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펀드매니저 시대…"앞으로 금융시장은 기계간의 전쟁터"

[AI와 다가올 미래]⑥'옵투스 자산운용' 대표, 문병로 서울대 교수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지난달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내 '옵투스자산운용에'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4.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황라현 기자 = 컴퓨터 알고리즘 최적화 전공자인 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금융계에서 더 유명한 공학자다. 그는 교수이자 '알고리즘 트레이딩 엔진'을 이용한 학내 투자벤처회사 ㈜옵투스자산운용의 대표다. 쉽게말해 인공지능(AI)이 '펀드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최초 운용사를 이끌고 있다. 옵투스투자자문이 처음 생길때만 해도 의심의 시선도 있었지만 이제는 코스피 상승률을 웃도는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내 옵투스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문 교수는 "자동으로 종목을 추천해주고 거래해주는 초보적인 로봇 어드바이저가 고개를 들고 있다"며 "기존의 컴퓨터가 인간을 지원하는 형태에서 인간 대신 결정하는 '주도형'으로 변하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팀이 개발한 '알고리즘 트레이딩 엔진'도 재무재표, 거래량 데이터, 한국은행에서 매해 발표하는 경제지표 등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해 스스로 투자대상을 결정한다.

결과는 놀랍다. 2009년 2월부터 7년간 256%의 수익률을 기록해 코스피 상승률(69%)을 187% 포인트나 웃도는 성과를 냈다. 수탁고는 5년만에 1000억원을 돌파했다. 4년만에 100억원이 됐고 1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성장하는 데는 1년이 채 안 걸렸다는 게 문 교수의 설명이다.

향후 금융시장은 사람이 아닌 기계간의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 문 교수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자체가 주식투자에 있어서 결격사유"라며 "인간 자체가 기계와 비교했을 때 투자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원리로 종목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경우의 수가 워낙 방대해서 사람의 머리는 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펀드 매니저와 같은 직업은 머지않아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 그는 "인간 지능의 발전 속도를 기계의 발전 속도가 이겨버린 상황"이라며 "이를 최대한 부작용없이 잘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최근 구글 딥마인드의 AI 알파고(AlphaGo) 열풍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같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하게 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면서 '금융, 자율주행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겠구나'라는 사회의 인식이 국내에 생겼다"며 이를 "신선한 자극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이같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앞서가는 알고리즘 투자의 권위자로서 "인공지능, 딥러닝, 공간탐색기법 등에 대한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1명에게 100억원을 주는 것보다 100명의 연구자에게 1억을 지원해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reenao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