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도는 '무제한' 요금의 진화…어떻게 변했나

패밀리·커플 통화 무제한부터 데이터 무제한…이젠 데이터 종량화 시대

서울 성북구의 휴대폰 판매 대리점.2015.5.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맹하경 기자 = 패밀리·커플 통화 무제한에 이어 문자 무제한, 그리고 데이터 무제한까지 지난 20년간 이동통신시장은 '무제한 요금제'의 연속이었다. 최근에는 음성통화와 문자는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데이터 요금제'가 등장했다. 돌고 돌면서 등장해 요금제 시장의 새 장을 펼쳤던 '무제한 요금제'의 궤적을 짚어보자.

◇1990년대, "4명까지 통화 무제한"에 '발칵'

1998년 4월 '017 쓰는 최대 4명까지 무조건 통화요금 무료'라는 광고의 등장과 함께 '무제한 통화' 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017 패밀리 요금'이란 이름의 이 상품은 등장하자마자 시장을 발칵 뒤집어놨다. 이용자가 폭증하면서 정상적 상품 운영이 불가능해지자 같은해 10월 개인당 월 200분으로 무료 통화가 제한됐을 정도다.

이에 질세라 '016 자유시간'과 '018 듀엣'이 경쟁 상품으로 등장했다. 기본요금 1만8000원에 지정한 1명과 심야시간대 무제한, 평상시간은 월 100분의 무료통화를 제공하던 상품이다. 역시 서버 과부하로 사라졌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커플 공략' 상품이 쏟아졌다.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은 '카이커플', SK텔레콤은 'TTL커플', KTF(현 KT)는 '나(Na)커플'로 기본요금 1만8000원에 심야시간 통화 무제한, 평상시 월 100분~200분 수준의 무료 통화 혜택을 제공했다.

◇"통화 보단 문자 좋아"…청소년 '문자 무제한' 시대

통화 중심의 요금제는 '엄지족'을 겨냥한 문자 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2년부터 문자를 많이 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나오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2002년 8월 LG텔레콤이 가장 먼저 월 1만6500원에 지정된 3명의 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보낼 수 있는 '블랙홀 요금제'를 내놨다.

KTF도 같은해 10월 청소년 고객 공략 브랜드 '비기'(Bigi) 가입자들에게 LG텔레콤보다 가격을 500원 내린 월 1만6000원의 '비기끼리' 요금제를 출시했으며, SK텔레콤은 2003년 '팅(t-ing) 버디'를 신설했다. 이후 월정액 2만원대에 문자 4000건 이상을 보낼 수 있는 '비기 무제한 요금' 등 신상품도 나왔다.

◇다시 '음성통화'로…月 10만원에 '통화 완전 무제한'

2004년에는 다시 음성통화가 주목받았다. KTF가 월정액 10만원을 지불하면 음성 통화를 완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놨다. 휴대폰끼리 통화하는 무선통화뿐 아니라 휴대폰에서 유선전화로 거는 통화 등 국내 모든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풀어줬다. 과거 심야시간이나 커플 등에 국한시켜 제공했던 무료통화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요금제였다.

KTF가 10만원대 요금제를 내놓자 LG텔레콤은 5000원 낮춰 월정액 9만5000원에 무제한 음성통화 상품을 내놨다. SK텔레콤은 월정액 7만원대로 따라붙었다. SK텔레콤은 통화를 35시간으로 제한했지만 사실상 무제한에 가까워 '무한자유 패키지'로 강조했다.

◇대대적 요금제 개편…'데이터' 무제한에서 '데이터 종량화'까지

2009년~2010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음성통화나 문자가 아닌 '데이터 시대'가 열렸다. 3세대(3G) 통신이 보편화되자 SK텔레콤이 2010년 국내 최초로 월정액 5만5000원에 3G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2000년대초 2.5G 시절 무선인터넷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정액요금제들이 나오긴 했지만, 심야시간을 제외한 경우에는 1패킷(512바이트) 당 5.5원이 부과되는 제한이 있었다. SK텔레콤의 3G 무제한 요금제가 등장하자 KT(구 KTF)와 LG유플러스(구 LG텔레콤)도 나란히 월정액 5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바야흐로 롱텀에볼루션(LTE)의 4G시대가 도래하자 '빠른 속도'로 대표되는 데이터는 이동통신 서비스의 중심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4G 무제한 요금제가 처음 나오던 때에는 월정액이 10만원대 고가로 책정되면서 큰 이목을 끌지 못했지만 지난해 4월 LG유플러스가 2년 약정시 6만원대 'LTE8 무한대' 요금제로 승부수를 띄웠다. SK텔레콤과 KT도 각각 'LTE 전국민 무한'과 '완전무한'으로 뒤따라갔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의 인기와 함께 국내 가입자들의 데이터 소비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LTE-A, 3밴드 LTE 등으로 통신속도의 진화가 계속되고, 스마트폰 화면의 대형화에 따라 고화질 동영상 콘텐츠 소비도 급증하고 있어서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에서 발생하는 LTE 트래픽은 12만960테라바이트(TB)에 달한다. LTE폰 사용자 1명이 쓰는 월평균 데이터양은 3.3GB로 음성통화와 문자가 이동통신사 매출의 주수익원이었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

KT를 시작으로 '음성·문자'는 무제한, 데이터를 '쓰는만큼' 고르는 요금제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추세를 반영한 전략이다. 문자는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로 이미 대체됐고, 이동전화 음성통화 대신 모바일 메신저에서 제공하는 인터넷전화(VoIP)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에 현재 이동통신시장은 사용량 제한을 풀어도 큰 타격이 없는 문자와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어필하고 데이터 소비량에 따라 과금하는 구조로 진화 중이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이동통신 산업은 이미 포화상태라 새로운 요금구조를 정착시켜 수익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데이터 사용량 급증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론 데이터 종량제를 향해야 데이터를 쓰는 만큼 요금을 서서히 올리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수익성 보전이 필요한 이통사들이 데이터형 요금제 출시로 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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