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맵지도 사용하지마!"…소송당한 '김기사' 무슨일이?

SK플래닛 "'T맵 지도DB' 무단사용" 록앤올 상대 5억 손배소송 제기

SK플래닛에서 서비스 중인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왼쪽)과 록앤올의 '국민내비 김기사' ⓒ News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1위 사업자인 SK플래닛이 '국민내비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설립된 록앤올은 지난 5월 카카오에 626억원에 인수된 곳으로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SK플래닛과 카카오는 각각 내비게이션 'T맵' '김기사'를 이용한 택시호출 서비스 'T맵 택시'와 '카카오택시'로 시장에서 경쟁하는 터라, 이번 소송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T맵'을 서비스 중인 SK플래닛은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을 상대로 T맵 지도데이터(DB) 무단사용 즉시 중단과 5억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부로 양사간의 지도DB 사용계약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록앤올이 무단으로 T맵 DB를 이용해 이득을 취했다는 게 SK플래닛이 소를 제기한 이유다.

당초 SK플래닛의 지도DB를 이용하고 있던 록앤올은 자체 지도DB 구축을 위해 지난해 8월 SK플래닛과 계약을 끝냈다. 그러나 록앤올이 자체 DB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SK플래닛은 계약만료 기간을 10개월 유예해줬고, 이를 다시 3개월 연장해줬다는 것이다. 록앤올은 3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T맵 지도DB를 사용함에 따라 SK플래닛은 법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SK플래닛 관계자는 "DB 삭제 유예기간이 분명히 끝났는데도 여전히 김기사 서비스 내에 T맵 데이터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해 록앤올에 재차 사용중지를 요청했다"면서 "끝내 응하지 않아 소송까지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SK플래닛은 지적재산권 보호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T맵 DB에 고의로 지명에 '오타'를 냈는데 김기사에서 똑같은 오타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예를들어 'T맵'에 경남 함안군 '군북면'을 '군복'으로 입력해놨는데, 김기사에도 똑같이 '군복'으로 표기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록앤올은 "이미 매입해놓은 상용지도를 토대로 자체 제작한 지도DB를 구축해 SK플래닛의 지도DB와는 전혀 무관하다"면서 "(오타가 난) 도로 명칭의 경우 국내외 다수 지도상의 명칭을 참조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SK플래닛의 명칭이 잘못 참조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SK플래닛과 록앤올의 관계가 처음부터 틀어진 것은 아니었다. 2010년 창업한 록앤올은 서비스 개발을 위해 SK플래닛에 도움을 요청했다. 모바일 내비업계 확대와 상생을 기대한 SK플래닛도 록앤올의 요구를 수용, 두 기업은 2011년부터 2014년 8월까지 'T맵 전자지도 DB'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사는 협력체제를 돈독히 유지해왔다.

하지만 록앤올의 '김기사'가 입소문을 타고 이용자를 늘려가면서 두 기업의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김기사'는 무료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고 정확한 길안내로 이용자층을 확대했고, 가입자 1000만명 이상을 확보해 어느덧 18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T맵을 위협하게 됐다. SK플래닛은 SK텔레콤 가입자에게는 T맵을 무료로 제공하지만, 다른 통신사 가입자들에겐 한달에 4000원, 1년에 4만원을 받고 서비스하고 있다.

지난 5월 록앤올이 626억원에 카카오로 인수되면서 SK플래닛 입장에서는 '김기사'에 더이상 지도DB를 제공할 이유나 명분이 없어졌다. 카카오는 이미 '다음 지도'라는 지도DB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카카오는 SK플래닛의 경쟁사다. 간편결제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비롯해 택시호출 서비스까지 경쟁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에 내비게이션 '김기사'를 연동시켜 택시기사 가입자 15만명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맞서 SK플래닛은 T맵을 적용한 'T맵택시'로 응수하고 있지만 택시기사 가입자를 5만명 확보하는데 그치고 있다. SK플래닛은 당장의 '김기사' 이용자 피해를 막기 위해 서비스 중단 가처분신청은 자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록앤올의 태도에 따라 형사고소도 고려하고 있다.

만약 록앤올의 'T맵 DB' 무단사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카카오와 록앤올의 이미지도 타격을 입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록앤올이 패소하면 당장의 이용자 감소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겠지만 신뢰도 하락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sho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