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그 곳"…네이버 1784는 '현재 진행형'

"다양한 기술 실험 융합…시너지 높이는 기술 플랫폼 될 것"
1784 곳곳 누비는 '루키'…AI 기술 접목 부속의원도 오픈

네이버 1784 ⓒ 뉴스1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1784는 다양한 기술을 실험하고 융합하는 팀네이버의 시너지를 높이는 거대한 플랫폼이 될 것이다."

최수연 신임대표는 지난 13일 네이버 제2사옥이 들어선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4에 위치한 '네이버 1784' 28층의 스카이홀의 단상에 올라 이같이 말했다. '팀네이버'는 글로벌 3.0을 선언한 네이버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네이버 제2사옥인 1784 외관. (사진제공=네이버) ⓒ 뉴스1

네이버가 1784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이 공간이 사옥을 넘어서 기술 플랫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1784를 '첨단기술의 융합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로 정의한다. AI, 로봇, 자율주행 등 다양한 첨단기술들이 공간 안에서 지속적으로 융합되며 임직원들의 업무를 돕기도 하고, 나아가 이러한 시도들이 축적되며 새로운 혁신 서비스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때문에 1784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죽전에 위치해있던 로봇 연구소 역시 1784 내부로 이전해왔다. 이 곳에서는 실내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 양팔로봇 엠비덱스 등 네이버랩스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로봇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 1784 내 네이버랩스 로봇연구공간. (사진제공=네이버)ⓒ 뉴스1

1784가 만들어갈 혁신은 로봇 '루키'로부터 시작한다. ‘루키’는 클라우드·5G·디지털트윈 기반의 브레인리스 로봇으로,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어라운드(AROUND)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루키는 택배를 시작으로, 도시락, 카페 등 1784 내 다양한 거점에서 임직원들 대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들면 6층에 위치한 공간인 업무지원센터인 '로봇딜리버리'에서는 임직원의 택배가 도착하면 루키가 이 택배를 싣고 로보포트를 이용해 층간 이동을 통해 해당 임직원의 자리에 물품을 가져다주는 작업을 수행한다.

1784 6층에 위치한 로봇딜리버리. (사진제공=네이버)ⓒ 뉴스1

네이버 관계자는 "루키가 자율 주행을 하면서 아크(AI·ROBOT·CLOUD, ARC)에 위치를 전송해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며 "이동속도는 내부 테스트를 거쳐서 최적의 속도를 적용했으며, 직원들과 루키가 맞닥들였을 때에도 로봇과 부딪히지 않도록 반응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현재 40여대 수준인 루키는 연내 100여개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으로 개발된 아크는 건물 인프라와 연동된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을 뜻하는 것으로 모든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한다. 루키가 '브레인리스'로 운행이 가능한 이유도 이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아크를 통해 1784 내의 수많은 로봇들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수시로 업데이트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로봇들을 동시에 똑똑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1784 로보포트 (사진제공=네이버)ⓒ 뉴스1

루키가 타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 역시 1784에만 존재하는 시설이다. 아크와 연동된 로보포트는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전층에 걸쳐 '관람차' 형식으로 운행되는 순환식 구조로 설계돼 수직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루키는 1784 내 2층에 입점한 스타벅스의 로봇 딜리버리 서비스도 진행할 예정이다. 루키가 커피 등 음료를 배달할 때는 6개의 컵을 담을 수 있는 트레이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배달을 마치고 복귀하면 양팔로봇인 '엠비덱스'가 루키의 표면을 소독해주는 작업까지도 이어진다.

루키의 역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루키는 1784 3층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방송 제작에 필요한 업무들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 공간은 쇼핑라이브 전용 스튜디오 등으로 활용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비스 담당자들 역시 로봇 자체가 일상이 되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서비스와 융합을 기획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세계 그 어느 곳보다 거대한 로봇 실험실에서 앞선 기술과 서비스들이 차례로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1784에서는 드로잉로봇인 '아트로원'이 연구 중에 있으며, IPX의 대표 캐릭터인 '브라운'과 '샐리' 모습을 한 로봇을 활용한 실험도 진행 중이다.

1784 내 네이버 부속병원 (사진제공=네이버)ⓒ 뉴스1

AI 기능을 활용한 작업도 현재 진행형이다. 대표적인 시설이 임직원 대상의 300평 규모로 만든 '네이버 부속의원'이다. 부속의원에서는 클로바의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해 문진표를 온라인으로 작성하면 AI기술로 그에 따른 진찰 사항이 의료용어로 변환되는 등의 병원 내방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했다. 또한 다른 형태의 과거 검진 결과를 볼 수 있도록 항목들을 분류, 정리해 적절한 검진 추천도 해준다. 진료 후 결제 단계에서도 사원증을 태깅할 필요 없이 클로바 페이스사인을 통해 결제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최수연 대표는 "직원들을 위한 부속 의원에 IT기업 다운 기술을 넣어보는 것"이라면서도 "글로벌에서 의미있는 성과 없이 지역 상권 정도로 나갈 수 있는 움직임이라면 섣불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진출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1784 아크 (사진제공=네이버)ⓒ 뉴스1

이와 함께 임직원들이 네이버웍스를 통해 1784의 건물 인프라를 제어하고 AI 챗봇인 '웍스 비서봇'을 통해 사내 카페 및 식당에 실시간 메뉴 대기 현황을 확인하거나 회의실 내 AI스피커 '클로바 클락'을 비치할 예정인 것도 혁신을 현실로 만들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1784에서는 설계 단계부터 방역 관점을 고려해 '포스토 코로나' 시대를 대비했다. 개인 업무 공간이 일정한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설계됐고, 얼굴인식, 스마트주문, 로봇딜리버리 기술도 접촉 자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박태준 숭실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1784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방역과 업무 효율을 고려한 미래형 사무공간"이라고 평가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