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과학]'등산복' 방수인데 땀은 어떻게 배출하지?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최근 등산로마다 절정에 이른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형형색색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등산할 때 꼭 등산복을 입어야 하는 것일까'라고.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등산복에 숨어있는 과학원리를 알아봤다.
일반 점퍼와 달리 등산복은 투습·방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산을 오르면 땀이 난다. 온몸에서 흐르는 땀을 옷밖으로 배출해주는 것이 '투습' 기능이다. 또 산을 오르다 보면 안개가 짙은 곳을 지나가거나 비를 맞을 수 있다. 이때 외부의 물기나 습기가 옷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방수' 기능이다.
몸속 수분을 옷밖으로 배출해주는 투습 기능과 외부 수분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수 기능은 서로 상반된다. 그런데 어떻게 등산복은 이 두가지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을까.
수증기나 물방울은 모두 물 분자다. 그러나 둘의 분자 크기는 다르다. 수증기는 물분자라고 할 수 있다. 물 분자(H₂O)는 산소 원자(O) 1개와 수소 원자(H) 2개가 브이(V)자 모양으로 이뤄져 있다. 이 크기는 0.096나노미터(nm·10억분의 1미터)다. 반면 물방울은 수백만개의 물분자가 모여있어 직경이 최소 0.1mm 정도다. 더구나 물방울은 표면장력으로 서로 뭉치려는 힘이 있어서 이보다 더 클 수 있다.
이에 따라 등산복에 땀으로 발생하는 수증기는 통과할 수 있지만, 비나 눈처럼 물방울 입자는 침투할 수 없도록 수없이 많은 미세한 구멍을 만들면 투습과 방수 기능을 다 갖출 수 있다. 이때 미세한 구멍이 쉽게 막히지 않도록 원단에 소수성 막을 입히거나 코팅할 필요가 있다.
투습과 방수 원단으로 유명한 '고어텍스'(Gore-tex)는 1976년 월버튼 고어 미국 듀퐁사 연구원이 고안했다. 고어텍스의 핵심은 '멤브레인' 원단이다. 이 원단은 1평방 인치당 90억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으로 이뤄져 있다. 구멍 1개의 크기는 물방울 입자의 약 2만분의 1 정도로 작다. 반면 수증기 분자보다는 약 700배 이상 크다. 따라서 등산복의 다공성 막이 손상되면 투습과 방수 기능이 사라질 수 있어 관리할 때 주의해야 한다.
한편 등산화는 신발 속으로 물이나 흙 등 이물질이 들어갈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안감을 일반 신발보다 재봉선 처리를 짧게 일체형으로 디자인한다. 그러면 방수성도 높이고 신발 바깥쪽 틈새로 파고드는 이물질도 막을 수 있다. 발의 피로감을 덜기 위해 신발은 가볍게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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