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9.9만원→3.9만원' 멤버십 인하…택시업계 "문제는 돈이 아니야"
"프로멤버십은 택시기사 사이에 갈등·경쟁 유발…가격 문제 아냐"
"0~20% 변동 수수료는 이미 나온 정책…새로운 것 없다"
-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촉발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14일 발표했다.
먼저 돈을 더 내면 택시가 빨리 잡히는 기능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이용자 입장에선 불필요한 '웃돈'이 사라졌다.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도 철수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직접 가능성 우려를 덜게 됐다.
다만, 카카오모빌리티의 직접적인 사업 파트너인 택시 업계와 대리운전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평이 대체적이다. 택시업계는 "문제는 돈이 아니다"며 반박했고, 대리운전 업계는 "딱히 새로운 게 없다"는 입장이다.
◇ "문제는 돈이 아니야"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기사용 유료 서비스 '프로멤버십' 가격을 기존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60% 인하했다. 프로멤버십은 멤버십에 가입한 택시 기사들에게 '우선 배차 혜택'을 주는 제도다. 이 외에도 실시간 콜 수요 지도, 단골 승객 배차 혜택 등의 각종 배차 혜택이 제공된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14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프로 멤버십 가격 인하는 '상생'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양덕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무는 "프로멤버십의 문제는 돈이 아니다"며 "프로멤버십 때문에 가입자와 비가입자 간의 갈등이 벌어지는 게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갈등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프로멤버십을 없애달라고 요구했는데, 가격을 낮추는 건 오히려 가입자만 늘릴 뿐 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손차용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강서지부 대의원은 "카카오택시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카카오에 돈을 내면 빠른 배차 혜택을 준다는 서비스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몇몇 택시 기사가 남들보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멤버십에 가입하고, 그렇게 가입자가 늘어나다보면 택시 업계 전체가 카카오에 휘둘리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우려했다.
◇ "변동 수수료제는 이미 시행중인데…"
택시업계에 이어 대리운전 업계에서도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업계와의 상생 방안으로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리운전 업계는 이미 시행 중인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한 것은 새로운 변화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카카오는 티맵안심대리가 시장에 진출하기 전후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미 변동 수수료제를 실시하고 있었다"며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정책을 새로운 상생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며 비판했다.
실제 카카오T대리는 '포인트콜'이라는 이름으로 콜 발생 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자동으로 콜수수료를 0~20% 사이로 측정하는 제도를 수원 등의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서울지부 사무국장도 "해당 수수료제는 이미 여러 지역에 시행중이었다"면서 "정말 카카오가 대리운전 기사들을 생각했다면 0~20% 사이를 AI가 결정하는 방식이 아닌, 기본 수수료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것 다했다"
물론 카카오모빌리티가 핵심 사업모델을 제외하고 '스마트호출 폐지' '간식 배달 서비스 철회' 등 할 수 있는 방안은 다 포함시켰다는 시각도 있다.
택시 회사를 운영 중인 업계 관계자는 "정부 압박에 서비스 트래픽이 많이 없던 것들을 가지치기 할 것으로 예상해왔다"며 "카카오T 안에서 제일 큰 수익 모델인 택시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고 가맹택시 사업 모델도 건드리기 어려웠을 거다.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걸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단체, 대리운전 사업자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상생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프로멤버십 요금과 혜택에 대해서는 택시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지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해 진행되는 대리운전사업자들과의 논의 채널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상생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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