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토로라 '헐값' 매각 논란…득실 따져보니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자료제공=구글)© News1

(서울=뉴스1) 허재경 기자 = 구글이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 헐값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1년 125억달러에 샀던 모토로라 휴대폰 부문을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레노버에게 3년만에 4분의 1토막인 29억1000만달러만 받고 팔았다는 구글측의 공식 발표(29일 현지시간)가 나오면서다.

당장 구글의 통큰 베팅은 표면적으론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지만 불가피했던 측면이 많다.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 인수 이후 이렇다 할 히트상품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천문학적인 인수 비용은 물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베팅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구글의 손익계산서 또한 나쁘지 않다는 시각이다. 구글은 먼저, '계륵' 같았던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를 떼어내면서 재정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실제 지난해 1~9월 사이 모토로라는 6억4500만달러(69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야심작으로 출시(2013년8월)했던 '모토X'의 지난해 3분기 판매량은 기존 경쟁사들에게 밀려 안방인 미국 본토에서조차 고작 50만대에 머물렀다.

또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부 매각 대상에 핵심이었던 연구개발(R&D) 분야와 특허가 제외된 점도 구글에게 굿뉴스다. 구글은 레노버와 이번 매각 과정에서 경영권과 지분, 생산시설 등 주로 외형적인 부문에 초점을 맞췄다.

'전자문신' 등을 포함해 차세대 먹거리 개발에 치중된 구글의 핵심 연구개발(R&D) 부문이나 현재 심혈을 기울여 진행 중인 '조립폰' 프로젝트 등은 이번 매각 대상에서 빠졌다. 모토로라의 매각 대금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1만7000여개에 달하는 모토로라의 통신 관련 특허는 여전히 구글 소유다. 향후 이를 활용한 기술 사용료(로열티) 수입은 물론이고,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특허 공세 방어막으로서의 가치도 유효하다.

아울러 그 동안 구글이 모토로라 인수와 함께 안드로이드 진영내에 퍼져 있는 '모토로라 특혜' 의혹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모토로사 휴대폰 사업부를 놓고 진행된 구글과 레노버의 이번 매각 협상이 얼핏 보면 구글에게 상당히 불합리하게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구글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heo0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