진은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에서는 앞으로도 꾸준히 수호자님들이 만족하실 만한 업데이트를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서비스 종료 배경을 설명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이용자 분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며 "지난해 1월27일 이관 이후 테라의 서비스를 담당한 블루홀스튜디오는 서울옥션블루와 함께 NFT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고 밝혔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