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쿵푸나 댄스보다 빨래 개는 로봇이 중요한 이유
- 김민수 기자
(바르셀로나=뉴스1) 김민수 기자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26) 전시장. 관람 인파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 곳은 스마트폰 신제품 체험 부스나 로봇이 춤을 추고 쿵푸를 하는 행사였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인파가 적은 전시장이 있었다. 이 부스 한쪽에는 실제 거실처럼 꾸며진 공간이 마련됐다. 기자가 소파에 앉자 커튼이 열리고, 휴대전화를 들자 벽면 TV가 자동으로 켜졌다. 별도의 명령은 없었다. AI가 사람의 행동을 인식해 상황에 맞게 기기를 작동시켰다.
단순한 스마트홈 시연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부스에서 강조한 것은 '생활 속 인공지능'이었다.
이 기술은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다. 거실에서 커튼을 열고 TV를 켜는 기능은 부가 서비스처럼 보인다. 당장 매출을 만드는 모델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거실 속 AI'가 기자의 눈에 띈 이유는 있었다.
생활 공간에서의 AI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다. 사람의 행동을 맥락 단위로 이해해야 한다. 소파에 '앉았다'는 동작을 인식하는 것과 '휴식을 취하려 한다'는 상황을 해석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감지의 영역이지만, 후자는 이해의 영역이다.
이러한 능력은 곧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 이른바 피지컬 AI와도 연결이 된다. 사람의 의도와 상황을 읽지 못하면 로봇도, 자율주행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거실 속 장면은 단순히 편의성을 뽐내려던 것이 아니다. 피지컬 AI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장면이었다. 산업 현장의 자율 로봇이든, 재난 현장에 투입되는 무인 기기든 결국 필요한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LG유플러스 부스에 전시된 LG AI연구원의 피지컬AI '익시오'도 기자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익시오는 춤을 추거나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없었다. 조용히 빨래를 개고 빵을 썰었다.
부스에서 만난 LG AI연구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오해하는 게 로봇이 텀블링하거나 무거운 것을 드는 것은 쉬워요. 하지만 컵 손잡이에 끈을 끼워 넣거나, 빨래를 접는 일이 더 힘들단 말이죠."
즉 작은 판단에는 더 정교한 데이터와 고도화된 학습이 필요하다.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여도, 그 이면에는 복잡한 인지 과정이 작동한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6에서 로봇과 피지컬AI 전문가들도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나믹스 대표는 CES 키노트 토론에서 "로봇이 마라톤이나 킥복싱을 하는 영상은 주목을 끌지만 (로봇 투입이) 준비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요즘엔 오히려 구현하기 쉬운 일"이라며 "어려운 것은 로봇이 실제로 유용한 일을 하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MWC에서는 AI 그 너머의 발전이 비로소 눈에 보였다. 로봇과 AI가 '실제로 인간에게 유용한 일을 하는 것, 그리고 그 기술이 '실전'에 투입될 준비를 마쳤는지가 글로벌 전문가들에겐 중요한 평가포인트였다.
MWC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과 통신사들은 입을 모아 'AI기업'으로의 전환을 외쳤다.
전환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동화책 속에나 나올 법한 '콘셉트' 개념의 AI를 얘기하면 이미 늦었다.
'인간에게 유용한' AI 기술을 '지금 바로' 준비하고 있는가. 그것이 그들이 외치는 AI기업 전환의 핵심 키(Key)가 될 터다.
kxmxs4104@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