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은 그들만의 리그"…中企 낙수효과 '아직'
수출 상위 10대 기업 무역집중도 55.3%…대기업 쏠림 심화
250인 이상 기업 수출 67.4% 증가…1~9인 기업은 8.5% 그쳐
-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지윤 기자 = 올해 2분기 수출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출 증가폭에서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0% 넘게 급증한 반면 중소기업 수출은 10%대 증가에 그치면서 수출 호황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13일 국세청의 '2026년 2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대기업 수출액은 81.8%,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각각 10.9%, 13.1%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출 증가율 격차는 68.7%포인트(p)에 달했다.
대기업 수출은 소비재에서는 감소했지만 반도체 등 IT부품이 포함된 자본재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대기업의 올해 2분기 자본재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4.5% 증가했고 원자재도 26.8% 늘었다.
중소기업은 자본재·원자재·소비재 수출이 모두 증가했음에도 증가폭은 대기업에 크게 못 미쳤다. 자본재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4%, 원자재는 15.2%, 소비재는 10.8% 증가했다.
규모가 작은 수출 업체일 수록 이러한 수출 호조의 여파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종사자 250인 이상 기업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7.4% 증가했지만 10~249인 기업은 19.3%, 1~9인 기업은 8.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최근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산업을 주도하는 대기업 만큼 중소기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낙수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러한 수출 호조가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는 현상도 심화됐다. 올해 2분기 수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55.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38.3%를 기록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년 만에 17.0%p 상승했다.
무역집중도란 수출입 기업 중 상위 기업이 전체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10대 기업 무역집중도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며 수출 쏠림 현상이 심화된 바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전날 '중소기업 규제혁신 토론회'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초호황을 맞아 근로자들과 성과급을 나누고 있지 정작 그곳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낙수효과를 누리지 못해 임금 인상과 R&D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 등 국가 전략산업의 성장 성과를 중소기업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함께성장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2차 점검회의'에서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국가 전략산업의 성장 성과가 대기업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사업 초기부터 '모두의 성장'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께성장 프로젝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개발과 실증, 양산에 함께 참여하는 사업으로, 향후 10년간 1조 원 규모로 추진된다. 5조 원 규모의 상생무역 금융과 유망 소부장·팹리스 기업에 투자하는 5조 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수출 호황이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납품단가를 비롯한 거래구조를 개선하고, 공급망 내 중소기업에 대한 상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1차 벤더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7~8%, 2차 벤더로 내려가면 영업이익률이 약 5% 정도 된다"며 "추가로 창출되는 가치는 대기업에서 가져가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도체 가격은 많이 올랐지만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로부터 똑같은 마진율을 적용받는 구조라 이러한 수익이 안 가게 된다"며 "중소기업들이 납품대금 연동제 확대를 요구하는 것 또한 가격 상승분을 같이 누리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topyu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