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끼리' 돌풍…보조금경쟁 종지부 찍나
SKT 가입자 많아 유리…가계통신비 연간 1200억 절감효과
SK텔레콤이 지난 22일 출시한 망내무료통화 'T끼리' 요금제 때문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매월 일정액만 내면 SK텔레콤 가입자끼리 무제한으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T끼리' 요금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시된 '망내 무료통화'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가입자가 가장 많은 SK텔레콤이 '망내 무료통화'를 먼저 시도했다는 점에서 국내 이통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공산이 커 보인다. 실제로 이 요금제는 출시 1주일만에 가입자가 20만명이 넘어서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이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의 종지부를 찍고, 본원적인 서비스 경쟁으로 승부하겠다"고 공언했다. 'T끼리'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음성통화 매출이 줄어들 것은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매출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망내 무료통화' 요금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은 '보조금 과열경쟁의 악순환'을 끊어보겠다는 의도에서다.
SK텔레콤 의도대로 'T끼리' 요금제 출시를 계기로 이통시장의 패러다임이 보조금 경쟁에서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시장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이통시장의 경쟁환경이 건전해질 뿐 아니라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끼리'…소모적 보조금 경쟁 고리끊나
SK텔레콤의 'T끼리' 요금제는 총 7종이다. 월 3만5000원에서 10만원까지 구성돼 있는 요금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돼 있고, 3세대(3G)와 롱텀에볼루션(LTE) 사용자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SK텔레콤 가입자가 아닌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와 통화하는 '망외통화'의 경우에도 요금제에 따라 최소 80분에서 800분까지 무료통화 시간이 제공되는 등 지금까지 선보였던 그 어떤 요금제보다 혜택이 크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보조금으로 뺏어온 고객은 언제든 보조금으로 다시 뺏길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고객들이 만족할만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고객이 스스로 머무르기를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T끼리 요금제를 내놓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모적인 경쟁이 반복되는 번호이동 중심 시장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기기변경 중심 시장으로 전환을 유도해 보조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보겠다는 것이다. 보조금 때문에 이통사를 철마다 바꾸는 '메뚜기족' 가입자를 차단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SK텔레콤은 'T끼리' 요금제 외에도 올초부터 실속형 요금제를 꾸준히 내놨다. 1월말 '착한기변'을 통해 장기 가입자에게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실시했고, 2월초 '데이터 선물하기'를 선보였다. 또 'LTE 데이터 함께쓰기' 요금제를 27일부터 2개 단말기에서 전면 무료화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착한기변 이용자가 2개월간 50만명에 달했고, 데이터 선물하기는 2월초 출시후 40여일만에 이용건수가 50만건이 넘어섰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이같은 변화에 대해 변정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시장분석그룹장(박사)은 "T끼리 요금제는 지금까지 SK텔레콤이 내놓은 요금제 중 가장 새로운 형식"이라며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요금제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끼리…가계통신비 연간 1200억원 절감효과
'T끼리 요금제'는 SK텔레콤 입장에서 보면 음성매출 감소를 낳을 수 있지만, 가입자 입장에서 보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는 요금제다. 이 요금제에 가입하는 SK텔레콤 가입자는 자사 가입자끼리 음성통화는 물론 타사 가입자와의 문자, 멀티메시지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K텔레콤 가입자가 우리나라 전체 이통 가입자 5000만명 가운데 절반에 이른다는 점에서 '무료효과'는 더 큰 셈이다. 게다가 'T끼리' 요금제 가입자들에겐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까지 허용된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사실상 T끼리 요금제는 망내 음성/메시지 초과 사용 요금이 사실상 무료화됨에 따라, 연간 1200억원 이상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특히 LTE 데이터 함께쓰기를 이용하면 추가 기기당 월 9000원을 부담하던 고객들이 매월 최대 1만8000원까지 절약할 수 있다"면서 "이는 비용절감뿐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전반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KT와 LG유플러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SK텔레콤처럼 '망내 무료통화' 요금제를 내놓자니 매출감소가 우려되고, 무시하자니 SK텔레콤 가입자 유치는 고사하고 자사 가입자 이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은 "망내 음성통화 무제한 요금제는 해지율을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같은 이통사를 쓰는 사람들끼리 무제한으로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보다 통신사 변경의 필요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통시장이 서비스 경쟁으로 재편되기 위해서는 KT와 LG유플러스도 '망내 무료통화' 대열에 합류해야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정욱 박사는 "KT와 LG유플러스가 이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놔야 파급력이 생기면서 본격적인 요금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요금제 경쟁이 활발해지면 대규모 보조금을 뿌려 가입자를 유인하는 마케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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