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OUT' 빈자리 채운 카카오는 정말 'T블루'에 콜 몰아줄까?

수수료 20% 떼는 T블루 9800대로 확대…반년새 6.5배 급증
공정위 제소 앞두고 "배차율 공개해야" "조사 한계" 지적도

카카오 택시.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호출(콜)을 몰아준다는 택시 업계의 주장을 두고 카카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택시 기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예고하면서 호출 택시 플랫폼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와 신뢰 회복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은 카카오모빌리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법리 검토 중이다.

택시업계에서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앱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콜을 카카오T블루에만 몰아주면서 택시 기사들의 카카오T블루로의 유입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회사에 관리·재무 회계 시스템 등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카카오T블루 택시 수익의 2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일반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 행위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가 부담되더라도 카카오T블루에 들어가지 않으면 콜을 받지 못해 영업을 못하는 구조"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카카오T블루에 수수료를 헌납하거나 아니면 운전대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앞으로 수수료를 더 인상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 브랜드를 홍보해주거나 플랫폼 고도화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받는 대가로 카카오T블루 택시 기사들과 별도의 제휴계약을 맺으면서 수수료의 일정부분을 환급해주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실제 수수료가 3~4% 수준이지만 업계 전체가 카카T블루에 완전히 종속된 상황에선 이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따라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카카오T 앱 가입자 2400만명을 등에 업은 카카오T블루는 기존 타다의 '쾌적한 모비리티'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재빠르게 빨아들이며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카카오T블루 택시는 2019년 말 기준 서울·성남·대구에서 1507대가 운영됐으나 지난달 말 기준 21개 사업구역에서 9812대까지 확대됐다. 반년 새 6.5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특히 '타다 베이직'이 종료된 지난 4월 기준 5200대 규모에서 불과 2개월 만에 규모가 배로 불었다.

대리서비스 '카카오대리' 외에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적자를 기록해 온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면서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회사의 영업손실은 전년대비 4.5% 증가한 221억459만원이다. 연간 매출액은 전년대비 95.4% 증가한 1048억원5195만원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콜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승객 호출 시 택시의 예상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기사 평가 △기사 배차 수락률 △기사 운행 패턴 △수요·공급 비율 △실시간 교통 상황 등 변수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적용해 인공지능(AI) 로직을 구축했다는 입장이다.

전국택시산업노조 대구지역본부 소속 택시기사 1000여명이 지난해 12월4일 오후 대구 수성구 지산동 대구시교통연수원 입구에서 DGT모빌리티 출범과 카카오T 블루 발대식을 반대하는 '택시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News1 공정식 기자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러한 설명이 갈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뚜렷한 근거 없이 '콜 몰아주기'를 언급하는 택시 업계 주장과 마찬가지로 "AI 자동 배차 시스템"이란 카카오모빌리티의 일방적 해명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취지다.

AI를 활용한 법률 플랫폼 소속의 한 변호사는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에 배차 관련 정보 공개를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며 "예컨대 전체 카카오T앱 가입자 1000명 중 카카오T블루 미가입 택시가 1명의 콜을 받는 반면 가입 택시는 5명 이상의 콜을 받는다고 하면 이는 유의미한 통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제 수사 권한이 없는 공정위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택시 업계 장악력이 높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제로 불공정한 방식으로 콜을 배분했다면 굉장한 문제"라며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버를 확인하는 작업 등을 하는 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고, 결국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의존해서 분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관련 공정성 이슈는 지속해서 제기되는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공정위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하는 것도 해결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