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 배달비로 8000억 쓴 배민…문제는 배달비야?
배민 지난해 라이더 지출, 매출의 40% 달해…1년새 4500억 급증
단건배달 대세에 '배달비 인플레' 심화…"라이더 몸값은 오른다"
- 정은지 기자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적자폭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매출의 약 40%를 라이더(배달원) 비용으로 지출한 탓이다. 배민은 인건비보다도 많은 돈을 라이더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배달비 폭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하소연이다. 소비자들은 주문하는 음식 값보다 배달비가 더 많다며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에 불만이다.
그렇다면 배달 플랫폼의 정점에 있는 배민만 웃고 있을까? 지난해 실적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우아한형제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영업수익(매출액)은 전년 동기(1조336억원) 대비 약 94.5% 증가한 2조87억원으로 집계됐다. 거의 두배로 뛴 셈이다.
반면 수익성은 어떨까. 영업손실은 2020년 112억원에서 2021년 757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김봉진 의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딜리버리 히어로(DH) 주식 1000억원대를 임직원과 라이더 등에게 '무상 증여'하면서 총 1613억원의 주식보상비용이 인건비로 잡혔기 때문이다. 승자독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상생'을 실천하기 위해 임직원과 라이더들에게 1000억원대 보상을 나눴고 수익성엔 부담을 안겼다.
영업비용면에서는 외주용역비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위주용역비로 지출한 금액은 전년(3294억원) 대비 약 140% 증가한 7863억원으로 집계됐다. 외주용역비는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비용을 말한다. 이는 전체 영업비용 중 가장 많은 수준으로 종업원급여(3991억원), 지급수수료(3616억원), 상품구입비용(3161억원)보다도 컸다. 인건비보다도 97%나 많은 액수다.
전체 매출액에서 외주 용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31.8%) 대비 7%p 넘게 증가한 39.1%에 달했다.
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서울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단건배달 서비스인 '배민1'이다. 단건 배달은 '배민 천하'에 도전장을 낸 후발주자 쿠팡이츠가 선보인 '한번에 한집'만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기존 배달보다 빨라진 '총알배송'이다. 쿠팡이츠가 초기 마케팅비를 대거 투입하면서 값은 값이면 빨리 배달되는 단건배달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뺏기는 가입자에 배민도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지난해 6월부터 단건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쿠팡이츠와 배민의 경쟁에 라이더 몸값이 높아졌다. 묶음배송에서 단품배송으로 시장이 바뀌면 배달비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건배달비도 함께 뛰었다.
배민1이 전체 배민 배달 건수 중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수준이지만 배달료 부담은 커졌다. 지난해 라이더에 지급한 외주용역비가 7863억원으로 4500억원 넘게 급증한 배경이다.
거의 8000억원에 달하는 이 돈은 라이더에게, 크게는 식당 사장님, 소비자들에게 흘러갔다. 하지만 이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소비자들은 배달앱 하나로 '안방'까지 '밥상'을 대령하는 서비스를 누리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배달비는 내기가 싫다. 단건 배달이라는 '총알배송' 시장이 열리면서 '배달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배달비가 높아지는 것도 당연한 시장의 논리지만 배달비는 아깝다.
팔아도 남는 게 없어진 식당 사장님들은 고육지책으로 배민1 보이콧에 나섰다. 배달료가 비싼 배민1 대신 일반 배달을 선택해달라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외식 시장 확대로 시장 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배달 서비스에 길들여진 소비자들도 빠른 배송이 장점인 단건배달을 선호하면서 배달비가 가중되고 라이더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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