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데이' AI 밈 확산…'조롱성' AI 생성물 처벌 경계는
'AI로 제작됨'은 가짜 여부만 표시…사용 목적 따라 책임 달라져
현행법은 허위사실 유포 중심…희화화 처벌 입법 논의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조롱성 이미지와 영상이 확산하면서 AI 콘텐츠의 법적 책임과 플랫폼 대응 기준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부 게시물은 스타벅스 로고와 전차,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인물을 결합해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이나 '폭동' 이미지로 되돌려놓는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최근 스타벅스 로고가 붙은 전차 이미지와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인물이 스타벅스 컵을 든 영상 등이 게시되고 있다. 일부 게시물에는 'AI로 제작됨' 표시가 붙었다.
게시물에는 '탱크커피는 애국이다', '손정현 대표를 복귀시켜라' 같은 문구가 붙었다.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스타벅스 광고물처럼 배치한 이미지도 공유됐다. 또 다른 영상에는 불길 속 전차가 특정 정치 성향을 비하하는 표현이 적힌 벌레 모양 대상을 밀고 가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논란은 지난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온라인스토어 기획전 이미지에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함께 쓰면서 시작됐다. 이날은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이었다. 온라인에서는 '탱크데이'가 1980년 5월 광주에 투입된 군 병력을, '책상에 탁!'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판이 커지자 스타벅스코리아는 해당 행사를 중단하고 사과했다. 이후 신세계그룹은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했고, 행정안전부는 정부 행사에서 스타벅스 상품권 제공을 중단하기로 했다.
쟁점은 AI 생성물 자체보다 그것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고 어떤 피해를 일으켰는지다. AI로 만든 이미지라는 사실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성범죄, 사기, 명예훼손, 역사왜곡, 피해자 조롱 등 실제 피해 유형을 구분할 수 없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AI로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투명하게 표시하는 것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우선 조치"라며 "다만 사용 목적과 발생한 피해에 따라 적용법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AI 생성 기술이 방송 콘텐츠 제작에 쓰이면 창작 도구가 되지만, 성범죄나 사기, 명예훼손에 쓰이면 각각 다른 법적 책임이 뒤따른다. AI를 활용해 생성한 결과물이 어떤 피해를 일으켰는지에 따라 성폭력처벌법, 형법, 정보통신망법 등 피해 유형별 개별 법률로 대응하는 방식이다.
5·18 관련 AI 밈은 더 복잡하다. 한국에는 5·18 왜곡 처벌 조항이 이미 있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는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모든 조롱성 밈이 곧바로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핵심은 '허위사실 유포'다. '5·18은 폭동이었다', '북한군이 개입했다'처럼 허위사실을 명시하거나 이를 사실처럼 유통하면 처벌 논의가 가능하지만, 전차와 전두환 전 대통령 이미지, 기업 로고를 결합한 조롱성 AI 밈은 개별 게시물의 문구와 맥락을 따져야 한다.
경찰도 최근 5·18 관련 허위사실 유포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SNS 등을 통해 5·18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37개 계정의 내사에 착수했고, 게시글 240건의 삭제·차단을 요청했다. 1980년 5월 광주일보를 모방한 합성물로 '간첩들이 무기고를 탈취해 계엄군을 공격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50대 남성도 5·18 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번 AI 밈 논란은 현행법의 경계도 드러낸다. 명시적인 허위사실 유포는 이미 처벌 대상이지만, 조롱과 희화화, 암시적 왜곡이 뒤섞인 콘텐츠는 법 적용이 쉽지 않다. 'AI로 만든 장난'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어도 피해자의 기억을 조롱하거나 5·18을 '폭동' 프레임으로 되돌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회색지대가 생긴다.
이런 빈틈을 겨냥한 개정 논의도 시작됐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5·18 관련 국가폭력 피해자와 사망자, 유족을 향한 2차 가해를 금지·처벌하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법상 허위사실 유포 중심의 처벌 범위를 5·18 부인·비방·왜곡·날조·조롱 행위까지 넓히는 내용을 담았다. 정보통신망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조롱·모욕·희화화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공개적인 방식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피해 사실을 부인·왜곡한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도 담겼다.
플랫폼 책임도 쟁점이다. 일부 플랫폼은 AI 생성 콘텐츠에 'AI로 제작됨' 표시를 붙이고 있다. 그러나 이 표시는 해당 이미지가 실제 장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줄 뿐, 콘텐츠가 역사왜곡인지, 피해자를 조롱하는지, 사회적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지까지 판단하지는 못한다.
역사적 비극과 가해자 이미지를 AI 콘텐츠로 재가공하는 문제는 해외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2024년 보고서에서 생성형 AI가 홀로코스트 관련 기록을 왜곡하고 반유대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은 홀로코스트 부정과 나치 선전물 유포를 형법으로 금지해 온라인에도 적용하고,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 콘텐츠와 허위정보, 혐오 확산 위험을 줄일 의무를 부과했다.
다만 플랫폼에 더 강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두고는 논쟁이 있다.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걸러내도록 하면 피해 확산을 줄일 수 있지만, 반대로 민간 사업자가 표현의 허용 범위를 판단하게 된다는 우려도 따른다. 김 교수는 "플랫폼에 유해 콘텐츠를 내려야 한다는 책임을 지우자는 주장이 있지만, 반대로 플랫폼의 사찰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론도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가이드를 주지 않으면 플랫폼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AI 생성 표시는 가짜인지 여부를 알려줄 수 있지만, 그것이 피해자의 기억을 조롱하는 콘텐츠인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콘텐츠인지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AI 생성 콘텐츠를 일률적으로 막기보다 사용 목적과 피해 유형에 따라 개별법 적용 범위와 플랫폼 신고·검토 기준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xmxs41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