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벤지 포르노에 n번방 성착취까지…디지털 기술 악용한 '검은손'

아프리카 TV·유튜브서 막장 방송…포털에선 '좌표찍기' 여론조작
디지털성범죄도 화두…정준영·최종훈 등 연예인부터 'n번방' 사태까지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 착취물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2020.3.25/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스마트폰부터 5G 통신망까지. IT 기술의 끝없는 진화에 상상이 곧 현실화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 '좋아진 세상'에도 어두운 그늘은 있다. IT 기술의 발전을 등에 업은 악질 범죄자들의 범행과 그 수법 또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문제로 대두됐던 것은 아프리카 TV, 유튜브, 트위치 등 '실시간 방송' 플랫폼이었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일반 유저들이 다양한 콘텐츠의 방송을 하면서 인기를 얻었고 'BJ'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BJ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발생했다. '별풍선'이나 '구독' '좋아요' 등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내세우는가 하면 심지어 범법행위를 벌이는 일도 나왔다.

'술먹방'을 하다 만취한 상태로 성폭행을 저지르거나 폭행을 벌이는 일 등이 있었고 불법 도박사이트를 홍보하거나 시청자에게 돈을 받아 대리도박을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방송 인터뷰'를 빌미로 동의받지 않은 촬영을 하거나, 방송 도중 특정 인물이나 직업군·계층 등을 모욕하거나 비하하는 등의 일은 일일이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새로운 여론의 장으로 여겨지는 포털사이트 는 여론 '조작'으로 얼룩졌다. 조직적인 여론 조작이 가능했던 데에는 역시나 '매크로'와 SNS, 커뮤니티 등의 발달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지난 2012년 대선 정국에서 국가정보원의 개입으로 처음 등장한 '댓글부대'는 이후 줄곧 이슈를 몰고 다녔다. 지난 2017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책임당원이던 '드루킹' 김동원씨를 중심으로 포털사이트 댓글과 인기 검색어 등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그는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받았다.

최근까지도 '조작 논란'에 홍역을 앓던 네이버는 최근 댓글 이력 공개라는 초강수를 두며 대응에 나섰다. 네이버와 함께 양대 포털로 꼽히는 다음 역시 실시간 검색어 폐지 등으로 '정화'에 나서고 있다.

IT 기술의 발전을 악용한 '검은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디지털성범죄'라는 신조어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애인과의 은밀한 사생활을 몰래 찍은 뒤 웹하드 등을 통해 이를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가 만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메신저도 디지털성범죄의 도구로 악용됐다. 가수 정준영과 최종훈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연루돼 큰 충격을 안겼던 불법촬영물 제작·유포 사건이다. 이들은 지인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해 대중의 공분을 샀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논란은 그간 문제가 됐던 온갖 범죄의 '총집합'과도 같다.

'박사방'을 운영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최근 신상이 공개된 조주빈(25)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여성들을 유인해 개인정보를 빼냈고 이를 빌미로 '성착취' 불법 촬영물을 제작했다. 특히 피해 여성 중 적지 않은 수가 미성년자였다.

이렇게 제작한 불법촬영물은 불특정 다수의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유포했으며, 이 과정에서 이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해 또 다시 협박의 빌미로 삼아 공범에 시키기하기까지 했다. 범죄 수익 중 일부는 암호화폐로 받아 추적을 어렵게 하려는 용의주도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IT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고도화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지적했다. 법개정은 물론 수사 인력 등도 과감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범죄는 점점 고도화되는데, 수사 인력과 법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불안감만 커지게 되는 것"이라며 "온라인 상의 범죄를 규율할 수 있는 새로운 법, 양형 기준이 필요하고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도 대폭 확장해야 한다. 민간 전문가들과의 과감한 협력으로 담벼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