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대신 해법 판다"…K-피지컬AI, '조선소 실증' 수출 히든 카드

디든로보 사족보행·에이딘 로봇손 실증…비정형 작업 데이터 축적
센서·AI·로봇·유지보수 결합 설루션…고위험 제조 현장 수출 공략

디든로보틱스 디든 스파이더(블루포인트파트너스 제공)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K-피지컬 AI' 로봇 기업들이 수직·곡면 철판과 협소한 선체 블록 내부, 용접 불꽃·금속 분진이 뒤섞인 조선소를 주요 실증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소는 선종과 블록, 공정별로 형상·곡률·작업 위치·이음부 조건이 달라 로봇 자동화 난도가 높은 비정형 제조 현장이다.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힘·촉각·비전·작업 경로 데이터를 확보하고, 센싱·경로 생성·충돌 회피·품질 검증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는 시험장이라는 평가다.

벽·천장 오르는 로봇…비정형 작업 데이터 확보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용 피지컬 AI 기업 디든로보틱스는 국내 주요 조선사 현장에 이동형 용접·검사 로봇을 적용하며 레퍼런스를 쌓고 있다. 피지컬 AI는 로봇이 센서로 주변 환경과 작업물 상태를 인식하고 물리적 제약을 고려해 판단한 뒤 실제 동작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디든로보틱스는 조선소 용접·검사 공정을 겨냥해 사족보행 로봇 '디든 스파이더'(DIDEN Spider)를 현장 적용하고 있다. 협소한 선체 블록 내부 이동을 위한 이족보행 작업 플랫폼과 산업용 휴머노이드도 개발 중이다.

디든 스파이더는 전자기영구자석(EPM) 기반 자석발을 활용해 철제 구조물의 바닥·벽면·천장을 이동하며 용접·검사·정비 등 고위험 작업에 투입된다. 배관과 철제 보강재, 돌출된 용접 비드가 얽힌 선체 블록 내부는 기존 바퀴형 로봇이나 고정형 장비가 접근·이동하기 어렵거나 반복 재배치가 필요한 구역이다.

디든로보틱스 디든스파이더. 젠슨 황 GTC 대만 2026 키노트 영상 갈무리

디든로보틱스는 작업용 발판 설치·해체와 작업 지점 간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며 디든 스파이더 적용 시 해당 공정의 생산 사이클타임을 약 60~70%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 2곳과 유럽 고객사 1곳에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5년 12월 국내 주요 조선사에 첫 상용 물량도 납품했다.

연마·그라인딩 등 접촉식 표면처리 공정에서는 복잡한 곡률과 표면 상태 변화에도 일정한 접촉력을 유지하는 힘 제어가 품질 일관성과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 용접·도장 공정은 힘 제어뿐 아니라 아크광·흄 속에서도 작업물을 인식하는 비전 기술, 경로·자세·거리 제어, 공정 변수 최적화가 함께 요구된다.

에이딘 로보틱스 부스 인간형 로봇 핸드 제품. 2025.3.12 ⓒ 뉴스1 김성진 기자
에이딘로보틱스·HD현대, '손끝 감각' 조선소 적용

HD현대로보틱스와 에이딘로보틱스는 조선·중공업용 표면처리 자동화 설루션을 공동개발해 국내 현장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로봇 플랫폼에 힘·촉각 센서와 제어 기술을 결합해 선체 외판과 블록 용접부의 연마·그라인딩 등 표면처리 작업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양사는 조선·중공업 현장에 설루션을 우선 적용·실증한 뒤 국내 제조업과 미국 조선업을 포함한 해외 시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를 위해 HD현대로보틱스는 에이딘로보틱스에 130억 원을 전략 투자했다. 삼성벤처투자도 30억 원을 투자해 이번 투자 유치 규모는 총 160억 원이다.

양사는 조선소 표면처리·로봇손 실증 과정에서 힘 제어 데이터와 숙련공의 작업 노하우를 축적해 조선·중공업용 고하중 5지 로봇손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에이딘로보틱스는 힘·토크 센서 양산 설비와 품질 검증 체계 구축 등에 투자해 연간 3만 대 규모 생산 체제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HD현대는 HD한국조선해양·HD현대로보틱스·미국 로봇 기업 페르소나AI와 조선소 특화 용접용 휴머노이드 공동개발도 추진 중이다.

페르소나AI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개발하고, HD한국조선해양은 현장 데이터 기반 로봇 용접 교육과 AI 모델 실증을 맡는다. HD현대로보틱스는 시스템 통합과 용접 품질 분석·제어 기술 개발, 현장 테스트를 지원한다. HD현대는 시제품을 고도화해 2027년부터 실제 선박 건조 현장에서 단계적 실증과 적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 뉴스1 윤일지 기자
'불꽃 튀는 조선소' 글로벌 수출 쇼룸으로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옥포조선소)에 AI·로봇·디지털 생산관리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야드를 구축하고 있다. 거제에서 검증한 생산관리·디지털 트윈·자동화 기술은 미국 한화 필리조선소로 이전·구축하고 있다. 생산관리 시스템은 2026년 11월 배치를 목표로 구축 중이며, 거제에서 실증한 지능형 로봇도 필리조선소 확장 일정에 맞춰 이르면 2027년 말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향후 피지컬 AI 경쟁력은 현장 대표성을 갖춘 데이터의 품질·다양성, 이를 학습·검증·배포하는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통합 역량, 가혹한 산업 현장에서 장비를 안정적으로 운용·정비하는 서비스 체계에서 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범용 휴머노이드의 성능 경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생산 현장을 피지컬 AI 데이터 자산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조선소에서 검증된 피지컬 AI 설루션은 글로벌 산업 자동화 시장을 선점할 유력한 수출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