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던 추억 살릴까"…'문' 열린 싸이월드 '디지털 유적지'

DB보관하는 SK컴즈와 이관 논의 마무리하며 재개 가능성 ↑
"도토리 환불 받으러 오세요" 3200만 이용자 '자산' 활용도

싸이월드 로고. (싸이월드 제트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토종 SNS' 싸이월드 부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경영난에 사실상 폐업 상태였던 싸이월드의 '새 주인' 싸이월드제트가 19일 이용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데이터베이스(DB)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히면서 서비스 복구 가능성이 한 층 더 커졌다.

싸이월드제트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8일 SK커뮤니케이션즈와 '싸이월드 서비스 데이터 이관에 대한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동안 회사는 싸이월드 이용자 DB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번엔 DB를 보관하고 있는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IDC)와 DB 이관 관련 논의를 완전히 마무리했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1년 5개월 만에 IDC센터에 보관된 싸이월드 서버에 접속한 싸이월드제트는 본격적으로 이용자 DB 복구작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싸이월드 서버에는 사진 170억장과 음원 MP3 파일 5억3000만개, 동영상 1억5000만개 등 회원 3200만명 데이터가 그대로 보관돼 있다고 회사는 전했다.

싸이월드제트는 또 오는 5월 모바일 서비스 개시와 함께 35억원 상당의 도토리 환불도 진행한다.

도토리는 과거 싸이월드에서 미니홈피 바탕화면이나 자신의 아바타인 '미니미', 가상의 자기 방인 '미니룸'을 꾸밀 때 쓰던 가상화폐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클럽하우스같은 쟁쟁한 SNS들과 경쟁해야 하는 싸이월드가 과거 3200만 이용자라는 '자산'을 '도토리 환불'이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끌어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싸이월드제트 측은 서비스 재개 직후 새로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국내 3대 거래사이트(빗썸·업비트·코인원) 중 한 곳에 상장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싸이월드 모바일 버전은 웹서비스를 휴대전화 안으로 그대로 옮겨온 형태다.

싸이월드Z는 과거 미니미와 미니룸, 미니홈피를 재현하고 추가 미니미·미니룸 꾸미기나 BGM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수익 모델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라이브 커머스나 이용자 간 선물하기 기능, 미니룸을 '자발적 PPL(간접광고)' 플랫폼으로 만들어 이용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사진 갈무리) ⓒ 뉴스1

싸이월드 복구작업은 미국 디즈니와 드림웍스 등에 의상 시뮬레이션 기술을 수출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에프엑스기어'가 맡고 있다.

200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갤럭시S20 특별판으로 선보인 '방탄소년단(BTS) 에디션'에 장착되면서 3D 기술력을 통해 BTS 멤버를 디지털로 구현한 'BTS 스냅샷 XR'을 제작하기도 했다.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서비스가 성공 가도를 달리면서 2009년 회원수 3200만명을 돌파, '국민 SNS' 지위를 누리다가 모바일 환경으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싸이월드 폐업 논란은 싸이월드가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체납 문제로 이미 지난해 5월 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기존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에 저장해둔 사진 등 자료를 영영 복구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으나, 전제완 전 대표는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 의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오다 지난달 서비스 양도 사실을 밝혔다.

인트로메딕과 스카이이앤엠 등 코스닥 상장사 2곳과 투자사 3곳 등 총 5곳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싸이월드Z가 200억원 상당의 기존 싸이월드 부채는 그대로 두고 서비스만 10억원을 주고 양수했다.

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