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20만곳 늘 때 직원 7천명 늘었다…"'1인 기업 78%' 투트랙 전략 필요"
[벤처 투자 9조, 일자리로 가려면]② '창업·성장' 분리 체계 필요
"데스밸리 극복기업 R&D·후속투자 집중…인재활용 방식 다변화"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내 중소기업 수가 사상 처음으로 850만 개에 육박한 849만 9552개를 기록했지만, 1년간 늘어난 종사자는 7000여 명에 그쳤다. 중소기업 수가 늘어난 데 비해 종사자 수는 유지된 배경에는 1인 기업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AI)·로보틱스·반도체 등 딥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소수 인력과 고도화된 컴퓨팅 인프라만으로 사업 모델을 검증하는 창업이 늘면서, 창업기업 수 증가가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기존 공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2026년 8월 31일 발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중소기업은 849만 9552개로 전년보다 20만 637개(2.4%) 증가했다. 반면 종사자 수는 1912만 4806명으로 7157명(0.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배경에는 1인 기업 증가가 있다. 같은 기간 1인 기업은 22만 5754개 늘었지만, 종사자 2명 이상 중소기업은 2만 5117개 감소했다. 전체 중소기업 가운데 1인 기업 비중은 78.4%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기본통계 흐름은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관찰되는 고용 정체와도 맞닿아 있다.
더브이씨(THE VC·한국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가 올해 상반기 고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새로 집계에 포함된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은 95개사에 그쳤다. 반면 폐업하거나 고용 인원이 3명 미만으로 줄어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 기업은 307개사로 3배를 웃돌았다.
새로 집계에 포함된 기업의 고용 증가와 집계 중단 기업의 고용 감소를 합산한 고용 순증감은 2274명 감소로 집계됐다.
지난해 재무 데이터가 확인된 기업에서는 수익성에 따른 고용 격차도 나타났다. 영업흑자 기업의 고용은 4.8% 늘었지만, 영업적자 기업의 고용은 1.6% 감소했다.
창업 숫자가 늘더라도 매출과 수익성, 후속 자금조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용 확대까지 연결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소수의 핵심 인력과 고도화된 컴퓨팅 인프라로 운영되는 분야는 투자가 몰리더라도 곧바로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생계형 1인 창업의 양적 증가보다 혁신 역량 기반의 1인 창업이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경로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도 AI가 창업 초기의 인력 수요를 바꾸고 있다고 봤다.
이 본부장은 "과거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 마케터를 각각 채용해야 했던 업무를 창업자 한두 명이 AI 도구로 상당 부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초기 고용이 부진하다고 해서 곧바로 사업성이 낮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1인 기업이 첫 직원을 채용해 고용 기업으로 전환하는 시점은 중요하다.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일정 수준 검증됐고, 본격적인 스케일업 단계에 진입했다는 신호일 수 있어서다.
노 실장은 "AI·바이오 등 자본·기술 집약 산업은 초기 고용 인원이 적더라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1인 기업의 고용 기업 전환이나 일정 고용 인원을 일률적으로 요구하면 오히려 딥테크 창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기술 집약도와 연구개발 성과를 반영한 예외 기준 설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창업 단계와 성장 단계를 분리하는 투트랙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창업 초기에는 최소 인력으로 기술과 사업 모델을 검증하도록 지원하고, 매출·시장성·후속 투자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에는 연구개발·정책금융·판로·인력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모든 창업 기업에 동일한 고용 잣대를 적용하기보다 창업 지원과 스케일업 지원을 분리해야 한다"며 "1인 기업의 고용 기업 전환율을 전체 창업 기업의 획일적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 AI 활용형 1인 기업까지 형식적 채용으로 내몰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스케일업 기업군을 중심으로 3년·5년 생존율, 후속 투자 유치율, 고용 유지율을 정책금융과 펀드 평가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유럽연합(EU)은 창업 기업 수 집계를 넘어 '고성장 기업'(High-Growth Enterprises)과 이들이 창출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별도 통계로 추적·관리하고 있다.
유럽통계청 유로스타트는 성장 관측 기간 시작 시점에 종사자 10명 이상인 기업 중 3년간 연평균 고용 증가율이 10%를 초과한 기업을 고성장 기업으로 분류한다. 또 업력 5년 또는 4년의 젊은 고성장 기업인 '가젤'(gazelles)도 별도로 추적한다.
영국은 '스케일업 인스티튜트'(ScaleUp Institute)를 통해 고성장 기업의 인재 확보와 글로벌 진출을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근로자 10명 이상 기업 중에서 매출 또는 고용이 3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한 기업을 중심으로 스케일업 현황을 분석한다
미국 중소기업청(SBA)도 법인 설립 수보다 기술 상용화와 민간시장 진입을 중시한다.
한국도 단순 창업기업 수와 총고용 규모만 보는 방식에서 나아가, 성장 단계별로 고용·매출·후속투자·생존율을 결합한 정책 지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창업 기업의 최대 고비는 시제품 개발 이후다. 기술력을 갖췄더라도 실증 레퍼런스가 없으면 민간 고객이 구매를 미루고, 매출이 없으면 후속투자와 대출도 막힌다. 결국 채용보다 감원과 사업 축소가 먼저 이뤄지는 '데스 밸리'에 빠질 수 있다.
노 실장은 "정부가 실증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민간의 첫 구매를 지원해야 한다"며 "한계기업을 무리하게 존속시키거나 좀비 기업으로 방치하기보다 원활한 폐업과 사업 전환, 직무 재교육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경로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노 실장은 "매출 공백을 겪는 스타트업의 우수 엔지니어가 대기업의 디지털 전환이나 혁신 프로젝트에 한시적으로 참여하는 공동 파견·프로젝트 단위 인력 공유 모델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스타트업의 핵심 인력이 시장 불황 속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 대기업이 필요한 전문 인력을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는 상생형 고용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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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8조 8676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용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투자 유치기업은 채용을 확대했지만 투자에서 소외되거나 실증·매출·후속투자 확보에 실패한 기업은 감원과 영세화의 압박을 받고 있다. AI·딥테크 확산으로 ‘창업=고용’이라는 공식도 약해진 만큼, 창업기업 수와 투자금 규모만으로 정책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뉴스1은 투자가 딥테크로 집중되는 시대의 고용 현실과 창업·성장·회수시장에 남은 과제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