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녀'와 '엑스 마키나'…AI과의 호감, 갈등 그리고 튜링테스트
- 김승준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인공지능(AI) 제품이 점점 일상 속에 들어오면서 인공지능과 사람들은 '관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최근 '이루다' 논란으로 사람들이 인공지능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기도 했다.
인공지능에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 못할 속마음을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는 사람과 비슷한 무언가로 느낀다는 것을 드러낸다.
영화 '그녀'(Her, 2013), '엑스 마키나'(Ex Machina, 2015)는 사람과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로 생각해볼 거리가 담겨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는 많지만, 주로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거나 '로봇'과의 싸움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소개할 두 영화는 한 남성과 여성으로 설정된 인공지능이 만들어나가는 관계와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녀에서는 운영체제로 목소리만 존재하는 '사만다'가 등장하지만, 엑스 마키나에서는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육체를 가진 '에이바'가 등장한다. 하지만 두 인공지능과 주인공이 교류하는 주된 방법은 '대화'라는 점에서 같다.
◇AI와 사랑에 빠진 손편지 작가 vs AI를 테스트하는 프로그래머
아래부터는 두 영화의 구체적 내용이 아닌 기본적인 이야기의 얼개 정도만 담겨있다.
영화 그녀의 주인공은 남의 마음을 대필해주는 '손편지 작가'다. 주인공이 타인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을 하면, 프로그램이 사람 손으로 쓴 듯한 편지를 합성해준다. 공허한 삶 속에서 주인공은 '당신을 이해해주는 AI' 사만다를 구입한다.
사만다는 주인공의 허락을 받아 문자·이메일·인터넷 기록을 살펴 맞춤형 운영체제(OS)가 된다. 일상을 사만다와 함께하는 주인공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람 사이의 연애 혹은 로맨스 영화처럼 행복한 한때를 보내다가도 서로의 차이점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다.
영화 엑스 마키나의 주인공은 프로그래머다. 그는 추첨을 통해 천재 개발자 네이든의 비밀 시설에 초대된다. 그리고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를 만나게 된다. 네이든의 요청은 에이바를 대상으로 인격과 감정에 대한 테스트를 해보라는 것.
주인공은 본분에 충실하게 에이바를 향해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질문을 던지면서 둘의 관계가 시작된다.
그녀는 15세 관람가, 엑스 마키나는 청소년 관람 불가다. 관람 등급을 보고 추측 할 수 있듯 그녀에는 상대적으로 밝고 낭만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반대로 엑스 마키나는 좀 더 자극적이지만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녀는 로맨스, 엑스 마키나는 스릴러 영화의 전개를 따라간다.
◇인공지능은 정말 '생각'하는 걸까?…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질문
영화 그녀는 2013년에 엑스 마키나는 2015년에 개봉했지만, 인공지능 기술로는 그 순서가 반대다. 에이바는 상용화 이전의 테스트 단계고, 사만다는 상용화돼 널리 쓰이고 있다.
엑스 마키나의 주인공은 개발된 에이바의 튜링 테스트를 하기 위해 초대됐고, 영화 그녀는 영화 내용으로 볼 때 튜링 테스트는 가뿐히 통과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의 지능을 판별하기 위해 영국의 수학자 이자 현대 컴퓨터 과학의 기틀을 세운 '앨런 튜링'이 고안한 시험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질문자 한 사람이 컴퓨터 및 인간과 대화했을 때, 질문자가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모르면 컴퓨터가 통과하는 식이다.
튜링의 제안일뿐, 절대적인 기준점은 아니기에 튜링 테스트는 다양하게 변용되고 반박당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반박은 '중국어 방'이다.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세상의 모든 중국어 질문-답변 목록을 받는다. 그리고 중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질문을 글로 적어 전달하면,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은 목록을 따라 답변을 내놓는다. 이러면 중국어를 아는 사람은 필담을 나눈 상대방이 중국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 중국어를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중국어의 방이다.
어찌 됐든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 할 수 없으면 지능이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냐는 게 거칠게 간추린 튜링 테스트라면, 중국어의 방은 분간이 어렵더라도 지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반박인 셈이다.
아직까지는 사람의 '지능'에 대해서 전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지능이라는 기준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인공지능의 기준 또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 보기 전에 '이루다 논란' 다시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지난달의 '이루다 논란'은 정보 수집·활용부터 인공지능 윤리, 사람-인공지능 관계까지 다양한 화두를 남겼다.
영화 '그녀'와 '엑스 마키나'는 개봉 당시에는 미래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이미 성큼 다가온 셈이다. 이루다 논란을 다시 살펴보고 영화를 보면 더 풍부한 감상이 가능할 수 있다.
그녀는 좀 더 '관계'에 집중한 따뜻한 감성적 영화라면, 엑스 마키나는 대사와 상황 속에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담긴 지적인 측면이 좀 더 강조된 영화다.
두 영화 모두 한 사람과 인공지능의 관계가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동력이다. 좀 더 시야를 넓혀 인공지능과 사람과의 관계를 보고 싶다면 블레이드 러너(1982), A.I.(2001)를 볼 만하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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