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엽의 IT프리즘] '메타버스'의 실체와 가능성
(서울=뉴스1)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 2021년 새롭게 등장한 ICT 분야의 화두는 단연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과 메타버스이다. 블록체인이 비트코인 등의 가격 상승에 따라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이라면, 메타버스는 올해에 처음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낯선 개념이다. 개념적으로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우주를 의미하는 Universe가 결합된 것으로 경제·사회·문화 등 현실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즉, 개념적으로는 현실세계가 아닌 가상세계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가상세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가상세계 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현실의 물리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인간과 사회의 기능을 확장하는 또 다른 세계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가상공간과 달리 이용자는 메타버스 내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다른 이용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창작한 콘텐츠 등을 이용해 경제활동을 영위할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메타버스는 확장된 가상현실(Extended VR)이라고 할 수 있다.
비영리 기술 연구 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다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현실공간에 2D 또는 3D로 표현되는 가상의 물체를 겹쳐 보이게 하면서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의미하며, 포켓몬고가 대표적이다. 둘째, 라이프로깅(Lifelogging)은 사물과 사람에 대한 일상적인 경험과 정보를 캡처하고 저장하고 묘사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센서가 부착된 스포츠 웨어를 네트워크와 연결하여 달린 거리, 소비 칼로리 등의 정보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등의 행위가 그 예이다. 셋째, 거울세계(Mirror Worlds)는 실제 세계를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반영하여 보여주는 가상세계이다. 전 세계의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구글 어스가 대표적이다. 넷째, 가상세계(Virtual Worlds)는 현실과 유사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대안적 세계를 디지털 데이터로 구축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세계는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것이고 가상세계는 현실과 분리되어 존재한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와 완전히 분리된 현실세계를 제외한 가상과 현실세계의 공존 및 단독의 가상세계를 합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인 로블록스(Roblox)는 미국 청소년들의 대표 게임으로서 사용자가 직접 게임을 프로그래밍하고, 다른 사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블록으로 구성된 3D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들이 소통하며 노는 공간인데, 미국 Z세대의 55%가 로블록스에 가입했으며, 하루에만 4천만 명의 이용자가 로블록스에 접속한다.
네이버가 만든 제페토(Zepeto)는 얼굴 인식과 증강현실 등을 이용해 아바타와 가상세계를 만드는 플랫폼으로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가 2억 명에 달한다. 제페토는 전체의 80%가 10대이고 90%가 글로벌 이용자이다. 제페토는 유명 연예인들의 팬 플랫폼으로서 작용한 점과 아바타로 가상세계에서 소통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블랙핑크의 가상 팬사인회에는 전세계 4600만 명 이상이 참여해 블랙핑크 아바타와 함께 인증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았다. 또한 Z세대는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아바타에 반영하는데, 이상적인 아이돌 화장법부터 명품의상, 신발 등을 아바타에 적용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이에 고가의 아이템들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면서 브랜드 광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구찌가 10대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된 것도 제페토 덕분이다. 또한 내가 꾸민 아바타를 주인공으로 드라마도 제작하는 등 사용자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창작하고 공유하기도 한다.
메타버스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무엇일까. 증강현실, 가상현실, 블록체인, 인공지능, 5G 등이 주요한 기술이다. 보통 새로운 ICT 트렌드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메타버스는 사실 특별히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지 않는다. 기존 가상현실, 증강현실이 좀 더 발전되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인 NFT(Non-Fungible Token)가 게임아이템에 적용되면서 메타버스는 블록체인을 포섭하게 된다. NFT란 토큰에 일종의 일련번호를 부여해 그림과 같은 작품의 무분별한 복제를 막을 수 있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발행 내역을 장부에 기록해 위변조를 어렵게 한다. 게임 아이템은 물론 부동산, 스포츠까지 모든 자산을 블록체인에서 토큰화해 디지털 자산을 생성할 수 있다. NFT는 메타버스에서 창작한 재화의 희소성과 가치를 현실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현실과 메타버스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메타버스 자체는 고유의 기술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이 출현한 이후 꾸준히 가상과 현실이 교류하면서 발전해가는 과정을 특정화, 범주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종래와 비교해 보면 아바타라는 제2의 자아(自我)가 등장하는 것이 메타버스 개념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 시대를 연 것이다. 사실 메타버스에 대한 청소년들의 몰입은 망가진 현실에 대한 도피라는 측면이 있다. 아바타라는 제2의 자아를 이용해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대리만족이 현실도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스스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하는 주체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제2의 자아는 제1의 자아와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확장되고 발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메타버스는 타인들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 유지하면서 SNS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다.
산업적으로 보면 이미 VR, AR 등 실감콘텐츠 기술이 각 분야에 적용되면서 메타버스가 확대되고 있다. AR을 이용한 의료 수술, VR을 이용한 부동산 가상 투어, VR을 이용한 유명 관광지 여행, VR을 이용한 조종사 교육 등 이미 여러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적용되고 있다.
법제도적으로 보면 사실 메타버스의 이슈는 실감콘텐츠 기술의 이슈와 다르지 않다. 지식재산권 이슈가 대표적인데, 현실 세계를 VR화하면 저작물 무단 복제 또는 전송의 문제와 가상현실 서비스 내에서 제작한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증강현실의 경우에도 가시화된 정보에 저작권으로 보호받는 저작물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다른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에서도 콘텐츠의 공유, 확산을 통한 산업발전을 위해 저작권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 그 외 가상세계의 불법행위 내지 범죄에 대한 단속, 플랫폼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의도 기존 온라인 플랫폼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게임,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메타버스는 주로 10대들의 온라인 놀이터다. 이들의 취향이 대단히 가변적이며 아직 소비자로서 구매력이 없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의 미래는 아직 유동적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만, 메타버스의 다른 산업적인 활용은 중요한 과제이다. 메타버스는 이용자들에게 보다 실감나는 경험과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신산업으로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한류 콘텐츠 창작 능력과 3D 콘텐츠 제작 기술 등에서 우위를 가진 한국으로서는 메타버스 산업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2bric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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