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의 고민…"다음+카카오와 경쟁? 구글·中기업이 두렵다"

"라인 수익모델, 모든 가능성 검토중…스타트업 적극 지원"
"'은둔의 경영자' 아냐…네이버, 좋은 기업 모델 되려 노력할 것"

이해진 네이버 의장. © News1

(제주=뉴스1) 김현아 기자 =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2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4 중소기업 리더스 포럼'에서 강연자로 나서면서 오랜만에 국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강연 이후에는 따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이 의장은 네이버가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곤욕을 겪었다면 이제는 거대 규모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며 "매년 망할 뻔했고 매년 창업을 다시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가입자 5억명 돌파를 코앞에 두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가 넘어야 할 산은 그리 녹록치 않다. 외국 기업의 국내 역차별 문제에 전세계 검색시장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구글, 모바일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중인 페이스북, 막대한 자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는 중국 기업들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있다. 여기에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소식 또한 네이버에게는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 의장은 "규제 이전에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PC 검색에서 네이버가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동영상 서비스의 경우 구글 유튜브가 다 갖고 있고 국내 광고매출이 가장 급격하게 늘고 있는 곳이 페이스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글로벌 기업들은 회사 형태도 유한회사고 점유율, 매출 데이터 등이 나오지 않아 매출액이 공개되는 네이버만 타깃이 되는 것 같다"며 "무게중심이 이미 PC에서 모바일로 옮겨간 상황에서 이제는 어떤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데이터를 먼저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합병을 선언한 다음과 카카오와 관련해 이 의장은 "두려운,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모바일에서 막강한 사용자 점유율을 지닌 '모바일 강자'인 카카오와 PC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보유한 다음의 합병은 네이버를 긴장시키는 일이란 것이다. 이 의장은 이어 "더 두려운 경쟁자는 페이스북, 구글 등 해외서비스"라며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배경에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을 고려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의 성장과 성공은 일본에서 시작해 동남아시아로 무대를 넓히며 '가입자 5억명'란 기록 달성을 눈 앞에 둔 라인이 견인하고 있다. 라인의 기업공개(IPO)설에 대해 이 의장은 "라인이 좋은 기회를 갖고 있지만 왓츠앱, 위챗 등 경쟁자가 만만치 않아 모든 가능성을 놓고 검토중"이라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전했다.

라인의 수익모델과 관련한 질문에 이 의장은 "게임, 광고 등 기본적인 모델 외에 새로운 수익모델이 나오지 않아 다들 고민일 것"이라면서 "라인이 스티커 등 감각적인 서비스를 내고 있고 일본이나 동남아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아서 1인당 매출면에서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의 수익모델은 큰 숙제"라고 답했다.

앞서 강연에서 이 의장은 "구글이 해외기업의 인수합병 및 특허권 매입에만 30조원을 쓴다"고 말했다. 또 중국 기업인 텐센트가 국내에 투자한 돈이 6150억원에 달한다고도 전했다. 해외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공격적인 투자 활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어떠한 M&A 전략을 갖고 있을까.

이 의장은 "M&A는 네이버가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한게임과 첫눈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구글이 어마어마한 돈을 갖고 엄청난 수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M&A를 벌이는 데 비하면 네이버는 역량도 자금도 부족한 것 투성이"라는 이 의장은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길 바라고 또 네이버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강연이든 펀드든 얼마든지 지원할 것"이라면서 "아이템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열정, 시각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이 자랑하는 네이버의 기업문화는 투명성, 인터넷 서비스와 품질에 대한 자부심, 글로벌 시장에 대한 열정 등이었다. 그는 웹툰을 '큰 희망'이라 꼽으면서 "웹툰, 웹소설, 뮤직, 일러스트 등 콘텐츠 분야마다 아마추어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터넷에서 꿈꿨던 아름다운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면서 "저희가 1등이기에 가능한 일이지 구글이었으면 불가능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오랜만에 언론과 마주한 그는 이날 대외활동이 뜸했던 자신을 둘러싼 '은둔의 경영자'란 표현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은둔의 경영자'는 뒤에서 조종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 듯한 표현"이라고 말한 이 의장은 "계속해서 같이 일해왔고 업무에서 제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며 '은둔의 경영자'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네이버의 자회사 개수가 많다고 해서 문어발 기업이라 볼 수 없고 지분관계가 어떤지 잘 보고 판단해주시길 바란다"며 "저희는 대한민국 기업 중에 좋은 모델, 사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 잘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