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戰 100일' 수출中企, 원가 급등에 재고 동나고 자금줄 마른다

운송 차질·물류비 상승 호소…생산 차질·주문 취소까지 확산
중기부 정책자금 5300억 지원…기보, 특례보증도 1.2조 공급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6.5.8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추가 운임으로만 6200달러를 더 내라고 합니다.

중동 전쟁 100일. 수출 중소기업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전쟁 초기 물류 차질에서 시작된 충격이 원자재 가격 급등과 생산 차질, 주문 취소로 이어지며 피해 접수 건수는 900건을 넘어섰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동 관련 피해·애로사항 접수 건수는 총 901건(5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피해 유형은 운송 차질(286건)과 물류비 상승(262건), 계약 취소·보류(225건), 출장 차질(119건), 대금 미지급(94건) 등으로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추가 운임만 6200달러"…물류 대란에 수출길 막혀

현장에서는 물류 차질이 가장 큰 애로로 꼽힌다. 중기부에 접수된 사례에 따르면 한 기업은 중국 항구에 보류 중인 화물을 아직 운송하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하는 선박의 경우 계약 당시 컨테이너당 1900달러 수준이던 운송료 외에 선적 이후 6200달러 규모의 추가 운임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할증료까지 더해지면서 수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졌던 전쟁 초기에는 수출 물량이 인근 항만에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잇따랐다. 실제 일부 기업은 중동 수출 물량이 3주 이상 항만에 정박하면서 납기 지연과 추가 물류비 부담을 동시에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지역 항로 축소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발 중동행 직항 운항이 크게 줄어든 데다 중국 경유 노선 역시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프타 2배 급등 충격 여전…생산 차질·주문 취소 현실화

원부자재 수급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한 기업은 원자재 수입의 65%를 차지하던 카타르 생산기지가 전쟁 여파로 가동을 멈추면서 원료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공급 단가가 지난해 대비 2.5~3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포장재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도 원재료인 폴리에틸렌(PE) 공급 차질로 재고 부족에 직면했다. 공급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 중단 가능성까지 우려하는 상황이다.

식료품 제조업체들 역시 포장재 단가가 15~20% 오르고 공급도 한 달 이상 지연되면서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기름값 동결에도 나프타 가격 상승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한 비닐·플라스틱 상가에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나프타는 비닐과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의 주요 원료로 사용된다. 2026.5.18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실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도 전쟁 여파로 크게 출렁였다. 나프타 가격은 전쟁 이전 미터톤당 600달러 안팎에서 한때 1200달러 수준까지 급등하며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최근에는 공급망이 일부 안정되면서 6월 초 기준 미터톤당 700달러 후반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20~30%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이 플라스틱과 포장재, 화학제품 등 중소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피해는 물류를 넘어 경영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원재료 가격과 운임 상승이 겹치며 수출 단가가 오르자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하거나 물량을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예정됐던 수출 물량이 전면 취소되면서 운영자금 부족으로 일시 휴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중동 지역 출장 일정이 연기되거나 해외 바이어들이 국제 정세 불안을 이유로 방한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중기부 정책자금 5300억 돌파…기보, 특례보증도 1.2조 공급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중동전쟁 관련 소상공인 분야 영향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6.4.1 ⓒ 뉴스1 김민지 기자

정부는 긴급 유동성 공급을 통해 피해 확산을 막는다는 방침이다.

중기부는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신시장진출지원자금, 혁신창업사업화자금 등 정책자금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중동 전쟁 피해기업을 별도 지원 대상으로 포함해 자금 지원 문턱을 낮췄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은 중동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과 석유화학 공급망 관련 기업, 국제유가 상승과 물류 차질로 경영 부담이 커진 제조기업 등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플라스틱과 화학 업종을 비롯해 일회용 주사기, 어망·부표 등 중동산 석유화학 원료 의존도가 높은 업종도 지원 범위를 넓혔다.

4일 기준 긴급경영안정자금은 2652억 원이 집행됐다. 당초 경영안정자금은 2500억 원 규모였지만 추경을 통해 5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기술보증기금도 중동 전쟁 피해기업 지원을 위해 1조 2000억 원 규모의 특례보증 공급에 나선 상태다.

신시장진출지원자금은 수출국 다변화와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이다. 미국이나 중동 등 특정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새로운 수출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기부에 따르면 신시장진출지원자금도 4일 기준 4164억 원 가운데 2660억 원이 집행돼 집행률이 63.9%에 달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동 사태와 보호무역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과 수출 지원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현장 애로를 면밀히 점검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0일 경기도 부천 플라스틱 사출 중소기업 신광엠앤피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0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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