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3개월 연속 '월 1조' 돌파…'호황 속 딜 가뭄' 이유

100억 이상 메가시드·딥테크로 집중…초기투자 분위기 냉랭
소액 시드 급감·브리지 공백… AI·바이오 쏠림에 산업별 온도차 뚜렷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국내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금이 3개월 연속 월 1조 원을 웃돌며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소수의 대형 딜로 자금이 쏠리며 초기 투자 생태계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초기투자 비중 축소…스타 창업·대형화 심화

16일 더브이씨(The VC·한국 비상장 스타트업·중소기업 투자 통계)에 따르면 5월 투자 규모는 비상장 유니콘 두나무의 구주 인수 거래(약 약 2조 2160억 원)를 포함해 3조 3549억 원에 달했다. 민간 자금 유입 확대 정책이 가속하며 총량이 늘고 있다.

다만 초기 투자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액셀러레이터(AC) 업계에서는 "숫자는 호황이지만 투자금 상당 부분이 피지컬 AI와 바이오 등 극소수 딜에 쏠려 있다"며 "몸으로 느끼는 시장은 여전히 딜 가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100억 원 이상 '메가 시드·시리즈A'가 늘며 초기 투자금의 70% 이상이 소수 딜에 집중됐다. 5월 초기 라운드 투자 중 100억 원 이상 대형 라운드에 집행된 금액은 829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늘었다. 4월에도 100억 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24개 기업이 전체 자금의 88%를 가져갔다.

지난해 이후 초기 투자 건수는 반 토막이 난 반면 평균 투자금은 상승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열린 벤처기업협회 기자간담회에서도 투자 쏠림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정민 협회 사무총장은 "바이오나 AI·딥테크 등 일부 섹터 중심으로 상위 구간이 형성되면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단순 외형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이용균 수석부회장(알스퀘어 대표)은 "AI 투자 확대는 필요하지만 비AI 기업이 후순위로 밀리는 사례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며 "일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사업 구조를 인위적으로 AI에 맞추는 현상도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 홈페이지 갈무리
투자 양극화·자금 사다리 단절…산업별 온도차 확대

AC 업계는 10억 원 미만 소액 시드 감소와 단계 간 단절을 핵심 문제로 꼽는다. 펀드 소진 압박과 심사 기준 상향으로 소액 딜은 줄고 100억 원 안팎 대형 초기 딜·수백억 원대 프리 IPO 비중은 커지는 추세다.

반면 TIPS·마이크로 시드 이후 20억~50억 원대 브리지 라운드는 '투자 공백' 구간으로 지목된다. 제품·서비스로 수요를 입증한 후 인력·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 자금이 끊긴다는 설명이다.

산업별 온도차도 뚜렷하게 갈린다. AI·로보틱스·반도체·바이오처럼 기술장벽이 높고 산업 적용성이 명확한 분야에는 대형 딜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2025년 기준 AI 관련 투자는 전체 벤처투자의 5분의 1 안팎으로 비중이 커졌고, 2026년 들어서는 100억 원 이상 대형 딜의 70~90%가 전략 산업군에서 나오는 양상이다.

지난달에도 레티널이 278억 원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하는 등 기술력과 실적을 입증한 딥테크 기업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반면 소비재·플랫폼·커머스 업종에서는 반복 매출·수익성·해외 매출 등 정량 지표가 뚜렷하게 나오지 않으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딥테크·피지컬 AI·바이오 중심의 자본 쏠림, 스타 창업자 선호 현상의 가속으로 팬덤·트래픽·브랜드 스토리 등 '성장 스토리'로 AC·VC 업계를 설득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AC도 결국 테마 하우스가 아닌 특정 기술과 도메인을 깊게 파는 전문 하우스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deae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