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대표 선정 놓고 내홍 감지…KT "이사회 결의 요건 충족"

사외이사 결격사유 발생 놓고 대표 선임 무효 주장 감지
"이사회, 새판 짜는 도구 악용 경계해야" 지적도

KT가 4일 이사회를 열고 김영섭 대표의 거취와 무단 소액결제 사고와 관련한 전 고객 대상 유심(USIM) 교체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2025.11.4/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이기범 기자 = KT(030200)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낙점 바로 다음 날 사외이사 해임 공시를 냈다.

해임된 사외이사 참여 여부에 상관없이 차기 대표 선정에 필요한 정족·찬성 요건을 맞췄는데도 급하게 해임을 발표했다.

빠른 안정이 필요한데 혼란을 부추길 수 있는 결정을 공시한 건 그만큼 다급했다는 방증이다. 이번 차기 대표 선정에 지원한 각 후보자와 KT 이해관계자들 간 이합집산을 이뤄 '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19일 KT에 따르면 조승아 사외이사가 KT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16일 최종 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조 이사를 배제했다.

지난해 4월 KT 기존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하자 현대차그룹이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조 이사가 현대제철 사외이사를 겸직하게 된 시점은 같은 해 3월 26일이다. 이 때문에 발생한 사후 결격 요건으로 상법은 최대주주 및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 사외이사를 맡을 수 없도록 제한한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외부개입이 있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이 차기 대로 낙점되자 다른 후보 측에서 조 이사의 심층 면접 참여 배제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조 이사가 결정에 참여했을 경우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표결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박윤영 전 부문장과 다른 후보 득표가 비등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자 쇼트리스트에서 탈락했던 후보들과 이해관계자들 일부는 선임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무효를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 주장은 박 전 부문장과 최종 후보를 다퉜던 쪽의 논리와는 달리 "결격 사유가 있었던 이사가 참여한 이전의 모든 결정은 무효"라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KT가 급하게 해임 공시를 낸 건 차기대표 선임을 둘러싼 판 뒤집기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차기 대표 1인 선정 과정에서 조 전 이사 의결권을 제외해도 결의 요건은 갖췄다는 사실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려는 의도에서다.

회사 법무 쪽에서도 결격 사유가 있는 이사 참여만으로 이사회 결의 사안이 무효가 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KT 이사회 규정 제9조는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상법의 일부인 회사법상 이사회 결의 유효성은 정족수와 찬성 수 충족 여부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전 의사결정에 조 전 사외이사가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결의 사안 무효를 선언하는 건 어렵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겸직 시점 이후 개최된 이사회·위원회 의결 사항을 점검한 결과 이사회 및 위원회의 결의는 그 결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놓고 이사회 책임을 강화할 필요는 있지만 이를 새 판을 짜는 도구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KT는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서 리더십 공백이 발생해 매번 경영 불확실성, 조직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