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9조 시대, 채용은 멈췄다…4855개사 순고용 -454명
[벤처 투자 9조, 일자리로 가려면]① AI 시대 '창업=고용' 약화
1인 창업·딥테크 확산에 초기고용 축소…스타트업 고용 증대 의제
-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액이 8조 8676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 고용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투자 유치기업의 고용은 늘었지만 최근 1년간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기업의 고용은 감소하면서 전체 고용 증가폭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더브이씨(The VC·한국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의 '2026 상반기 한국 스타트업 고용 동향 보고서'(고용 데이터가 확인된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 4790개사)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고용인원은 19만 1150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1072명(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입·퇴사 기록이 확인되는 4855개사의 상반기 순고용 인원은 454명 감소했다. 새로 입사한 인원보다 회사를 떠난 인원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창업이 곧 고용 창출이라는 전통적 공식이 깨졌다"며 "최근 벤처 시장을 주도하는 인공지능(AI)·로보틱스·반도체 등 딥테크 분야는 과거 플랫폼·e커머스 기업과 달리 많은 개발자와 운영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소수 인력과 고도화된 컴퓨팅 인프라로 운영되는 분야는 투자가 몰려도 곧바로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AI 도구 확산도 초기 채용 수요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개발자·디자이너·마케터를 각각 채용해야 가능했던 업무 일부를 창업자 한두 명이 AI 도구로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소수 인력으로 제품과 사업모델을 검증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창업 기업에 일률적인 채용 목표를 적용하기보다 창업 단계와 스케일업 단계를 구분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은 초기에는 인력보다 R&D와 제품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라며 "고용은 매출이 본격화되는 스케일업 단계에서 뒤따르는 후행 지표에 가깝다"고 말했다.
초기 기업에는 소수 인력으로 기술과 사업 모델을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장성과 성장 가능성이 확인된 기업에는 매출 확대·후속 투자·고용 창출을 위한 자금을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는 창업 기업 수나 단기 채용 인원만으로 성과를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기술 개발 뒤 실증, 첫 구매, 매출 발생, 후속 투자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기업이 이른바 '데스 밸리'를 넘을 수 있도록 지원 제도를 정교화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1인 창업이 늘어나는 현상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AI·딥테크·바이오처럼 자본·기술 집약도가 높은 산업은 초기 인력 규모가 작더라도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노 실장은 "1인 기업이 처음 직원을 채용해 고용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검증됐다는 신호"라며 "본격적인 스케일업 단계 진입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인 기업의 고용 기업 전환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면 기술집약적 딥테크 창업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며 "기술집약도에 따라 가중치를 두거나 R&D 성과 연동형 예외를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3년·5년 생존율과 후속 투자 도달률, 고용 유지율 같은 질적 지표는 스케일업 트랙으로 분류된 고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군에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본부장은 "1인 기업의 고용 기업 전환율을 모든 창업 기업에 일률 적용하면 AI 활용형 1인 기업까지 형식적 채용으로 내몰 수 있다"며 "질적 지표 중심의 평가 체계로 전환하는 방안은 전체 창업 기업이 아니라 스케일업 트랙으로 분류된 고성장 가능 기업군에 우선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성장 기업군에 3년·5년 생존율, 후속 투자 도달률 등 질적 지표를 정책금융·펀드 평가에 반영하면 양적 지표 중심의 현행 체계보다 훨씬 정교하게 고용 창출 잠재력이 큰 기업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회사·조합과 신기술금융사·조합의 신규 벤처투자액은 전년 동기보다 54.3% 증가한 8조 8676억 원으로 집계됐다. 벤처투자 호황기였던 2022년 실적을 넘어선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도 8조 4366억 원으로 33.0% 늘어 상반기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고용 데이터가 확인되는 기업 중 올해 6월 기준 최근 1년간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기업의 고용인원은 4만 3249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4059명(10.36%) 늘었다. 최종 투자 유치 라운드가 시드~시리즈 A인 기업의 고용 증가율은 22.6%(1310명)로 라운드별 비교에서 가장 높았다.
다만 올해 6월 기준 최근 1년간 투자 유치 이력이 없는 기업의 고용인원은 12만 9365명으로 지난해 말 13만 2168명보다 2803명(2.12%)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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