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리뷰] 인생 첫 미술 작품 투자…앤디 워홀의 '마릴린먼로'를 샀다

MZ세대 新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는 '아트테크'…'테사' 체험기
1000원 단위로 유명 작품 소유권 구매…"쉬운 UI 흥행할 만 하네"

제1회 더 갤러리쇼 출품작 앤디워홀의 셀프 포트레이트 ⓒ News1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교과서에서만 보던 '앤디 워홀'의 작품을 직접 보게 된 건 지난 2010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앤디 워홀 작품이 강렬히 와닿은 건 그의 쿨한 작품세계와 상상을 뛰어넘은 작품의 크기 때문이었으리라. '언젠가 성공한다면 앤디 워홀의 작품을 구매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지 11년 만에 그 꿈을 이루게 됐다. MOMA에서 봤던 앤디 워홀의 '마릴린먼로'를 소유하게 되면서다.

◇단돈 1000원으로 뱅크시·앤디워홀 작품을 산다고?

"테사, 뱅크시 '러브 랫' 조각투자 1분 만에 완판".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이 1분 만에 완판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역시 뱅크시다'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조각투자'라는 낯선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내려받은 '테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앤디 워홀의 작품을 만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아트테크(아트+재테크)는 운동화 되팔기(스니커즈 리셀)와 함께 MZ세대의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식'과 '암호화폐'가 대세였던 재테크 시장에 복잡한 계좌 개설이나 경제 지식 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방식이 등장하며 MZ세대는 열광했다.

특히 '자본가 중에서도 자본가'의 투자 영역이던 예술품 투자 시장은 기술(IT)을 만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예술 작품을 중심으로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이 흥행하는 이유다. 기본 수억원에 달하는 유명인사 작품을 암호화폐로 구입하거나 쪼개서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MZ세대는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을 갖게 되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있다.

테사의 앤디 워홀 '마릴린먼로' 소유권 판매 안내 상세 페이지. 작품의 판매 가격은 물론, 작가 소개, 작품 투자 포인트 등을 상세하게 제시한다. (테사 앱 갈무리) ⓒ 뉴스1

◇1만원에 앤디 워홀 '마릴린먼로' 소유권 10개를 샀다

지난 2019년 3월 출범한 토종 아트테크 스타트업 테사는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검증된 100위 블루칩(우량) 작가의 작품을 조각 판매한다. 미술에 흥미가 없어도 테사가 판매하는 작품 라인업을 보면 '이 작품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데이비드 호크니, 키스 해링, 이우환 등 라인업이 상상 그 이상이다.

테사는 소수 작품 수집가·자본가만 누리던 블루칩 미술품을 대중화하고자 작품 소유권을 소액으로 쪼개 팔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수익 보장을 위해 자체 아트 리서치 팀을 구성해 꼼꼼하게 데이터를 분석한다.

테사에 따르면 아트 리서치팀은 △연간 경매 거래 횟수가 100회 이상인 작품 △연평균 경매 거래 금액이 최소 1000만달러인 작품 등을 추려 구매 작품을 선정한다. 이후 전문 갤러리를 통해 해당 작품을 매입하고, 실물 자산의 소유권을 1000원 단위(1000원당 소유권 1개)로 쪼개 시장에 내놓는다. MZ세대가 테사에 거부감없이 접근할 수 있는 배경이 바로 이 '소액투자'에 있다.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기자는 이 낯설지만 매력적인 플랫폼에 1만원을 투자해보기로 했다. 구매한 작품은 앤디 워홀의 '마릴린먼로'(Marilyn Monroe, F&S II. 28)로, 분홍색 배경에 하늘색 얼굴을 칠한 마릴린먼로가 그려진 작품이다.

카카오톡 연동을 통해 간단하게 회원가입을 한 뒤, 작품 구매에 참여했다. 원하는 구매수량을 입력하고 결제 금액을 확인하면 바로 결제가 진행된다. 결제수단은 신용카드, 현금, 제휴포인트(L.Point) 중 선택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결제 후 일종의 계약서 역할을 하는 몇 가지 안내사항에 동의하니,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아 인생 첫 예술품 투자가 마무리됐다. 테사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1월5일부터 2022년 1월4일까지 진행된 'Marilyn Monroe, F&S II. 28' 1차 판매에는 본인을 포함해 총 1926명이 참여했다. 판매된 총 소유권수는 31만2600개에 달한다.

◇수익률은 눈물나지만…이 맛에 아트테크 한다

기자가 앤디 워홀 '마릴린먼로'에 투자하고 얻은 작품 소유권은 10개. 그러나 판매기간 중 '지갑'에 적립된 소유권 10개로는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었다. 다른 테사 이용자(친구)에게 작품 소유권을 양도하는 '선물하기' 정도뿐이었다.

'주식에 이어 미술작품도 강제 장투(장기투자)하게 생겼네'를 고민하던 찰나, 아트테크 플랫폼의 진가는 작품의 공식 판매가 마무리되면서 나타났다. 바로 개인간(P2P) 서비스다.

테사는 소유권 판매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작품의 소유권을 매매할 수 있는 P2P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정 작품의 소유권을 갖고 싶지만 공식 판매에 참여하지 못했거나, 수익을 일찍 실현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주식과 유사한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다.

1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자와 1원이라도 더 비싸게 판매하려는 자의 눈치싸움은 이 플랫폼에서도 이뤄진다. 잠재된 성장성이 크고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작품일수록 경쟁이 치열한 것도 주식 시장과 똑같다.

뱅크시 작품 '러브 랫'과 앤디 워홀 '마릴린먼로'의 거래 가격 차이. 주식과 마찬가지로 아트테크 역시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테사 앱 갈무리) ⓒ 뉴스1

일례로 지난 4일 기준 뱅크시의 '러브 랫'은 공모가(1000원) 대비 17% 상승한 117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본인이 구매한 '마릴린먼로'는 기준 공모가(1000원) 대비 3% 하락한 967원에 거래됐다. '소유'에 의미가 있기에 눈물은 흘리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추후 테사의 추가 활동으로 얻게될 수익에 대한 희망도 놓지 않기로 했다.

테사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작품으로 얻는 수익을 투자자와 나눈다는 것이다. 기자가 투자한 '마릴린먼로'가 외부(A 갤러리)의 요청에 따라 렌탈(대여)될 경우, 테사는 A 갤러리로 부터 받은 렌탈비를 투자자의 소유권에 비례해 정산해준다. A 갤러리가 '마릴린먼로' 작품을 활용한 굿즈(기념품)를 제작하기 위해 지급하는 사용료도 공평하게 나눈다.

나아가 국내·외 갤러리나 개인 소장자가 특정 작품 구매의사를 피력하며 판매를 요청할 경우, 작품을 처분해 수익을 정산받는 것도 가능하다. 테사는 미술품별 구매 계역에 명시된 일정 수치(평균 15%) 이상의 금액을 제시하는 외부인(작품 구매 희망자)이 등장하면, 투자자들의 투표를 통해 처분(판매)을 결정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테사는 투자자의 투표를 통해 키스해링 작품(Untitled)을 공모가(1000원) 대비 22.5% 높은 가격에 제3자에게 매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플랫폼의 가장 큰 매력은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미술품 투자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 테사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갤러리(#UNTITLED)에서 내가 구매한 작품을 실제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간편함'과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 투자자에게 '투자'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재테크 수단은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hway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