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표 선정 놓고 내홍 감지…KT "이사회 결의 요건 충족"
사외이사 결격사유 발생 놓고 대표 선임 무효 주장 감지
"이사회, 새판 짜는 도구 악용 경계해야" 지적도
- 김민수 기자, 이기범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이기범 기자 = KT(030200)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낙점 바로 다음 날 사외이사 해임 공시를 냈다.
해임된 사외이사 참여 여부에 상관없이 차기 대표 선정에 필요한 정족·찬성 요건을 맞췄는데도 급하게 해임을 발표했다.
빠른 안정이 필요한데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결정을 공시한 건 그만큼 다급했다는 방증이다. 이번 차기 대표 선정에 지원한 각 후보자와 KT 이해관계자들 간 이합집산을 이뤄 '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19일 KT에 따르면 조승아 사외이사가 KT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16일 최종 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조 이사를 배제했다.
지난해 4월 KT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자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조 이사가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하게 된 시점은 같은 해 3월 26일이다. 이 때문에 발생한 사후 결격 요건으로 상법은 최대주주 및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도록 제한한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외부개입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이 차기 대로 낙점되자 다른 후보 측에서 조 이사의 심층 면접 참여 배제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 이사가 결정에 참여했을 경우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표결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윤영 전 부문장과 다른 후보 득표가 비등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자 쇼트리스트에서 탈락했던 후보들과 이해관계자들 일부는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무효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주장은 박 전 부문장과 최종 후보를 다퉜던 쪽의 논리와는 달리 "결격 사유가 있었던 이사가 참여한 이전의 모든 결정은 무효"라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급하게 해임 공시를 낸 건 차기대표 선임을 둘러싼 판 뒤집기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차기 대표 1인 선정 과정에서 조 전 이사 의결권을 제외해도 결의 요건은 갖췄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에서다.
회사 법무 쪽에서도 결격 사유가 있는 이사 참여만으로 이사회 결의 사안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KT 이사회 규정 제9조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법의 일부인 회사법상 이사회 결의 유효성은 정족수와 찬성 수 충족 여부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전 의사결정에 조 전 사외이사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결의 사안 무효를 선언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겸직 시점 이후 개최된 이사회·위원회 의결 사항을 점검한 결과 이사회 및 위원회의 결의는 그 결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이사회 책임을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이를 새 판을 짜는 도구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KT는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해 매번 경영 불확실성, 조직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Ktig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