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일방통행' 굿바이?…'다자주의' 바이든 행정부, 韓 ICT 영향은
KISDI 보고서 "'다자주의 복귀' 천명…글로벌 수준 타협 가능성"
페이스북-방통위 '망 품질' 소송에 구글은 법인세 6000억 불복
- 손인해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새해 1월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페이스북·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과 망 사용료 및 세금 분쟁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바이든 당선의 파급효과와 ICT 정책 방향'이란 보고서를 내고 "그동안 미국 정부의 반대로 글로벌 수준의 규범 마련이 지지부진했던 현실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우리나라 단독으로 거대 글로벌 기업을 겨냥한 규제를 정비해야 하는 부담이 일부 완화되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 "다자주의 복귀, 타협안 기대 높일 것"
보고서는 특히 통신사(ISP)와 콘텐츠사업자(CP) 간 '망 사용료 분쟁'이나 디지털세 신설을 둘러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분야에서 미국과 국제사회 갈등 해소에 주목했다.
현재 EU 국가를 중심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업체와 자국 ISP 간 망사용료 분쟁이 심화되고 이들 업체가 수익에 비해 납세실적이 미흡한 것에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다자주의 복귀'를 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등 EU 국가들이 추진하던 디지털세 신설 움직임에 글로벌 수준의 타협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디지털세에 무역보복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반대했고 망사용료 분담 문제는 국가간 쟁점화에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글로벌 CP도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도록 하자는 취지로 일명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5월 국회를 통과, 지난 10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적용 대상은 국내에서 100만 가입자 이상, 트래픽 상위 1%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국내에선 구글·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 5개 사업자다.
망 품질 저하 책임을 다투는 소송도 현재진행형이다. 2018년 페이스북이 국내 ISP를 통한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의 접속 속도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9월 2심 재판부가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페이스북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세금 분쟁 이슈도 있다. 구글코리아는 올해 1월 국세청에 추징당한 법인세 6000억원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불복 절차를 제기했다. 구글은 서버가 국외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 법인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세청은 구글 서버가 외국에 있다 하더라도 실제 사업이 한국에서 이뤄졌다면 과세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행법은 기업의 고정 사업장이 있는 국가만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8월엔 국세청이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양사의 조세 회피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리비러히어로코리아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로 국내 배달 앱 시장 2·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회사다.
보고서는 이러한 망비용 분담이나 납세 문제에 대해 "주로 미국 기반의 OTT 업체의 글로벌 진출에 따른 문제여서 미국의 입장이 글로벌 규범 마련에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다자주의 복귀는 타협안 마련의 기대를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글로벌 OTT 업체의 국내시장 진출에 대응함과 동시에 국내 업체의 해외진출도 필요한 상황이라 현재와 같은 무규범 혹은 국가별 대응보다는 글로벌 차원의 규범 확립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독자적으로 이를 추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고무적인 상황이라 판단"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OTT 경쟁력에서 미국(공급자)과 EU(수요자)의 중간자적 입장이므로 바이든 행정부가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에 참여할 경우 중재자로서 상당한 기여를 할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고 있는 국가"라며 중재자로서의 포지셔닝을 강조하기도 했다.
◇ 빅테크 규제 강화 기조엔 신중론 제언
바이든 행정부 아래 인터넷 기업의 책임 면책조항인 '통신품위유지법 230조' 개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통신품위유지법은 플랫폼이 콘텐츠와 관련된 책임에서 면책된다는 내용으로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규율 책임을 부과하려는 국제사회 움직임과 배치된다. 앞서 유럽연합(EU)은 2018년 12월 이미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에도 최소한의 규율 책임을 부과하도록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보고서는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 사회가 미국 ICT 플랫폼 기업에 콘텐츠 규율 책임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소극적으로 대처했으나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기간 페이스북이 해당 조항을 이용, 부정선거 의혹 등 가짜뉴스 확산을 방조했다며 해당 조항 개정을 적극 공언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빅테크 규제 강화 기조에 대해선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는 규제해야 하지만 국내 금융을 비롯한 여러 산업의 혁신 및 소비자 효용 증대 등 플랫폼의 긍정적 효과와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개인정보보호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 미약, 미·중 갈등 환경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지역 블록화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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