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결제 수수료 15% 할인?…조건 뜯어보니 더 세진 '구글OS 천하'
15% 수수료는 '조건부'에 '시한부'…TV·자동차·웨어러블 등 구글OS 공고화 전략
기존 스마트폰 넘어 여타 OS까지 종속 심화…업계, 구글의 '꼼수' 비판
-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구글이 웹툰을 포함한 디지털 콘텐츠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공지한 30% 수수료를 깎아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조건'이 붙는다. 게다가 '시한부'다.
일견 구글이 기존 30%에서 15%로 감면해주는 '선심'으로 보이지만 조건을 자세히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기존 스마트폰, PC뿐만 아니라 TV, 자동차, 스마트워치, 태블릿, 폴더블 기기 등으로 구글의 OS 접점을 확대해 이른바 '구글 공화국'에 동참해야 15% 수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글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15% 할인해주는 대신 구글 OS 생태계를 더욱 공고화할 수 있는 셈이다.
구글은 지난 24일 자사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구글플레이 미디어 경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대상은 영상, 오디오, 도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앱 사업자다. 업계 반발이 컸던 웹툰, 웹소설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퍼니마 코치카 구글 플레이파트너십 부사장은 "개발자가 구글플레이에서 전반적으로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검색 및 재관여(re-engagement)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경험에 투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기간 동안 수수료를 15%로 할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건은 까다롭다. 구글은 Δ구글플레이 상에서 월간 1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Δ구글플레이 등급으로 고품질 사용자 경험 제공 Δ양호한 상태의 개발자 계정 Δ미디어 콘텐츠 유형에 따른 특정 구글 플랫폼 및 API 통합 Δ미디어 콘텐츠 유형에 따른 추가적인 요구사항 적용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사실상 중소 사업자는 참여하기 힘든 구조다.
구글은 자신들이 원하는 미디어 경험의 '급'을 요구한다. 이번 발표를 요약하면 구글 기기 전반에 걸친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의지가 있는 사업자에게만 인앱결제 수수료를 15%로 할인해주겠다는 내용이다.
구글이 밝힌 '새로운 검색 및 재관여(re-engagement) 기회'는 TV, 자동차, 태블릿 등이다. 영상 앱은 안드로이드 TV, 구글 TV, 구글 캐스트와 통합해 거실에서 고품질 비디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오디오 앱은 웨어 OS, 안드로이드 오토, 안드로이드 TV, 구글 캐스트와 통합해 구독형 음악 및 오디오 서비스를 어디서든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서 앱은 태블릿, 폴더블 디바이스, 최근 발표된 태블릿용 엔터테인먼트 스페이스와 통합해 큰 화면에서 최적화된 읽기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구글은 이번 조치로 구글 천하인 모바일 OS 뿐만 아니라 TV, 자동차, 웨어러블까지 구글 천하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프로그램 기간 수수료 할인을 적용해준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진 않았다. 구글은 프로그램 대상에게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결국 이번 감면 프로그램으로 구글이 모바일을 넘어선 다른 분야까지 구글 OS 종속현상을 심화해 입지를 넓힌 뒤, 더 막강해진 OS 지위를 바탕으로 30% 수수료로 '원복' 조치해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애플과 달리 개방성을 강조하며 전세계에 안드로이드 모바일 OS를 확대한 뒤, 지난해 수수료를 30% 내라고 '돌변'한 이번 수수료 갈등과 마찬가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말이다.
업계의 반응도 여전히 냉담하다. 그동안 없던 수수료가 발생하는 구조와 인앱결제 강제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수수료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 점도 지적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권세화 실장은 "구글이 대한민국 콘텐츠 업계와 국회를 얕보는 얄팍한 상술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내용을 정확하게 보니 조건이 많은데 월 10만건 이상 다운로드를 맞출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국회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이 빨리 통과되길 바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웹툰 업계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구글 인앱결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수수료 인하에 있는 게 아니라 강제화에 있다"며 "독점적 위치 이용해서 결제 수단 강제하는 것인데 추후에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정책을 바꾸거나 또 다른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본질적 문제가 아닌데 15%라는 수수료 인하라는 것으로 문제를 흐리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9월28일 그동안 게임 앱에만 적용해왔던 인앱결제·30% 수수료 정책을 콘텐츠 앱 전반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앱 안에서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결제를 강제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30% 떼어 가겠다는 내용이다.
당초 신규 앱은 올해 1월, 기존 앱은 올해 10월부터 인앱결제 정책을 적용할 예정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올해 9월30일로 적용 시점이 미뤄졌다. 지난 3월에는 연 매출 100만달러 이하 구간에 대해선 15%만 수수료를 받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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