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률 0%인데 방발기금 뜯는 규제…케이블TV 곧 붕괴된다"

케이블TV방송협회 "케이블 위기, 시장 실패 아닌 정책 공백"
"3개월 내 '정책연구반' 구성하고 규제 전환 등 방안 마련해야"

황희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민주

(서울=뉴스1) 이민주 기자 = 케이블TV 사업자(SO)들이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 공백으로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업계는 유료방송 구조 재설계를 위한 '정책연구반'을 즉각 구성하고 3개월 내 제도 개선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붕괴 위기인 업계의 호소를 외면한다면 지역채널 운영 축소 등 '블랙아웃' 가능성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케이블 위기, 시장 실패 아닌 정책 공백'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케이블TV협회장과 LG헬로비전, 딜라이브, KT HCN 등 SO 대표, 중소SO 대표와 중소SO발전연합회 등 케이블 TV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황희만 케이블TV협회장은 "봄이 왔지만 아직 춥다는 의미의 '춘래불사춘'이라는 단어가 꼭 업계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케이블TV 업계의 경영환경은 가입자 급감, 광고·홈쇼핑 수수료 수익 감소, 콘텐츠 비용 급증 등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 우리 산업이 겪고 있는 위기는 개별 사업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공백이 초래한 구조적 위기"라며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케이블TV 산업의 지속 가능성 담보를 위한 정책적 대응은 멈춰 있다"고 지적했다.

10년 사이 영업이익 97% 줄었는데 '방발기금'은 그대로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업계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가입자가 이탈하는 등 IPTV와의 경쟁 심화로 위기를 겪고 있다.

SO 사업 매출은 2014년 2조 3000억 원에서 2024년 1조 5000억 원으로 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500억 원에서 148억 원으로 97%나 감소했다.

업계는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시장 환경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과거 규제 체계를 꼽는다. IPTV와 글로벌 OTT 등 새로운 사업자와 경쟁이 심화됐지만 케이블TV는 지역채널 의무 운영, 방송발전기금 납부 등 기존 규제 부담을 그대로 안고 있어 사업 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SO는 허가 사업자로서 지역채널을 통해 지역 뉴스와 생활 정보, 재난 방송, 선거 방송 등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또 방송사업 매출의 일정 비율(1.5%)을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업황이 악화하며 2024년 기준 SO가 낸 방발기금이 이들의 영업이익보다 많은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황 회장은 "2024년 기준 케이블TV SO의 영업이익률은 0%대에 불과하며 일부 사업자는 영업이익이 기금 납부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조적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상파 방송사의 경우 공적 역할 수행 등을 이유로 기금 감경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같은 차원의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케이블TV SO는 적자 사업자조차 동일 요율을 전액 부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이민주 기자
"3개월 안에 방안 마련해야…지역채널 블랙아웃도 검토"

SO 업계는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도 개선을 넘어 산업 진흥을 위해 '정책연구반'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규제 패러다임 전환 △유료방송 지속성 확보 △홈쇼핑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 마련 △케이블TV 출구전략 등을 포괄적으론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지금이 유료방송 구조 재설계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며 3개월 내 가시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방발기금 납부 전면 유예와 지역채널 '블랙아웃'을 포함한 업계 차원의 단계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회장은 "상대적 정책 소외가 지속될 경우 방발기금 납부 전면 유예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채널을 필수 공익매체로 지정하고 지원 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지역채널 의무 운영을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TV는 여전히 전국 1200만 가구 이상이 이용하는 공동 플랫폼이다. 이 산업이 무너진다면 지역 정보 전달, 재난 대응, 지역 민주주의 기반이 함께 약화할 것"이라며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방안 마련을 요구한다. 정책 지원이 없다면 SO 업계의 회생은 불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판단과 제도 설계"라고 강조했다.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는 "케이블TV는 지역채널 운영 등 공공성을 전제로 시작된 산업인데 IPTV가 등장하며 경쟁 환경은 크게 바뀌었지만 규제 체계는 과거 구조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가 유료방송 시장 전반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nj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