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남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방미통위 '자동임명' 후폭풍 우려

방문진 이사 자동임명 결정에…"추천·임명 분리 취지 퇴색 우려"
민언련 "방송법 취지 거슬러"…법조계 "추천기관 책임 보완해야"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 뉴스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이사 '자동임명'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영방송 이사 추천·검증 체계 전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사회 공백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는 하지만, 추천기관이 후보자의 적격성과 결격사유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임명이 가능해질 수 있어 추천 단계의 검증이 형식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오태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의 과거 대선 캠프 활동 이력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방미통위가 자동임명 기준을 마련하면서 불거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 3법은 공영방송 이사를 국회 교섭단체와 학회·변호사단체 등 추천기관이 추천하고, 방미통위가 이를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하는 구조다. 추천과 임명을 분리한 만큼 후보자의 적격성과 결격사유를 사전에 검토할 1차 책임은 추천기관에 있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실제 한국방송학회는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위해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회장단 회의를 거쳐 내부 추천 규정을 마련하는 등 후보자의 전문성과 공공성, 정치적 중립성 등을 검토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정당 추천의 경우 검증 절차와 기준을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업계에서는 자동임명 기준 자체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운영 공백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필요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공영방송 이사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만큼 이사 공백이 장기화되면 관리·감독 기능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자동임명 기준은 이런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제도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는 추천기관의 검증 책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추천과 임명을 분리한 취지는 추천기관이 후보자의 적격성과 결격 여부를 충분히 검증한 뒤 책임 있게 추천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검증이 미흡한 상태에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임명되는 구조라면 추천기관의 책임이 약화되고 제도의 취지도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계도 이번 결정을 계기로 공영방송 이사 검증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자동임명은 검증 절차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추천기관이 후보자의 결격사유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방미통위는 법이 부여한 결격사유 검증과 판단의 책무를 다하지 않은 채 법정 시한만 흘려보내 오태규 후보의 자동임명을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방미통위 전체회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제공)

논란의 발단은 오태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리 과정이다.

방미통위는 지난 제23차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오태규 방문진 이사 후보자에 대해 과거 이재명 대통령 대선 캠프 활동 이력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임명을 보류했다.

이후 최근 열린 제24차 전체회의에서는 추천기관으로부터 추천된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에 대해 방송 3법상 명확한 결격사유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임명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당시 위원들 사이에서는 법 해석을 둘러싼 의견이 엇갈렸다.

류신환 비상임위원은 "당사자나 추천권자의 소명 부족으로 결격사유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결격사유로 판단해 기간 내 위원회가 임명 거부를 의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상근 비상임위원도 이에 동의했다.

반면 고민수 상임위원은 "결격사유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피추천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처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 원칙에 따라 자동임명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종철 위원장은 사후 결격사유가 확인될 경우 당연퇴직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자동임명 기준을 적용하기로 의견을 정리했다.

이번 사례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서 자동임명 기준이 처음 적용된 사례다. 앞으로 남은 11명의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추천기관의 검증 책임과 자동임명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미통위는 오태규 이사 임명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한 추가 검증 절차는 진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결격사유와 관련된 별도의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으면 추가 절차는 없다"고 밝혔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