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양자난수가 만들어지는 모습" 직접 보니…
SK텔레콤, 초소형 양자난수생성 칩 개발..초연결 시대 '보안 지킴이'
- 박희진 기자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지금 여러분들은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직접 두눈으로 보고 계십니다."
지난 21일 SK텔레콤이 분당사옥에 있는 '양자암호통신 국가시험망'에서 5x5mm 크기의 '양자난수생성 칩'이 구현되는 모습을 처음 공개했다.
일반적인 노트북같지만 화면에는 초당 1.5메가비트의 '난수'가 쉴새없이 만들어진다. 너무 빠른 속도로 변해 육안으로는 마치 신호가 끊어진 TV화면이 '찌지직'거리는 모습이지만 이는 슈퍼컴퓨터로도 해킹이 어려운 최신 보안기술이다.
◇'양자기술' 글로벌 넘보는 SKT, '양자난수생성 칩' 개발
SK텔레콤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가로 세로 5㎜ 크기의 양자난수생성 칩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손톱보다 작은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예측이 불가능하고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True Random Number)'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장치다. 순수난수를 암호로 활용하면 아무리 연산이 빠른 슈퍼컴퓨터라도 쉽게 암호를 풀어내기 어렵다.
현재의 암호체계는 무작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정한 패턴을 가진 '유사난수'를 활용한다. 연산 능력이 뛰어난 슈퍼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해킹 위험성도 높아졌다.
특히 SK텔레콤이 이번에 선보인 양자난수생성기는 수달러 수준으로 저렴해진 가격과 손톱보다 작은 초소형 칩형태라는 점에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는 크기가 신용카드 보다 컸고 가격도 수백~수천달러에 달했다.
SK텔레콤은 USB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도 개발한 상태다. 반도체 칩 형태의 양자난수생성기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탑재해 사용 가능하다. 반면 USB형태는 이미 상용화된 제품에도 연결만 하면 양자난수를 생성해줄 수 있어 활용가치가 높아지는 이점이 있다.
SK텔레콤의 양자난수생성기를 자율주행차∙스마트폰∙드론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제품에 탑재하면 보안성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보안업체와 손잡고 양자난수생성 칩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박진효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장은 "현재는 시제품 개발 단계로 내년이면 상용화가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ICT에 앞서 나갔던 것처럼 양자분야에서 앞서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SKT, 2011년부터 양자기술 주목..'기술보국' 앞장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초연결 사회는 인간에게 전례없던 편리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부작용에 우려도 크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보안 문제이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드론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기기가 활성화될수록 보안 문제는 더 중요해진다.
SK텔레콤은 양자기술에 주목했다. 모두가 아직은 '먼 미래'라고 생각한 2011년부터 뛰어들었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양자기술 연구를 포기할 정도였다. 당시 ETRI 소속 연구원을 '삼고초려'로 영입해 현재 랩장을 포함해 물리, 수학, 전자공학 등 각 분야의 최고 연구원 11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고의 양자기술 '어벤저스팀'이 꾸려졌다. 그간 SK텔레콤은 양자기술에 뛰어든 2011년 이후 50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7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8월 양자통신위성을 궤도에 올려 양자 전송실험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의 양자암호시험용 위성이다. SK텔레콤도 양자위성통신을 확보하기 위해 중장기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마켓 리서치 미디어에 따르면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은 2025년 약 1조4000억원,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26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곽승환 SK텔레콤 융합기술원 퀀텀테크(Quantum Tech) 랩장은 "양자기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는 물론, 글로벌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며 "기술보국이라는 일념으로 양자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2brich@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