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있는 삶" 외치는 시대에 스파르타식 SW교육?…장병규의 '정글 실험'
5개월간 스파르타식 합숙 '정글'…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SW 인재양성 나서
22~32세 대상 1기 모집…12월부터 대전 카이스트서 합숙
- 정윤경 기자
(서울=뉴스1) 정윤경 기자 = 현대문명 사회를 떠나 '정글'이라는 자연으로 뛰어들어 생존경험을 통해 원시적 건강성을 되찾는 TV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이 한때 큰 인기를 누렸다.
입시경쟁용 스펙쌓기에 맞춰 '맞춤형 사교육'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에서 한물간 '스타르타식 교육'을 외치며 함께 "정글로 가자"고 외치는 사나이들이 등장했다.
정글에 최적화된 '병만족' 우두머리인 개그맨 김병만도 아니고, 요즘 논란이 되는 '가짜 사나이'도 아니다. 한때는 '공대생'이었다 성공한 '창업가'이자 '혁신가'로 변신한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얘기다. 게임 '배틀 그라운드의 아버지'로 통한다.
그런 그가 스파르타코딩클럽, 카이스트(KAIST)와 의기투합해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 'SW사관학교 정글(정글)' 1기 모집의 주체자가 돼 SW인재 양성에 나섰다. 정글은 '스파르타식 교육'을 표방하며 5개월간 합숙교육을 진행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예 개발자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SW 인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시대에 본인 회사의 인재를 구하기도 바쁠텐데 모교인 카이스트와 뜻맞는 IT업체들까지 모아 '대한민국의 혁신'을 이끌 미래의 주역들 양성에 나선 '장병규식 정글 실험'이 주목된다.
◇'디지털 전환' 가속화되는데 씨마른 SW 인재…융합적 인재도 필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기존 산업 간 온·오프라인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고급 SW전문인력 부족과 5대 SW융합분야(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응용SW·알고리즘)의 수요 증가로 산업계에선 고급 SW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5대 SW융합 분야의 인력수요는 2018년 기준 약 3만5000명 수준인데 이중 초급인력은 6000명 과잉이며 중·고급인력은 1만1000명 부족한 상황이다.
또 코로나19 이후 AI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전환은 오히려 가속화 될 전망이지만 2018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기업 중 IT·SW 업무 전담조직이 있는 기업은 20.5%에 그친다.
이처럼 미래 인재가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 의장은 '저녁이 있는 삶'을 중시하는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스파르타식' 5개월 합숙 코딩교육 '정글'을 통해 정예 개발자를 양성하겠단 계획이다.
◇"몰입과 혁신을 위해서 주 100시간 업무는 당연"
'워커홀릭'이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은 장병규 의장은 평소 '몰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번 교육 역시 합숙 형태로 운영 되는 배경에는 장 의장이 학창 시절 밤새 코딩했던 경험이 녹아있다.
이번 '정글'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장 의장은 소개 영상을 통해 "정글은 제가 대학교때 SW엔지니어로서 몰입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경험을 지금 세대에게 돌려주고자 시작한 프로그램"이라며 "공대생이 진정한 SW엔지니어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현 정부들어 출범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있었던 2019년에는 국내 스타트업의 모임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3주년 행사장을 찾아 "과거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주 100시간씩 2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면서 "현명한 시행착오를 위해선 주당 100시간의 힘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요즘 말로 하면 '꼰대' 같은 발상이지만 그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게임 '배틀 그라운드'로 능력을 입증한 성공신화의 주인공이다. 또 일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보다 가혹하지만 자신처럼 가혹하게 일을 할 인재 양성을 위해선 따뜻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장 의장은 모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100억 원을 기부했다. 이는 KAIST 동문 개인으로 최고 기부액이다.
장 위원장은 '창업'의 밑거름으로 모교 KAIST를 꼽은 바 있다. 그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첫 서비스를 기획한 경험이 KAIST 재학 시절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저녁있는 삶'에 대한 정책적 지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탄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던 만큼 장 의장은 이번 '정글'을 통해서도 '몰입'의 교육 현장을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다.
◇'워라밸' 중시하는 시대에 '스파르타식' 정글 교육 통할까
장병규 의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글'에 참여하는 소감을 밝혔다.
장 의장은 '정글' 1기 모집글을 통해 "국내에 만연한 SI(시스템통합) 개발자는 지양한다"며 "경력이 쌓일수록 꾸준히 성장해 깊이가 축적되는 SW 엔지니어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그는 "짧은 기간 동안, 성장가능성이 높은 SW 엔지니어를 교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을 뜻하는 융합 교육 'STEM교육'을 충실히 받은 지원자를 희망했다. 그러면서 "STEM 교육은 현재보다 '제대로' '더 강화'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SW 엔지니어 양성 과정이 다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미묘한 차이가 있다"며 "도전적인 시도인 만큼, 약 30여명으로 시작하는 과정이 100여명 이상의 과정으로 스케일업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정글'은)대학교 교육이 제대로 되면 없어도 되는 과정"이라며 "학교를 이끄는 지성인들조차 스스로 혁신을 못 하는 현실이 간혹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정글' 모집 대상은 이공계 마인드를 갖춘 졸업 예정자 또는 기졸업생 중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을 꿈꾸는 22~32세로, SW사관학교 정글 홈페이지에서 10월23일까지 지원 가능하다. 지원자는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2주간 학습 후 입학시험에 응시하며 이후 면접을 통해 30여 명이 선발된다. 선발된 30명은 12월7일부터 대전 카이스트에서 합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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