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미만은 틱톡·인스타 셧다운?"…청소년 SNS 규제 불씨

방미통위 "사업자 보호 책임 강화 필요"
전문가 "해외 플랫폼 집행력·역차별 우려도 변수"

9일 호주 시드니에서 한 10대 청소년이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 계정이 연령확인을 위해 잠긴 계정의 메시지가 표시된 휴대전화를 들고 있다. 2025.12.09. ⓒ AFP=뉴스1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과의존을 막기 위한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규제 당국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신중함을 견지하는 가운데 필요성은 인정하는 모습이다.

규제가 시작된다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에 방향을 둘러싼 쟁점도 커지고 있다. 일정 연령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제한할지, 추천 알고리즘과 야간 알림, 무한 스크롤 등 플랫폼 설계 자체를 규제할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식 연령 제한 주목…김종철 방미통위원장 "청소년 보호 필요"

28일 관가에 따르면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온라인상의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를 냈다. 해외 주요국의 온라인 아동·청소년 보호 규제를 분석하고 국내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한 정책연구 결과가 보고서의 주 내용이다.

특히 호주의 '소셜미디어 최소연령법' 사례를 다룬 것이 주목된다. 호주는 만 16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계정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의 규제를 도입했다.

현재 국회에는 청소년 SNS 과의존 방지 관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법안별로 14세 미만 가입 금지, 16세 미만 이용한도 설정, 19세 미만 정보추천 알고리즘 금지, 야간 알림 제한, 개인맞춤형 추천·이용유도 기능 제한 등 접근 방식은 제각각이다.

해외 사례도 일률적인 연령 제한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통해 초대형 플랫폼에 미성년자의 정신적 안녕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 위험을 평가하고 완화할 의무를 부과했다. 미국 뉴욕주는 부모 동의 없는 중독성 피드와 야간 푸시 알림을 제한하는 법제를 마련했다.

KISDI는 그간 전통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보고서가 청소년 SNS 규제를 위한 정책 마련의 첫발 아니냐는 시각이 나왔다.

다만 방미통위는 해당 보고서가 연구자 관점에서 해외 사례의 시사점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안전한 SNS 이용환경 조성을 위해 국회 입법 논의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방미통위 관계자는 "보고서는 해외 현황 파악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서 안에 방미통위 정책 방향이 담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용 금지보다는 SNS 사업자들의 청소년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알고리즘이 적용돼 과의존 문제가 발생하거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각종 기능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그런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연령 제한·알고리즘 규제 등 과제 산적…'플랫폼 설계 규제'로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청소년의 SNS 과의존을 막아야 한다는 신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30일 취임 100일 간담회에서 "청소년 보호는 미디어 정책의 핵심 책무"라며 "최근 전 지구적으로 (청소년 SNS 규제) 관련 입법이 이뤄지고 있고 '남의 문제만은 아니다'는 문제의식으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SNS 과의존이 청소년 정신건강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와 함께 다양한 전문가, 이해관계자가 머리를 맞대어 논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규제 논의는 청소년 보호 규제가 불법·유해 콘텐츠 차단을 넘어 플랫폼 기능과 시스템 설계 단계의 사전 규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KISDI 보고서도 현행 정보통신망법과 청소년보호법이 불법·유해 콘텐츠 사후 차단에 집중돼 있어 중독을 유도하는 플랫폼의 기능적·구조적 위험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실제 청소년 SNS 과의존 문제는 사용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은 이용자 반응을 학습해 비슷한 콘텐츠를 계속 추천한다. 자동재생과 무한 스크롤, 야간 알림 등도 이용자가 서비스를 오래 이용하도록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김종철 초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미통위에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2.19 ⓒ 뉴스1 안은나 기자
청소년 "못 뚫을것 같아?"…전문가 "해외플랫폼 역차별도 변수"

연령 제한은 기준이 명확하고 정책 메시지가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호주식 모델처럼 특정 연령 미만 이용을 제한하면 행정 집행 기준도 비교적 단순하다.

그러나 실제 도입 과정에서는 우회 가입, 연령 확인에 따른 개인정보 수집 확대, 해외 플랫폼 집행력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호주 모델처럼 아예 등록을 못 하게 하거나 아이디 발급을 막는 방식은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 청소년의 IT 운용 능력을 고려하면 막는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고, 우회 방법도 많아 풍선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청소년들도 이같은 부분을 인지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직접 청소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한 간담회에서 국제중학교에 다니는 김모 양은 "최근 국제 행사에서 청소년 SNS가 전면 금지된 호주 친구들을 만났는데 SNS가 없어서 참석자들과 교류·소통하지 못하는 것을 봤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주 안에서도 규제에 대한 반발이 심하고 일부 친구들은 우회하거나 불법적인 경로로 SNS를 이용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규제로 청소년의 SNS 이용을 막아봤자 불법 우회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알고리즘·야간 알림·무한 스크롤 등 설계 규제는 과의존 원인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지만, 어떤 기능을 '중독적 설계'로 볼지와 규제 기준 마련은 과제로 남는다.

유현재 교수는 "다른 나라는 알고리즘 자체를 정책의 일부로 두고 어느 SNS에서 어떤 알고리즘을 쓰는지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며 "우리나라는 어느 SNS에서 어떤 알고리즘을 쓰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리도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SNS나 빅테크가 알고리즘에 어떤 원칙을 가졌는지, 청소년에게 유해한 요소를 알고리즘 차원에서 어떻게 관리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보고하게 만들거나 청소년에게 유해한 특정 용어를 검색·알고리즘에서 배제하도록 하는 등 디테일한 접근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규제 실효성과 집행력 문제를 짚었다. 그는 "스마트폰 같은 기기조차 학교 현장에서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별 서비스 규제는 더 복잡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요 SNS는 해외 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규제가 국내 사업자에게 먼저 적용되고 해외 사업자에는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향후 쟁점은 방미통위와 국회가 연령 제한, 법정대리인 동의 강화, 추천 알고리즘 차단, 야간 알림 제한, 플랫폼 위험성 평가 의무화 등을 어떤 조합으로 설계하느냐다. 해외 플랫폼 집행력과 국내 사업자 역차별 우려, 사회적 공감대 형성 여부도 실제 제도화 과정의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